하룻밤 지새기 하룻밤 지새기 호 당 2011.1.30 노을이 늬엿늬엿한 나이 긴 겨울밤은 유난히도 추웠다 웅크리고 누웠어도 잠은 회색의 그늘에 숨어서 뒤척인다 심연의 밤을 가라앉지 못하고 희뿌연 표면의 언저리만 맴돈다 밤을 지키는 파수꾼인가 라디오는 가냘프게 울어대고 메아리는 귓바퀴를 맴돈다 언 허공에서 .. 자작글-011 2011.01.31
밥상을 받고 밥상을 받고서 호 당 2011.1.30 그때 나는 밥상을 받아 놓았다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니 나보다 화려했다 그래 저들이 모두 그만큼 쌓은 탑이 나보다 높았을까 자기 밥상을 만족하지 않고 자꾸만 옆눈질했다 부질없는 욕심인 줄 몰랐다 제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 한 마리 개구리였다 그 후 찬 서리가 내릴 .. 자작글-011 2011.01.30
자동판매기 자동판매기 호 당 2011.1.28 너는 욕구를 회임한 아름다운 양심가 어느 접객업소에 고용된 접대부로 얌전하다 선급으로 구슬리면 착실한 봉사자 황금알을 낳는 너를 고용한 자는 누구냐 어느 욕심 많은 포주냐 세상엔 공짜는 없다 대신 정직하다. 자작글-011 2011.01.28
연기 연기 호 당 2011.1.28 보기 드문 풍경이다 산골 오두막 저녁연기 굴뚝을 빠져나온 연기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한 방울의 이슬 같다 가난의 솥을 달구는 온정이다 오밀조밀한 온돌을 통과하면서 골고루 따스한 마음 전해주고 굴뚝을 거치는 연기는 하얀 마음이다 나래도 발도 없어도 포근히 감싸주고 .. 자작글-011 2011.01.28
귀성 귀성 호 당 2011.1.28 나는 한 덩이의 쇠붙이다 때맞추어 일어난 자성이다 원초적 본능의 행렬에 선다 자애로운 마음이 깔려 있어 자력에 끌려가는 길 바람의 소리에 젖 냄새 풍겨 콧구멍 벌름거리며 가는 길 뿌리에서 벋어내는 흡인력에 쇠붙이는 자장으로 끌려든다 가자 뿌리의 품으로. 자작글-011 2011.01.27
고희 : 고희 호 당 2011.1.26 이만큼 달려왔는데 흰 머리카락이 알아 제 먼저 달려와서 하얗게 서릿발을 두르고 웅크리고 버티네 100세 시대에 기본 관문이 되어버렸는데 고희라고 소리쳐봐야 희미한 메아리쯤일까 널브러진 비닐조각쯤으로 밟힌다 남들이야 무정란이라고 천대할지라도 마음속엔 새파란 잎 피.. 자작글-011 2011.01.26
키타(Guitar) 키타(Guitar) 호 당 2011.1.25 새하얀 손가락의 율동에 연쇄적 반응으로 튀는 여섯 줄의 놀람이다 어두운 장막 속으로 고저장단의 파동이 스며들어 가슴팍을 공명하는 생동감 여섯 개의 화병에 꽂힌 꽃 색깔이 달라 미모가 달라 색향이 달라도 손가락 끝으로 뜯어내어 조화의 떨판을 화음의 멜로디로 엮는.. 자작글-011 2011.01.25
우리는 서로에 원수가 아니다 우리는 서로에 원수가 아니다 호 당 2011.1.24 칠안호의 배를 타고 모진 바람맞으며 내 주머니 끈을 풀어 선원을 따스하게 녹여 노 저어 앞으로 나아갔는데 아무도 교대해 주지 않으려 한다 선장의 뒷바라지는 먹구름 가린 햇살이거든 곳간 헐어 난로를 달구어야 따스함을 느끼거든요 대신 너 해봐라 주.. 자작글-011 2011.01.24
추억의 소라의 집 추억의 소라의 집 호 당 2011.1.23 내가 코딱지만 한 소라의 집을 빠져나온 지 20여 년 추억을 밟으려 찾았다 갯냄새 대신 매연에 찌든 소라의 집 단지는 많이 퇴색되었다 내가 살던 쬐고만 소라 다섯 개씩 포갠 제일 아래 음습한 곳이다 작고 비좁은 소라의 집에서 내 젊음을 보내고 비상의 발 디딤이 된 .. 자작글-011 2011.01.23
겨울나무(동목) 겨울나무 호 당 2011.1.20 다 발라먹은 고기 등뼈 같은 나뭇가지가 벌벌 떨면서 견디다 못 해 윙윙 울어댄다 꽁꽁 얼어붙은 시간에 시련받는다 바람이 외치는 소리가 너무 차서 가지 끝에서 맺힌 눈동자가 시리다 시린 나뭇가지를 휘어잡아 이룩한 까치의 보금자리가 위태롭다 한고비 슬기롭게 버텨야 .. 자작글-011 2011.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