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얼굴 호 당 2011.5.2 그 방안은 하얀 서릿발로 가득하다 구겨진 백지장 같은 얼굴에 놓인 다 닳아가는 촛불이 가물거리고 있어 그저 지나쳐 버리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낮 다음에 밤이 오고 더위가 지나면 추위가 닥친다 좋다가 싫다가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진리의 그늘 잊어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자작글-011 2011.05.03
유리 요양원에 가다 유리 요양원에 가다 호 당 2011.4.29 한 번 들면 팔 휘젓고 나오기 어려운 곳 늙음의 마지막 머문 곳이 화려한 현대판 고려장 같은 곳 하얀 서릿발 내린 얼굴은 꿈도 희망도 소용없는 사치스런 빈말 달콤한 젖줄이 이 시간만을 위한 것뿐이다 당신께서 뻗어 떨어져 나간 실뿌리 당신과 얽힌 뿌리털의 음향.. 자작글-011 2011.04.30
온천탕에서 온천탕에서 호 당 2011.4.30 양파껍질 벗기듯 나의 보호막을 벗어 던진다 치부를 들어내도 떳떳한 것 같으니 거기 숨김없이 들어내 놓고 모두 백지로 돌아가자는 건가 풍덩 더운물에 몸 담그고 치부를 데우면 모두 하얀 마음으로 될까 맑게 깨끗이 떼만 씻지 말고 검은 마음도 씻어야지 치부를 들어내도 .. 자작글-011 2011.04.30
하얀 다리 가랑이 하얀 다리 가랑이 호 당 2011.4.26 지하철 앞좌석에 앉은 그녀 미니스커트에 하얀 다리 벌리고 잠들고 있다 수놈의 시선이 그녀의 하얀 다리가랑이를 달군다 하얀 가랑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고개 돌려 내 시선은 창문 너머 보는데 마음은 그쪽으로 향한다 겉으로 징그러운 뱀 보듯 하면서도 속으로 음.. 자작글-011 2011.04.27
함지노인복지관 개관 함지 복지관 개관 호 당 2011.4.27 함지 산 품에 안긴 함지 노인복지관에 복지새 알이 포란의 시간 흘러 복지 문을 활짝 열었다 생산의 눈동자 변방에서 흘러버린 시간만 잔뜩 쌓은 주름살이여 무료한 시간을 부채질만 하지 말고 편안한 쉼터로 오라 요람에서 무덤까지 배워야 한다는데 실.. 자작글-011 2011.04.27
하룻밤 하룻밤 호 당 2011.4.25 때로는 싸구려 여관에서부터 호텔까지 하룻밤 몸을 저당 잡힐 곳 생을 이으려는 비루한 삶으로 돌멩이처럼 굳어버린 양심이 뻔뻔스러워졌다 거울에 비치는 벌거벗은 양심 위선의 가성으로 위선의 향기로 위선의 일회용 면도기로 고분고분 길들어야 할 욕망의 도구로 움직여야 .. 자작글-011 2011.04.25
도시의 매연을 떨치려 도시의 매연을 떨치려 호 당 2011.4.21· 매연에서 탈출하려 관광차에 오른다 그러면 리듬의 장작불로 음향이 확 퍼지고 굳은 가슴이 풀린다 옆 차로의 자동차가 획획 신바람이 솨솨 내 눈총이 씽씽 궁둥이가 들썩들썩 자연의 파노라마가 빙글빙글 용솟음친다 들끓는다 증기를 토한다 리듬의 장작불이 .. 자작글-011 2011.04.22
백제 문화단지를 찾아 백제 문화단지를 찾아 호 당 2011.4.21 아무리 음흉하여도 아름다워도 역사는 산자의 몫이라지 가라앉은 백제의 사연들 건진 것보다 못 건진 것이 더 많았네 못 건진 사연들은 우리가 믿어야 할 진실에 실체를 만들고 싶었네 황산 벌판에 내 앞가슴까지 닥치도록 틀을 세워 색칠하거나 옷을 입히거나 삶.. 자작글-011 2011.04.22
싹틔우기 싹 틔우기 호 당 2011.4.20 끝이 훤히 바라볼 수 있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잖니 바람 부는 날 씨앗 뿌리면 풀풀 날아 가버린다고 그냥 돌아설 수는 없잖니 메마른 땅을 갈아보지도 않고 그늘아래 부채질만 한들 한 톨의 알갱이도 얻지 못하리 무딘 보섭으로 갈고 또 갈아 낮게 낮게 한 알씩 씨앗을 심.. 자작글-011 2011.04.20
내가 꿈꾸는 곳 내가 꿈꾸는 곳 호 당 2011.4.20 그렇게도 갈망하는 내 시의 배아 아무리 많이 뿌려도 발아되지 않는가 물고기는 난자를 뿌리기만 하면 백발백중 부화하는데 아직도 영글지 못한 정자였나 내가 꿈꾸는 그곳을 향하는 캄캄한 어둠의 항로에다 수천 개의 시의 알갱이를 뿌려 볼 수밖에 없다 오래도록 물을 .. 자작글-011 201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