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을 밟는다 ♧ 새벽을 밟는다 ♧ 호 당 2011.5.31 새벽을 밟고 팔거천을 걷는다 팔거천은 덜 깬 새벽을 끌어안고 하늘은 구름을 끌어안고 먼 산은 안개를 끌어안고 나는 목숨을 끌어안으려 걷는다 팔거천 둑을 덮은 노란 꽃에 바람이 쏴 불어 심히 흔들림에 삶의 생기를 꽃대에서 뿌리까지 밀어 삶을 움켜잡으려 한.. 자작글-011 2011.05.31
산머루 산머루 호 당 2011.5.29 외딴 산 칡덩굴로 얽히고 나도 얽히면서 겉으로는 푸른 잎으로 장막을 치고 속으로 익어 여물고 싶다 시퍼런 알갱이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서 요란스럽게 남들에게 떠들썩거리는 것이 싫다 대책 없이 한입 입에 넣었다가 퇴짜 맞아 내뱉어버리는 삶은 싫다 익지도 않으면서 익은 .. 자작글-011 2011.05.29
구도를 바꾸어보자 구도를 바꾸어보자 호 당 2011.5.27 좁은 공간 베란다에는 꽃핀 화분도 놓여 있지만 구도는 변함이 없다 더 나은 방향으로 더 화려한 빛깔로 변하고 싶다 주유소에서 급유하고 물 뺑뺑이 맴도는 것이 싫어 무작정 가속 패달을 밟았다 가슴에 생기가 돌고 도로변의 실버들은 눈망울을 깜박거린다 꽃집에.. 자작글-011 2011.05.27
장미가 놓였던 자리 장미가 놓였던 자리 호 당 2011.5.26 아끼던 화분용 장미 한 송이가 방긋거릴 때는 거실은 따뜻했다 딸아이가 제 거실에 옮겨 갔다 장미가 뿜어내는 따뜻한 입김을 쐬지 못하게 되자 삭막함이 겨울 논바닥 같다 내 체온과 입김으로는 거실을 데우기는 역부족인데 거실 한 귀퉁이에서 새어나오는 찬바람.. 자작글-011 2011.05.27
서예실에서 서예실에서 호 당 2011.5.24 매일 드나들었던 그곳 근래에 들어 뜸했었다 그래도 잊지 못해 거기 정을 놓았고 익혀 놓은 눈동자 때문에 가끔 찾아 마음 내려놓는다 항상 같이 마실 수 있는 情水가 널려 있어 화선지에 떨어뜨린 먹물 번지듯 우리의 정은 그렇게 배어갔다 따뜻한 커피잔에 마음 담아 내놓.. 자작글-011 2011.05.24
고사목 고사목 호 당 2011.5.23 여기 선비 촌에 오래 묵은 선비들만 모였다 아니 선사 같은 얼굴로 고고하다 울울창창할 때는 새끼 퍼뜨리고 이 산 지켰고 지금은 맨몸으로 지킨다 고고하고 빛난 얼굴이 몇 번 벼락 맞아서일까 대 꼬쟁이 같은 성깔이 오래 묵어서일까 촉촉한 입김 대신 마름 기침 한 번 해도 온.. 자작글-011 2011.05.23
소싸움 소싸움 호 당 2011.5.22 수많은 눈총이 내게로 쏜다 나는 싸워야 한다 끌려간다 징을 치고 함성이 울리고 채근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 힘과 힘의 맞닿음 머리와 뿔로 밀어붙임 상대방도 만만치 않다 온몸의 핏기가 온몸의 근육의 힘이 물밀듯 머리에 모인다 보이지 않은 상대방의 힘의 맥을 못 둑을 끊듯 .. 자작글-011 2011.05.22
황악산 품에 목욕하다 황악산 품에 목욕하다 호 당 2011.5.21 신록이 뿜어낸 입김의 맑음과 부처님이 뿜어낸 영험의 신비가 한데 어울려 녹아 만든 맑디맑은 불향탕 佛香湯 속으로 스며든다 곧게 뻗은 나무들이 손가락 곧게 펴 (直指) 가리킨다 바르게 하라 허탐 虛貪을 버리라 사천왕이 부릅뜨고 샅샅이 훑는다 그리고 통과하.. 자작글-011 2011.05.22
인연의 고리 인연의 고리 호 당 2011.5.20 누에고치의 나방이가 탈바꿈하자마자 성충 형세를 하는 것처럼 내 청춘도 꽃피울 무렵 청춘의 덫은 놓지 않았지만 가까운 곳에서 내게로 사향 냄새가 풍겨 왔다 얼른 손을 내밀었다 행운의 열쇠를 거머쥐고 망설이는 사이 함께 피울 화려한 꽃은 팔자소관이라 했다 그로부.. 자작글-011 2011.05.19
시원한 바람 시원한 바람 호 당 2011.5.20 산그늘이 내게로 덮을까 봐 마음 졸이던 한때 그때까지는 시원한 바람에 즐거웠다 서로 건너지 못하는 강을 두고 있으면서도 피안에서 손짓하고 눈짓하고 마음 서로 바꾸고 했다 어느 해 큰물이 흘러 피안의 언덕까지 휩쓸어 가버렸다 마주 설 곳 잃어버리고 더구나 산그늘.. 자작글-011 2011.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