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 숲 참나무 숲 호 당 2011.6.17 산자락을 뒤덮고 산을 푸르게 물들이고 하늘 향해 눈짓 치켜 새운다 제 몸 한 점 점박이로 안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그렇게 상처 한 점을 평생 동반자로 같이 갈 운명이면서도 개의치 않고 산을 지키고 자신을 키운다 다들 돌림병같이 하나씩 상처를 지닌 체 꿋꿋이 푸르.. 자작글-011 2011.06.17
녹음 녹음 호 당 2011.6.17 창문을 열면 함지산 힘찬 푸른 열기를 내 뿜는 숨결이다 내 곁으로 쏴 밀려와 단숨에 폐부를 뒤덮는다 남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어머니의 손길을 거친 남풍이 나를 어루만진다 어디로든 눈을 돌려봐도 모두 성장의 푸른 굉음 그렇게 왕성한 녹음인데 나 뱃속에서도 그 무엇을 움켜잡.. 자작글-011 2011.06.17
농월정 소묘 농월정 소묘 호 당 2010.6.16 화림동 계곡에서 하얀 젖가슴뿐 아니다 맴 몸으로 벌렁 누웠다 내 사타구니랑 가랑이로 스치는 옥수는 밤낮으로 나를 弄질 한다 대담하게 엎드려 배 밀리로 농을 부려도 다 받아주고 꼬마 녀석들의 재롱에는 꼭 깨물고 싶도록 귀엽다 다만 내 젖가슴에 상처만 남기지 말라 .. 자작글-011 2011.06.17
종이 울린다 종이 울린다 호 당 2011.6.15 교회 종각에서 종이 울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 멀리멀리 여운을 남기고 사라진다 멀리멀리 같은 음색으로 같은 표정으로 사라진다 가슴에 닿는 종소리 그녀는 슬픔에 젖고 그 사람은 무감각이고 나는 조종처럼 들린다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나 같은 모양으로 울.. 자작글-011 2011.06.15
강천산의 산책길 강천산의 산책길 호 당 2011.6.15 울창한 숲길 굳이 자외선을 피하려 하지 않아도 되는 길 맨발로 모래흙을 밟아 지력을 얻으려 한다 피톤치드 PhytonCide를 마시며 몸을 씻으려 한다 극락교를 거쳐 강천사 대웅전에 합창한다 아직도 더 씻어야 할 것이 있단 말인가 그들은 얻으려 하고 버리려 하는데 나는 .. 자작글-011 2011.06.15
사랑니 사랑니 호 당 2011.6.14 제자리에서 남이 하는 짓 똑같이 해봤자 눈에 띄어 사랑 하나 끌어안을 수 없지 사랑 하나 움켜잡으려는 속 탄 마음이다 옷 속에 숨겨놓은 하얀 젖가슴을 대담하게 훌훌 벗어젖히고 너희 빈틈 비집고 하얀 가슴 하나 들어내면 사랑의 꽃잎 단 당신은 메꽃 만발한 논둑길로 달려올 .. 자작글-011 2011.06.14
문자의 떡잎 문자의 떡잎 호 당 2011.6.13 내 문자의 배아는 오랜 세월을 검은 돌무덤에 파묻혔었다 파헤치고 나오려 했으나 워낙 살기가 바빠서 새끼 배아부터 싹 틔워 밖으로 내보내기 골몰했다 그간 지상은 나날이 밝아지고 있는데도 돌무덤 밖으로 흐르는 문자의 단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답답했었다 늦었지만 .. 자작글-011 2011.06.13
쉽게 문을 열다 쉽게 문을 열다 호 당 2011.6.11 각기 다르게 쌓은 성이다 내 휘하를 데리고 강한 문자를 심어 상대를 꿰뚫는 지혜를 심겠다고 다짐했다 그때까지만 문 열지 않겠다고 했는데 가냘픈 목소리로 엿보자고 문을 열어달란다 굳게 닫은 남자의 심장이 그 목소리에 그만 열어주고 말았다 엿보자면 보라지 문을 .. 자작글-011 2011.06.11
테니스경기 구경 놓치기 싫은 인연입니다 테니스경기 구경 호 당 2011.6.10 평탄한 코드 날렵하고 섹시한 여인 코드에서의 동작이 팔딱팔딱 튀는 은어 같다 그녀는 한창 물오르는 버드나무 미끈한 미류나무 곡선을 휘감는 장대 열차 박꽃 같은 새하얀 얼굴 튀는 공 따라 라켓과 함께 팔딱거린다 관중의 시선의 움직임에 .. 자작글-011 2011.06.10
게발선인장을 묶어 놓고 게발선장을 묶어놓고 호 당 2011.6.10 올가미에 묶어놓고 뿌리 내리고 이파리 펼치라니 지난가을에 사들인 게발선인장이 여름을 맞아도 그대로 다 고장 난 벽시계도 아니고 자전을 멈춘 것도 아니고 이놈들만 그대로 다 물만 주고 키 크라고 물만 먹이고 공부 1등 하라고 책상 놓은 자리 옮기듯 확 바꾸.. 자작글-011 201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