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감 빨랫감 호 당 2011.7.4 떳떳하지 못한 죄책감과 멸시의 찌끼 낀 몸 정신없이 휘감기다가 되돌리다가 몇 구비 맴돌아가다‘ 내 몸이 씻겨졌을까 긴 빨랫줄에 매달린 나 어딘가 남았을 내 얼룩을 바람이 언뜻 지나며 햇볕이 쏟아지며 쓸고 안고 간다 나에 물 들린 검은 멍 나에 낀 얼룩들 정신병동의 소용.. 자작글-011 2011.07.04
음계 음계 호 당 2011.7.2 층계를 올라갈수록 지위가 높아지는가 쳐다보면 아찔한가 밤낮이 바뀐 것도 아니고 각을 세워본들 구름 한 점 부술 수도 없어 계단을 헛디디면 와르르 허물어지는 모래 계단도 아니다 나는 내 자리만큼 너는 네 자리만큼 제 몫 다하여 한울타리 속에서 어울리면 한 소리의 다양한 집.. 자작글-011 2011.07.03
담쟁이 덩굴 담쟁이덩굴 호 당 2011.7.2 낮게 포복하여 저 고지를 점령해야죠 아찔한 총탄의 세례를 받아도 어지럼증만 죽이면 문제없어요 오늘 아침 전선을 재정비하고 다짐했어요 적개심에 끓어올라요 갈고리로 그물을 쳐 놓았어요 밑바닥에서부터 보급품을 충분히 밀어 올려줘요 낮은 자세로 포복해도 갈증을 .. 자작글-011 2011.07.03
눈과 눈 눈과 눈 (眼과 雪) 호 당 2011.7.3 자고 나면 어디든지 깔린 눈 생명을 밝히는 눈 찬바람 속을 헤매는 눈은 마음을 낚고 날아간다 밝은 창문의 여닫이를 열면 눈이 열리고 하늘로 풀풀 날려 눈을 데리고 눈을 뿌린다 눈 위에 눈이 겹치다 사라져도 눈 하나는 남는다 눈 하나는 더움을 맞아 죽고 눈 하나는 .. 자작글-011 2011.07.03
동성로 거리 여름 오후 동성로 호 당 2011.7.2 클랙슨 klaxon 소리는 들리지 않고 맑은 새 소리만 가득하다 빽빽이 솟은 콩나물같이 새파란 보리싹같이 소년소녀들의 숨결만 출렁인다 그곳은 그들만의 무풍지대 막 벗어던진 푸른 싹들의 천지 싱그러운 풀냄새 물결치는 젊음의 파동 내일의 멜빵 멜 희망의 눈동자들 거.. 자작글-011 2011.07.03
강물 강물 호 당 2011.7.1 내 유년 시절 철없이 날뛰고 떠들고 부시 대고 세상이 뭔지 몰라 좌충우돌하면서 흘렀지 시간의 여정을 쌓고서 마음 갈아엎고 성숙해가며 자기성찰의 물그림자랑 엷은 파문으로 출렁거렸지 더 넓은 세상을 맞아 민물과 짠물의 길목에서 넓은 가슴 펼쳐 마음 엮으려는 대로 펼쳐도 .. 자작글-011 2011.07.01
섬 섬 (호 당) 2011.6.30 머리만 쳐들고 잠망경처럼 멀리 바라본다 멀리 떠난 임을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쳐 잠길 듯 잠길 듯하면서도 잠기지 못하고 밀려오는 파도를 삼키다 삼키다 가라앉을 듯 앉을 듯 가라앉지 못하고 다시 고개 드는 섬 붉은 마음 꺼지지 않는 섬 하나. 자작글-011 2011.07.01
청은 아카데미 음악발표회 청은 아카데미 음악발표회 호 당 2011.6.30 그 풀장은 음향으로 가득 차서 음파로 출렁거렸다 오늘은 이 풀장에서 흠뻑 내 몸 헹구고 마음도 추스르고 싶다 미끈하고 풍만한 가슴에 음향 잔뜩 품고 격렬한 음파를 철썩거리다가 내 마음을 후려치고 사라진다 그래도 마음은 즐겁다 훈풍이 불면 달콤한 음.. 자작글-011 2011.06.30
내가 더 서둘렀다 내가 더 서둘렀다 호 당 2011.6.28 나는 그들보다 초조했다 그들에게 빨리 어둠으로부터 탈출시키려고 주둥이가 작을 병에 사정없이 콸콸 부었다 밖으로 흘리는 것이 더 많아 병 속으로 채워지는 것은 별로였다 병 주둥이에 깔때기를 꽂고 묽은 문자의 물을 부었다 손실 없이 잘 흘러들었다 말랑말랑한 .. 자작글-011 2011.06.28
질투 질투 호 당 2011.6.27 낯과 낯이 맞닿으면 웃음이라는 것은 없다 겉으로는 맑은 날 속으로는 차가운 겨울 날씨 꽃 한 송이 피워 향기 날리는 것을 보고 애써 코를 틀어막고 벌레 자국을 찾아 흠의 꼬투리를 치켜든다 안으로 쓰라린 고춧가루 덮어쓰고 각을 세워 날카로운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그녀의 입.. 자작글-011 2011.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