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지 못한 사랑 이루지 못한 사랑 호 당 2011.7.15 여름 찌는 듯한 햇살에 살을 태워가면서 목마른 갈증을 채우려 했다 그간 너와 내가 앉은 자리는 달아오르기만 했지 다가서지는 못했다 그리움은 뭉게구름으로 피었다가 다시 먹구름으로 뭉쳤다 드디어 힘찬 소나기로 퍼부어 너와 나는 끌어안고 흠뻑 맞아도 시원하게.. 자작글-011 2011.07.15
아이 하나 아이 하나 호 당 2011.7.15 오르가슴 따위는 사치야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고리로 묶여 있다는 건 숨 막히는 일이야 고리로 엮지 않으면 맘껏 헤엄칠 수 있는 것을 너를 만나 일심동체를 즐기면서 헤엄칠 수 있었는데 옆 가지 하나도 버거운데 두세 가지는 정말 버거워 맘껏 뻗을 수 있는 가지로 키우.. 자작글-011 2011.07.15
바다가 갈라진다 바다가 갈라진다 호 당 2011.7.13 나는 불임의 여자가 아니야 그토록 원하는 아기 그저께 밤도 당신의 욕정을 감당 못할 정도였으나 완벽하게 처리했지요 그러나 번번이 실패하는 욕구의 좌절 진단받아도 이상 없는 여자래요 폐경기는 생각지도 않아요 질퍽하게 자궁을 키울 배아는 싹 틔울 준비는 완벽.. 자작글-011 2011.07.13
네비게이션 네비게이션 Navigation 호 당 2011.7.12 차를 몰면 속력의 마력에 취한다 그 마력을 제지하는 네비케이션 나는 그를 믿는 한편 교묘히 이용한다 낯선 길에서 내가 낯선 사람을 처음 만나서 엉뚱한 수작을 걸어도 믿을까 불고기식당에서 메뉴판의 국산을 믿고 의사가 내 병을 고치리라 믿고 또 믿어야 한다 .. 자작글-011 2011.07.13
호우경보 발령 호우경보 발령 호 당 2011.7.10 창밖은 다 낡은 흑백영화 상영 중 우당탕 번쩍 소방호스로 물을 막 뿌리며 아래로부터 위로 오르내린다 하늘의 양수가 터졌는가 봐 호우경보 미리 알았지만 속수무책 윗목에 둔 쌀자루가 툭 터져 방바닥을 덮친다 모두 열어젖힌 수문에 강폭이 모자란다 마치 갇혔던 오리.. 자작글-011 2011.07.11
으리으리한 비석 으리으리한 비석 호 당 2011.7.10 지금은 헛기침을 연방 하지만 누대에 내려가면 영광의 가문이란 소리 들을 수 있겠다 누설만 안 되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함량 미달의 껍데기 겉치장은 화려하지만 조소의 침을 퉈퉈 뱉는다 망인은 생시의 박대가 사후의 후대는 뒷뿌리들의 위세일걸 뭐. 자작글-011 2011.07.10
네 잎 클러버 네 잎 클로버 호 당 2011.7.9 만나면 싱그러운 클로버 향에 취했다 네 잎 클로버를 찾다 지치면 꽃반지를 만들었다 행운의 네 잎은 찾지 못하고 헤어졌다 세월은 가고 몸은 늙었다 그러나 추억은 클로버 향에 젖어 파랗고 그녀는 클로버처럼 불모의 땅에도 뻗는 시의 종자를 뿌려주었다. 자작글-011 2011.07.10
소나무 그늘로 베푼다 소나무 그늘로 베푼다 호 당 2011.7.8 변하지 않고 지조로 지내고 한마음으로 그늘로 베풀고 무언으로 사는 소나무 나는 그런 품성을 가슴에 베고 소나무 같은 삶을 한다 그러나 그늘을 받아들이려는 자만이 유용한 그늘이 되지만 추위만 몰아준다는 생각 햇볕을 가려 걸림돌이 된다는 자에게는 거부의 .. 자작글-011 2011.07.08
점심식탁 점심식탁 호 당 2011.7.7 한배같이 떼 지어 우르르 식탁에 앉았다 미각은 혀의 재주에 따라 주문하고 숙성해서 나올 때까지 헛방울만 띄웠다 둥둥 떠다니다 터지면 까르르 가슴에 남지 않는 헛방울 내 앞에 놓인 갈비탕 고기에 배긴 미각은 둔했고 관절 꺾듯 해도 어금니를 우롱하는 살점 울타리에 기대 .. 자작글-011 2011.07.08
성곽 성곽 호 당 2011.7.4 돌 이끼랑 담쟁이덩굴이 기어오르는 성곽이 무료한 시간을 흘리고 옛꿈을 그리고 있네 밤마다 이리떼의 울음소리를 자장가로 듣고 별들의 속삭임 아랫마을의 불빛이 전설처럼 반짝인다 긴 겨울밤을 오지 않는 임 기다려봐도 적막을 깨는 짐승의 울음소리뿐 오랜 세월을 흘리는 동.. 자작글-011 2011.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