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말을 씻으며 양말을 씻으며 호 당 2011.5.19 늙은 생의 길목에서는 구분하던 일거리는 경계가 없다 내 생을 담고 밟은 시간에서 내 생의 노폐물을 배인 양말 벗어놓은 양말이 아직 내 체온을 담았다 물에 담그고 흔들어 놓으면 내가 밟은 시간의 이력이 울어난다 비누에 문지르고 양말을 추스르면 남김없이 토해낸다 .. 자작글-011 2011.05.19
움츠렸던 하루 움츠렸던 하루 호 당 2011.5.18 목 수술한다는 너를 속으로 안쓰러워했지만 덤덤한 마음으로 당부만 했다 다만 기도한다는 심정으로 붉은 꽃 피우리라는 기대만 채웠다 내가 쏘아 올린 별의 화살이 네게 꽂히고 내 입김으로 피운 꽃이 네 가슴에 꽂혔을까 병실의 침상과 흰 까운들 집도의 기구들이 돛단.. 자작글-011 2011.05.19
토마토 토마토 호 당 2011.5.18 그때는 몰랐다 구미에 거슬러 너를 배척했다 결국 내가 변하니 너를 좋아했다 어둠의 골목에서 숨바꼭질해도 단번에 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홍조 가득한 얼굴에 내 앞까지 다가오지 않아도 억지로 끌어와서 전립선의 골짜기로 몰아넣었다 한 때 시린 눈동자로 있을 때는 너의 .. 자작글-011 2011.05.18
우리 아파트 우리 아파트 호 당 2011.5.18 1000여 세대의 아파트 커다란 벌집이다 날마다 벌들이 드나들며 먹이를 머금고 날아든다 애벌레도 갓 태어난 벌들도 용케도 자기 구멍을 한 번도 헛 찾는 법이 없다 커다란 하모니커다 각기 구멍마다 뽑아내는 음색이 다르다 연대하면 멋진 화음이 되고 마찰하면 불협화음이 .. 자작글-011 2011.05.18
오렌지 오렌지 호 당 2011.5.18 9시 뉴스를 들으며 오렌지를 자른다 둥글고 노오란 오렌지 6쪽 마늘로 나눈다 오순도순 이야기가 흐르고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는 포동포동한 오렌지의 속살을 나누는 것은 사랑이다 달콤한 향수의 탕에서 사지를 녹이며 이심전심으로 마음을 붉게 물들인다 속살 가득한 사랑의 .. 자작글-011 2011.05.18
주인 떠난 빈집 주인 떠난 빈집 호 당 2011.5.18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한 시절이었다 접도구역에 있었다는 이유로 개발이라는 이유로 주인은 떠나고 나 곧 허물어져야 할 신세 주인을 잃고 아무도 돌봐 줄이 없으니 너도나도 들쑤셔 상처투성이인 나 밤마다 내 빈 가슴팍에서 잡것들의 놀이터 밤이 오기 무섭다 돌봐줄 .. 자작글-011 2011.05.17
아침 동산에 오르다 아침 동산에 오르다 호 당 2011.5.17 새벽의 뒤꽁무니를 딸아 숲이 우거진 뒷동산을 올랐다 미처 잠에 덜 깬 나무들에 내 마음과 교감하면서 너의 주위를 맴돈다 밤새 정화한 맑은 공기는 내 폐부를 씻어준다 벌겋게 솟아오른 아침 해를 하루의 서광으로 받아들인다 너에게서 받아낸 정화의 보약을 폐부.. 자작글-011 2011.05.17
배추 배추 호 당 2011.5.16 겹겹이 속살 가린 계집애다 무엇이 그리 부끄러워서인지 꼭꼭 감싸고 다소곳한가 무자비하게 한 꺼풀씩 헐어내면 흰 속살 눈부시구나 너 밑동에 남근을 밀착하여 생기를 뽑았구나 속살 희게 부푼 것 다 이유가 있었네. 자작글-011 2011.05.17
화장실을 들라 화장실을 들라 호 당 2011.5.15 허망 된 욕망은 아니고 과도한 욕망으로 가득 찼다면 해우소 解憂所를 찾아 화장을 하라 멀쩡한 내가 불면과 불안에 시달리고 아랫배가 부글거린다 힘에 부친 내가 너보다 앞서야겠다는 생각 순리에 어긋나지는 않더라도 선점하려는 욕망이 있다 허망 된 욕망 가령 하늘.. 자작글-011 2011.05.15
꽃 꽃 호 당 2011.5.14 입으로 피우는 꽃은 피기 위해서인가 보고 듣고 맛보기 위해서인가 음향이 진한 꽃을 피우라 한다 그럴 때면 내 안에 생기가 살아나 금방 활짝 피웠다 오늘은 그렇게 고분고분하기 싫다 아니 피우지 않으려 해 꽃 피울 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다 꽃 피우라고 채근.. 자작글-011 2011.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