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 밤거리 동성로 밤거리/호당/ 2021.12.31 찬바람은 잠잘 줄 모른다 코로나 19는 아직 범람 중 동성로 밤거리는 휘황찬란하고 달빛 내릴 공간은 없다 거리는 겁에 질린 듯 조용하다 세상 두려운 것 없는 젊은이 몇 쌍 팔짱 끼고 종종걸음으로 지나 간다 거리에는 전자 음악만 쏟아내지만 아무도 들어줄 이 없다 경기는 얼어붙고 마음도 얼어붙고 동성로 밤거리는 찬바람만 가득하다 자작글-021 2021.12.31
병원 처방받는 날 병원 처방받는 날/호당/ 2021.12.30 병과같이 지낼 나이 처방전은 전과 같은 복사 분 이날 나들이로 눈과 입이 즐기는 날로 보내면 한결 가벼워진다 완치는 아픈 친구 하나 잃는 일 그러면 좋으련만 미워도 아파도 함께 붙어 지낼 것 같다 미워하고 학대하고 아프다 소리 꽥 질러도 끄떡하지 않아 형체도 없는 것이 참고 견디란다 함께 즐기며 살자고 시원한 국물 후룩후룩 마시고 매콤한 양파 한쪽 깨물어 콧잔등 찡 눈물 흘리면 친구는 잠시 숨고 만다 이건 처방지에 없는 처방이다 자작글-021 2021.12.30
외부 차랑 주차금지 외부 차량 주차금지 /호당/ 2021.12.30 대단지 아파트 입구 주차 차단기가 양팔 올렸다 내렸다 한다 내 집 식구 감싸는 동작 문지기는 양팔 벌리고 눈 부릅뜨고 도로 과속 단속 카메라 같은 위엄 외부 차량 잠시 주차할 배짱 있겠나 낮 동안 여분의 공간을 편히 나눌 수 있었으면 좋을걸 이면 도로 만원 이면 도로 점포 앞 표지판이나 장애물로 차단 풍요 속에 내 집 앞은 안돼 주차 공간 빈약이 마음 씁쓸하게 한다 자작글-021 2021.12.29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오늘도 안녕하신가요/호당/ 2021.12.29 노을 안은 나이 형제는 단둘 머릿속의 구도는 낙엽 진 나목 이쯤 되면 벌벌 떨 몸일진대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옛 그림보다 지금에 애착이 간다 비틀비틀 어지럼증이 생의 지진이다 마그마가 흘러내리지 않아 요행 자전 공전을 마음 두지 않는다 그냥 잘 돌 것이라는 무심 나목이 봄 기다리는 맘은 같을진대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이 한마디가 인색하다 형의 그림자 후견인 버팀목이 내 구도였는데 고사목 직전 모두 허상처럼 다가온다 오늘도 안녕하신가요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작글-021 2021.12.29
안대를 하고 안대를 하고/호당/ 2021.12.29 더 자고 싶다 기상을 매질하는 밝은 빛 밤늦게 잠자는 버릇 6시간 단잠이면 가득 충전한다 밤낮 구별 없이 쉽게 잠자는 이 부럽다 잠재워주는 어머니 손 토닥토닥 안대는 약손 잠과 잠의 연결 접착제 자작글-021 2021.12.29
입 구혈 입 구혈 /호당/ 2021.12.28 입 구혈이 짠 반찬을 만나면 엇박자가 되어 쓰린 말을 뱉는다 일주일 못 되어 또 덧나고 이건 내 스트레스 척도를 입 구혈로 가늠한다 위에서 누르는 아래서 치받히는 모진 말 듣고 내 탓으로 돌려 *눙치려 해도 혀에 걸려 돌기 솟는다 한층 올라섰다 입 구혈 사라졌다 듣기 싫은 말 귀담지 않고 눙치한 것이 약이 된 것이다 * 어떤 행동이나 말 따위를 문제 삼지 않고 넘기다 마음 따위를 풀어 누그러지게 하다 자작글-021 2021.12.27
배경 배경 /호당/2021.12.27두루봉 밑뿌리를 흐르는 거랑 물을 배경으로마른날이 더 많은 한 배 8마리 양들이하루 치의 풀 뜯기도 벅찬 날이 많다넓은 들판으로먹이 풍부한 곳으로옮기기 쉽지 않다배경이라는 것 등짐 같은 것귀중한 것으로 잔뜩 짊어졌으면 든든하지배경과 등짐이 좋으면남보다 두 배 세배 주먹 내밀면 알아주어 우쭐할 텐데 좋은 대접받았을 텐데맨날 골짜기 풀만 뜯다가물러났다그래도 내 밑에 많은 양을 몰고 방향 잡이 했으니 만족해야지 자작글-021 2021.12.27
이 추운 날에 이 추운 날에/호당/ 2021.12.25 크리스마스날 토요일 모두 쉬는 날로 바늘로 살 찌를 듯한 추운 날에 노점상을 펼치고 벌벌 떤다 먹고 살기 위해 하루 벌어도 빠듯한데 뛰고 달리 듯 일해도 밥솥 불 지피기 어려워 거리를 나온 군상들 웅크리고 쫓기듯 지나간다 거들떠보지 않는 행인 노점 침상도 떤다 잠시 밖 바람에 귓불 얼었지만 노점상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을 해님에 고했다 자작글-021 2021.12.26
백지를 앞에 두고 백지를 앞에 두고/호당/ 2021.12.26 칼바람 치는 겨울 깊은 밤 불 꺼진 아파트촌 내 앞 하얀 가슴은 모든 준비를 마쳤다 짙은 향내 코를 찌르지만 내 사유는 너무 먹먹해 시심 하나 풀어내지 못한 딱함이여 꽁꽁 언 연못 꼬꾸라진 갈대는 차가운 가슴 움켜쥐고 무지 무능을 한탄한다 창문을 치는 칼바람 덜컹덜컹 재촉하는 듯 가슴 조여 오는데 그대 가슴 적셔주지 못한 이 한마디 하얀 가슴 그대로 비워 두리다 *思惟:대상을 두루 생각하는 일 자작글-021 2021.12.26
젊은 백수들 젊은 백수들/호당/ 2021.12.26 젊은이의 일터 총총한 스마트폰 점포 불티 날릴 때 경기 좋았고 지금 희미한 잔불 초등학생까지 안 가진 자 없다 두 주먹 쥐고 정신없이 달린들 헤딩할 곳 만원 학사 석사 고급인력 철철 넘쳐 질퍽하게 깔린 고급 백수들 점포 부수고 새로 수리하고 흔한 풍경 미친 듯 달리다가 곤두박질 빗떠 안고 아예 포기한 듯 청춘사업에 열중 오토바이에 아가씨 싣고 무단횡단 씽씽 달리거나 애인 손잡고 천천히 보라는 듯 아무렇게나 활보 또래 쏜살같이 달려 본들 천천히 걸은들 모두 젊은 백수들 자작글-021 2021.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