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496

늙은 호박

늙은 호박 /호당/ 2021.12.20 늙어 환영받을 곳 경로석 젊은 아가씨 옆에 앉기가 좀 당당하지 않은 혹이나 하는 자괴심이 앞선다 잘 늙은 호박 도마에서 식칼 한 방에 짝 사리를 품고 황금 담요 깔고 당당하게 들어내 보인다 호박엿, 호박국, 호박범벅, 호박죽, 호박떡, 호박 부침개 등 부드러운 식감에 다이어트를 하는 여인 이쯤 되면 푸대접은 아닐 테지 지린내는 한사코 지워라 외모 단정하고 깨끗한 차림 할미꽃은 늙어도 할미꽃 늙은 호박이 애호박보다 헐값이 아니다 늙은이여 당당 하라

자작글-021 2021.12.20

시집 읽기

시집 읽기 /호당/ 2021.12.19 시집을 읽는다 눈에 들어온 희미한 문장들 누구의 지문도 밑줄도 치지 않은 초행길 같은 되풀이하여 읽은들 냇가 버들강아지처럼 그대로 묵묵하다 이게 내 본 마음이다 눈 틔지 않은 은유로 꼭꼭 숨고 자기만의 상징으로 비유법으로 길 닦았으니 길이 보이는 듯 보이지 않은 듯 운행한들 조심조심 비틀비틀 통과해도 노정은 어떻고 무엇을 제시하는지 운행한 자나 안 한 자나 거기가 거기 아직 멀었어 시를 쓴다거나 읽었다고 함부로 내뱉지 말라

자작글-021 2021.12.18

사랑을 익힐 때

사랑을 익힐 때/호당/ 2021.12.18누구에게나 좋은 점만 있겠나그녀와 사귄 지 몇 년을 지났다호주머니에 넣은 옥돌처럼따뜻하게 사랑이 익어갔다며칠간 잊어 생각 없이꺼내 보지도 않았더니싸늘하게 식어 토라졌다겨울 날씨도 아닌데 쉽게싸늘해질 수 있으랴주먹에 꼭 움켜쥐듯 따듯하게 달구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포근하게 달아오른다따뜻한 봄날처럼손아귀에서 따뜻한 게 사랑이다자전과 공전이 있어 따뜻한 낮을 푹 쉬는 밤을돌고 돌아 원위치에서 포옹이 사랑의 완숙이다

자작글-021 2021.12.17

올빼미

올빼미 /호당/ 2021.12.17 어둑어둑한 골목에서 뒤뚱할 나이 어느 곳이든 쉽게 뚫려 통증을 앓는다 까만 밤의 터널 무사히 통과하고 삼시 세끼 대령하면 뭐 더 바라겠나 백야로 지새는 고역 이건 삶의 벌이다 밤의 터널에는 야행성 올빼미의 *발호 跋扈 모두를 다치게 하지 않으려는 처방 이 터널 거치면 끝날 一 幕一場 안락한 야행 열차 승차권을 주었다 * 권세나 세력을 제멋대로부리며 올빼미의 **준동 蠢動 없이 함부로 날뜀 벌서지 않아도 **불순세력이나 보잘것 없는 편한 열차에 승차할 것이다 무리가 법석을 부리다.

자작글-021 2021.12.16

가려워 긁다

가려워 긁다/호당/ 2021.12.16 맑은 물로 살려 한들 자고 나면 허방이 파인다 늙었다는 핑계 매일 사워하고 얼마 후 빡빡 긁는다 얇고 건조하고 난수표 같은 표피 목욕탕이면 녹아내릴 것으로 탕 속이면 더 가벼워질 것으로 가장 안락한 생각에 잠겼다 아닌 걸 건조한 사막을 걷는 듯 눈에는 모래 먼지로 표피엔 사막 모래 골이 생겨 각질로 변하여 가렵다 긁는다 피멍 맺혀도 시원시원 시원한 것 화근 안락한 마술에 잠긴 목욕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라 참회는 목욕탕이 깨우친다

자작글-021 2021.12.16

모두 기도 중

모두 기도 중 /호당/ 2021.12.15눈뜨면 걸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막다른 골목에서 멈칫멈칫할 나이다겨울 해님을 향한마스크에 가린 백수들벤치에서 경배하거나 기도 중마스크가 가려주었기 다행이지유식이 풍부한 채신머리 없는검버섯이홈 파인 Sp판처럼 반복하는 자랑듣기 거북한 음 소거는 내 귀의 몫간혹 젊은 엄마중무장한 아기 끌려가는 듯 걷는 모습 귀여워 사랑 뭉치다장기 바둑판이 뒤엎고 소주병이 뒹굴고그때 마스크 없어 공포 없는 자연이었지지금 정숙한 공원에서참배하는 듯기도하는 듯마음 닦는 듯끝나는 종점에서붉은 사랑 한 점 맛볼는지

자작글-021 202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