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벌과 호박꽃의 나들이 호박벌과 호박꽃의 나들이 호 당 2008.7.18 샛노란 호박꽃 해맑은 아침 이슬 맞고 방긋 웃는 저 매력 봐! 불타는 눈동자에 호박벌은 잠시 몽롱했으나 힘찬 나래 펄럭이며 꽃 속을 날았다 10여 송이 호박꽃은 넓은 치마폭으로 감싸 포용했기에 보이지 않는 동질 의식 속에 양과 음이온이 자연스레 녹았다 .. 자작글-08 2008.07.29
포장마차 포장마차에서 호 당 2008.7.28 어둠이 깔리면 여기 갖가지 세상사가 흘러나와 와글거린다 내가 포장마차에 들렀을 때 아직 귀때기 새파란 남녀가 소주잔을 두고 산 낙지를 쿡쿡 찔러대며 세파란 말은 몰라도 철딱서니 없는 말이 사랑인 줄 함부로 내뱉고 있었다 중년층은 끼리끼리 모여 말간 소주잔에 .. 자작글-08 2008.07.28
폭염-3 폭염-3 호 당 2008.7.27 함지산 기슭의 운암지 넓고 깊은 가슴에 산을 담고 하늘을 담고 찾아드는 많은 얼굴들을 담아 거울처럼 너그럽게 비추며 세월을 흘리는 사이 섭씨 36.2도의 화염을 참느라 긴 날숨 쉴 때마다 땀방울 솟아냅니다 마치 고래가 숨 쉬듯 너그러움도 포용도 더위에는 지치는가 봅니다 너.. 자작글-08 2008.07.27
팽이 팽이 호 당 2008.7.26 가혹한 채찍질로 잘 길들어진 몸 어지럽다 이제는 차라리 쓰러지고 싶다 의타적인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쓰러진 들 마음마저 쓰러지지 않는다 의타 줄에 매달려 시한폭탄 터지기 전에 가슴으로 내 뜻대로 돌고 싶다. 자작글-08 2008.07.26
선풍기 선풍기 호 당 2008.7.24 새 모델(Model)의 선풍기야 아름다운 여인처럼 사랑받지만 한물간 선풍기를 근 10여 년 동안 창고 모퉁이에 처박아 두었더니 먼지가 뽀얗고 녹슬었다 사랑받지 못하면 저렇게 될까? 안쓰럽고 연민이 생겨 닦고 조이고 기름 쳐주었더니 손색없이 바람을 날려 주었다 그래 아직 젊어 .. 자작글-08 2008.07.24
얄팍한 돌에 깔린 풀꽃 얄팍한 돌에 깔린 풀꽃 호 당 2008.7.21 푸른 하늘 아래 찬란한 밥상 내려놓으며 시아버님 아침 드세요 얘야 벌써 아침 이냐? 싱싱한 풀꽃이 받는 일상의 소리인데 넓적한 돌조각에 깔려 노랗게 꼬부라진 욕망 시아버지 소리 듣고 헤치고 나오고 싶어도 짓눌린 삶의 무게 때문에 주저앉아 노랗게 삭이는 .. 자작글-08 2008.07.21
새벽의 산책 새벽의 산책 호 당 2008.7.16 고요한 여름날의 새벽 한창 꿈의 새벽일 텐데 새벽을 나서면 마르지 않는 맑은 샘물이 가슴깊이 흘러들어오는 것 같다 울창한 수목은 침묵하지만 그 속을 지나면 떼 묻지 않은 유아처럼 신선하다 신선한 새벽을 산책하면 흐트러진 실타래를 가닥 잡아 희망찬 하루를 시작할 .. 자작글-08 2008.07.20
침묵으로 여는 새벽 침묵으로 여는 새벽 호 당 2008.7.19 쬐꼬만 포구다 마음 편한 바다 오늘은 무척 너그럽게 세상을 안고 순하디 순한 처녀의 미소로 새벽을 연다 멀리서 통통배 몇이 정적을 깨트릴 뿐 말문 닫은 갈매기무리 바위에서 나래 접고 숙성 중이고 바닷가 나무 몇 그루는 부동자세로 묵상 중이다 포구에서 뭍으.. 자작글-08 2008.07.20
혼자 집에서 하루를 혼자 집에서 하루를 호 당 2008.7.15 확확 달아오르는 오후다 시든 풀잎이 들판에 외로이 누워 있어도 벨 소리 한번 없다 누가 알아주랴! 때로는 외로움이 밀려온다는 것에 복사열이 사정없이 외로움을 토해낸다 먼 산이 외롭고 전봇대가 쓸쓸하게 보인다 시든 이파리에 생기 불어줄 그임을 기다린다 누.. 자작글-08 2008.07.15
덕유산 육십령 덕유산 육십령 호 당 2008.7.11 초보운전 시절 잠자는 내자를 깨워 새벽을 달렸다 자욱한 안개를 뚫고 뭣에 홀린 사람처럼 창자보다 더 꼬이고 지붕에 걸친 사닥다리보다 더 가파른 길을 어지럽게 올라 덕유산 등허리에 멈추었을 때 저 멀리 운해는 넘실거리는 파도다 창칼 화살 메고 달려오는 병정들 같.. 자작글-08 2008.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