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 떼 멧돼지 떼 호 당 2008.8.13 옛날엔 산골이나 내려오던 멧돼지가 도시 변두리 외진 곳까지 와서 농산물을 노략질한다 밤마다 멧돼지 발자국에 농민들만 원망 사듯 도심에서 다발로 밝히는 촛불로 주변 상인들만 울상이다 공기총 탕탕 쏘듯 헛방만 소리 내도 잠시 도망갔다가 다음 조용해지면 내려온다 총.. 자작글-08 2008.08.13
내탓이요 내 탓이요 호 당 2008.8.11 신중하지 못하고 매사 덤벙거리는 나 헛바퀴 돌아도 재 딴에는 잘 돌아가는 줄만 알고 거들먹거릴 때도 있었다 필름 넣고 사진 촬영시대를 아날로그 시대라고 할까요? 그때 퇴임식장에서 연방 셔터를 눌리고 무개를 잡았다 가족을 모아놓고 사진관에 맡겼을 때 필름이 돌아가.. 자작글-08 2008.08.10
소심 소심 호 당 2008.8.10 겨우 햇살 한줄기 받아 연약하게 자란 나무 몸짓도 작으려니와 가지도 연약하다 지나쳐버려도 될 일을 대담하지도 못하여 세세한 잔가지까지 근심하는구나! 반세기 한참 넘어 오기까지 자라도 버릴 것은 버리고 떨친 것은 떨치지 못해 소심한 골짜기에 서성거린다. 자작글-08 2008.08.10
포도밭을 지나며 포도밭을 지나며 호 당 2008.8.8 송이송이 매달린 포도가 비닐우산을 쓰고 8월의 마지막 뜨거운 햇살을 받고 있었다 촘촘히 얼굴 포개고는 벌겋게 달아올라야 달게 숙성하나 보다 나는 벌겋게 다는 것이 싫어 녹음 덮어쓰고 계곡에 숨어들고 있으니 숙성되기는 틀렸다. 자작글-08 2008.08.10
폭탄세일 폭탄세일 호 당 2008.8.9 가게 앞에 폭탄세일이라고 당당하게 걸어 놓은 현수막을 보고 폭탄이란 섬뜩한 낱말에도 놀라지 않는다 폭탄 맞아 폭삭 내려앉을 만큼 가격을 내린다는 말인가! 그러면 밑지는 인생이 될까? 그래도 남는 인생이 될까? 폭탄세일로 구매해도 싸게 잘 샀다는 생각보다 혹시 믿어지.. 자작글-08 2008.08.10
물한계곡 물한계곡(勿閑溪谷) 호 당 2008.8.8 바람 소리 동무 삼아 너를 찾으니 솔향기 실은 맑은 물이 나를 반겨주고 들꽃향기까지 실어주네 멀리 가버린 시간 속 그때는 왜 몰랐을까? 어여쁜 여인이 있다는 걸! 그녀에게 한 움큼의 농을 주니 새하얀 웃음으로 받아주고 살짝 손을 내밀면 아이스크림보다 더 시원.. 자작글-08 2008.08.08
황토 길 황토 길 호 당 2008.8.6 참새도 밟지 않은 황토 길을 새벽을 가르며 걸었다 길가 풀잎이 새벽이슬 맺고 있었지만 내가 지날 때 후드득 깨어났다 싱그러운 풀 향기 발끝에 닿는 부드러운 촉감이 어울려 어머니의 품 안처럼 포근하다 조금도 융통성 없는 시멘트 길바닥에 길들인 나 황토 길이 여유롭게 느.. 자작글-08 2008.08.06
제3 땅굴 제3 땅굴 호당 2008.8.2 무시로 푸른 등줄기를 넘나들지 못해 남몰래 두더지처럼 숨어들다가 들킨 부끄러운 동공 어리석고 무모한 두더지가 도망간 발자취에 불 밝히고 모노레일로 갖가지 입술 담아 나르고 있으니 야릇한 장난이다 너는 애초에 노략질의 동공이었으나 나는 관광 상품으로 둔갑시키고 .. 자작글-08 2008.08.04
민통선 민통선 호 당 2008.8.2 꼬불꼬불한 길은 민통선 철조망에서 멈추었다 푸른 초목은 예나 제나 같아 무심히 푸름을 뻗고 있건만 한 마리 새는 날개 퍼덕이며 철조망 넘어 자유로이 넘고 있건만 나 여기 가로 놓인 철조망 앞에서 망원경으로만 넘보고 있을 뿐이다 날개 찢긴 산하는 무심한 세월만큼 묵묵하.. 자작글-08 2008.08.04
소나무뿌리 ♧소나무 뿌리 ♧ 호 당 2008.7.31 메말라 얼굴 푸석푸석한 등산로다 어느 지점에서 한사코 흙을 움켜잡고 실핏줄처럼 얽힌 소나무뿌리를 보았다 처음은 땅속을 파고 있었을 텐데 발자취에 모진 세월에 시달리다 드러난 뿌리에서 모정을 느낀다 내 등이 짓밟혀도 등허리가 굽어도 흙을 움켜잡아야 내 핏.. 자작글-08 2008.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