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에서 노래방에서 호 당 2008.8.25 새파란 풀잎이고 싶은데 그리움만 움켜잡는 떡잎이 우르르 노래방에 들렸다 꽃피고 열매 맺어 가는 세월에 실어 심은 것이 한참 지나고도 남은 그들 앞에 맨발로 다가온 최신 쏘나타 차가 쏜살같이 스치고 흰 먼지만 뿌옇구나! 울적한 가을날아! 너를 붙잡고 목청껏 외쳐본다.. 자작글-08 2008.08.26
군살 군살 호 당 2008.8.25 껍질 더 벗길 수도 없어 단단하게 굳어버린 군살이 발가락에서 나를 빌붙는다 아무리 아첨한들 입맛을 환심 사는 군것질거리도 아니고 방바닥 사랑받는 군불도 아닌 것이 눈 밖의 사랑뿐이다 오장육부 밖의 것이 군살 같은 삶이 아니길 마음을 추스르려 본다. 자작글-08 2008.08.25
세탁기 세탁기 호 당 2008.8.23 찌든 옷가지에 세제를 풀어 넣고 전원을 눌렸더니 흰 거품이 묵은 때를 끌어내어 부글부글거렸다 묵은 세월에 낀 마음의 때는 세탁기에서 씻지 못할까? 돌아가면서 세탁 헹굼 탈수를 번갈아가면 새하얀 옷가지가 되는 것처럼 이끼 낀 마음을 빨래하여 새하얀 옷가지로 바지랑대.. 자작글-08 2008.08.23
떠나는 마음 떠나는 마음 호 당 2008.8.21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그대 마음의 물결이 파문으로 사라지려나 가만히 와서 잠자는 풀잎 깨워놓고 때로는 폭풍처럼 휘몰아 멀건 이파리를 검푸르게 적셔놓더니 더는 적실 곳 찾지 못했는지 메마른 잎사귀가 싫어선지 떠나려는 마음의 물결이여 얼마나 그 이름 더 불러야 .. 자작글-08 2008.08.22
갈고랑이 갈고랑이 호 당 2008.8.22 갈고랑이가 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얼마나 세월을 흘렸는데 지금은 추억마저 사라진 물건 쇠죽물이 펄펄 끓을 때 여물을 뒤집는 소 갈고랑이의 나뭇결을 따라가면 돌아가신 아버지의 숨결이 흐르고 닳고 닳아 반들거림이 세월을 짐작한다 처음 네가 태어났을 때는 .. 자작글-08 2008.08.22
죽겠다는 말이 죽겠다는 말이 호 당 2008.8.19 혹서 혹한에 흔히 더워죽겠다 추워죽겠다고 예사말처럼 입 밖에 내 놓는다 정말 죽겠다는 말은 아닐 테고 참지 못하겠다는 말일 것이다 사람보다 더 잘 참고 견디는 보도블록 틈에 끼인 풀이랑 겨울철 냉이를 봐라 밟힐수록 더욱 굳게 추울수록 더욱 몸을 낮추고 죽겠다는.. 자작글-08 2008.08.19
외식 외식 호 당 2008.8.17 끼니마다 그릇 부시는 일이 안쓰러워 가끔 외식을 했다 해님이 공중 반은 훨씬 지났는데 식당 안은 쌀벌레들이 와글거렸다 당신과 마주하고 주위를 보니 효도하는 세 마디 끄나풀보다 두 마디 끄나풀로 묶인 새파란 풀잎이 더 많았다 식당 음식 냄새보다 가까운 살붙이의 색깔이 더.. 자작글-08 2008.08.17
진한 욕망 진한 욕망 호 당 2008.8.16 이른 아침 팔거천 둑을 걸을 때 빗방울이 우산을 타닥타닥 후려쳤다 삶의 격려처럼 들렸다 마주하는 빛바랜 입술들에 진한 욕망이 반짝인다 팔거천이 황토물을 쏟으며 도도한 것처럼 건강의 밧줄 힘차게 움켜쥐고 싶은 거겠지 나는 얼마쯤 도도한지! 자작글-08 2008.08.16
비둘기 비둘기 호 당 2008.8.14 땅거미가 사라진 이른 아침 공원 벤치에 앉았다 내 정이 묻은 보리쌀을 발아래 뿌려 두었다 사랑이 가득한 비둘기 쌍쌍이 마음 놓고 받아먹었다 너는 나와의 정의 가교가 놓였다고 생각하니? 아니 본성이니? 큰기침을 해도 들리지 않았는지 실속차리고 날아가는 비둘기를 시선만 .. 자작글-08 2008.08.14
쇠비름 쇠비름 호 당 2008.8.14 쇠비름이 한여름의 찌는 더위에 화단에서 채송화를 제치고 보라는 듯 활개를 쳤다 뽑아 흙냄새에 멀리 두었다 한 달 가뭄에도 땀 뻘뻘 흘리는 일꾼보다 더 싱싱했다 몸통에서 마르지 않는 피가 약간 탁했을 뿐 실개울이 그대로 흐르고 눈망울이 초롱 초롱 했다 쇠비름의 몸에 광.. 자작글-08 2008.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