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키스-1 첫 키스 호 당 2008.9.11 그녀와 자주 만났지만 처음으로 붉은 토마토에 접근했을 때는 잔잔한 연못은 파동쳤다 바싹 다가갔을 때 그녀는 활짝 열린 창문을 닫아 붉은 햇살을 살짝 가려 주었다 와락 덮쳐 한입 깨물었을 때는 드럼 판이 파르르 떨었고 조각배는 출렁이는 파도 타고 수.. 자작글-08 2008.09.11
하얀 웨딩드레스 하얀 웨딩드레스 호 당 2008.9.9 결벽증 때문에 내 것으로 한 웨딩드레스가 나를 비웃고 꾸짖는 것 같다 통과의례 문을 두드릴 때 선망의 세례 받으며 펄펄 날려 희망차고 화려한 꿈길 걸었건만 꽃밭을 지나왔을 때 드레스는 옷장에서 허영을 품고 졸고 있지 않은가! 내 삶의 일회용은 다시는 허락하지 .. 자작글-08 2008.09.10
수박 수박 호 당 2008.9.9 아직은 철없는 가시네 그저 무럭무럭 자라는 것만이 내 일이랍니다 햇볕이 땀방울 끌어낼 때 내 몸도 자꾸 그리움으로 커서 어쩔 수 없이 붉어만 가는 속살 미루나무 이파리 팔랑대는 꼭대기에 임 찾는 매미 소리 들릴 때는 미치도록 그리는 붉은 마음으로 가득 차 버렸다 사랑하는 .. 자작글-08 2008.09.09
바랭이 바랭이 호 당 08.9.7 잡초의 서러움 누구에 짓밟혀도 발길로 차여도 하소연할 곳 없다 비바람 불어 쓰러지거나 망나니들 후려치고 뒹굴어도 소 발굽에 짓밟혀도 꼬부랑 낫 번득여도 내가 받아들여야 할 숙명 빨리빨리 영글어 떨어뜨리는 일뿐이다 우리끼리 터전 닦아 모이자 뭉치자 불모지를 개척하자 .. 자작글-08 2008.09.08
게발선인장 게발선인장 호 당 2008.9.4 유난히도 반들거리는 너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마음 다 주고 싶다 더 좋은 황경 마들어주려 새집지어 이사 시켜 주었더니 낯 설이가 심하여 새 터전잡기 힘들어 하네 옹달샘 단 젖줄 입에 물고도 자꾸만 어께 늘어뜨리느냐 집안에만 가두어 기루다 바깥에 나가니 낯선 친구.. 자작글-08 2008.09.05
지는 꽃 지는 꽃 호 당 2008.9.3 화려했던 지난날들 그만큼 찬사를 받았으면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니 매력을 흩날려 붕붕거리는 벌을 끌었지만 시든 꽃보고 떠나고 있는데 미련을 못 버리고 매달리려는 빛바랜 꽃 훌쩍 떨어짐으로써 우물에 맑은 물 고여 철철 넘치는 가을을 맞을 것이니 지금은 .. 자작글-08 2008.09.03
장작 패기 장작 패기 호 당 2008.9.1 한겨울 대지는 움츠리고 있을 때 간벌해온 나무를 잘라 장작을 팼다 날카로운 이빨 번득이는 쇳덩어리로 패면 한방에 결백하다고 딱 부러지게 말하고 말았다 너는 결 바르고 나눌 줄 안다고 한 줄의 찬사라도 적어 두겠다 한여름에 장작을 팼다 날 새파란 쇳덩어리로 아무리 내.. 자작글-08 2008.08.31
한방물리치료실에서 한방물리치료실에서 호 당 2008.8.31 등짐지고 걸어온 70고지 그의 밑뿌리에서 오르다 허리 삐끗하여 한방물리치료실에서 새우등 내밀면 수지침이 다발로 내 인생을 채찍질했다 바늘 끝을 달래어 듬성듬성한 소나무 잡목의 70고지에서 아래를 굽어보면 고지마다 갖가지 사연의 파도가 일렁이고 있었다 .. 자작글-08 2008.08.31
칼날 세우다 칼날 세우다 호 당 2008.8.29 새파란 모판에서 참새 짹짹거리는 소리에 익숙한 나 지금은 장막 없는 울타리에서 헤엄치고 있다 그간 채워 놓은 곳간 없어도 그때는 몰랐다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문 두드려 들어가 보면 크게 웃고 몸짓 요란스런 이는 화단 잘 가꾸었거나 곳간 두둑한 이었다 보이지 않는 .. 자작글-08 2008.08.29
인연의 향기 인연의 향기 호 당 2008.8.27 우연한 인연으로 통성명하고도 그 향기의 맛깔을 잊어버리는 나 매일 보는 이름 모를 들꽃 보듯 겨우 한 겹 문만 열고 더는 열지 못해 대궐 겉모습만 바라본다면야 혹시 겉껍질만 맴도는 것이 아닐까? 하기야 옷깃 스쳐 진한 향기 풍겼어도 헤어져 오랫동안 세월의 강물 헤엄.. 자작글-08 2008.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