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5 갈대-5 호 당 2008.10.25 쇠붙이도 녹일 때의 당신 겉은 칼날 같은 성깔이었지만 속으로는 시원한 냇물로 건너왔지요 그러던 당신이 어둑어둑한 나이 서릿발을 덮어쓰고 휘청거리지만 늘 풍성하고 포근하여 따뜻한 손길로 나를 잡아 주셨어요 겨울날 하얗게 물들인 눈 섶 치켜 새우고 뜬 눈동자를 남쪽으.. 자작글-08 2008.10.25
황악산 직지사 황악산 직지사 호 당 2008.10.20 이만큼 이어 온 삶이 일주문을 들어서서야 그대 품에 안긴 것인가? 울창한 숲의 침묵이 내뿜는 숨결을 폐부 깊숙이 받아들여 기침을 하려 하네 그대 품에 더 깊게 빠져들 때 반야심경 독경이 가슴에 떨어지네 허망의 땀방울 떨어지네 가을 낙엽 대신 새들이 날아가네. 자작글-08 2008.10.21
소나무 한 그루 소나무 한 그루 호 당 2008.10.20 진열장의 마네킹처럼 홀로 서 있는 나 김천시 역사 앞을 지키고 있을 뿐 뭇사람들의 시선을 받아 찬사를 받아 때로는 위로도 받았지만 실은 외로움을 이길 수 없다 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다 지쳐 우두커니 하늘만 바라보고 밤이면 오들오들 떨기도 했었다 친구들과 어울.. 자작글-08 2008.10.20
사랑 사랑 호 당 2008.10.18 체온으로 키운 꽃향기를 서로 맞지 못하면 찌그러진 사랑 나는 백합향기 무척 좋아했으나 개나리의 향이 스며들지 않을까 두렵다. 자작글-08 2008.10.18
수련회 수련회 호 당 2008.10.15 망나니 같은 어린놈이 수련회에 참가한다고 좋아 뜬눈 오냐 소풍쯤 생각하는 모양인데 불 속에서 새빨갰다가 피식 소리 내며 몇 번이나 담금질 당하고 와봐라 세 번 담금질하고 돌아온 어린놈의 행동이 뭔가 변한 타원형 같았다 그래 아직도 멀었다 담금질을 하면서 크는 거야 .. 자작글-08 2008.10.16
10분간의 휴식 10분간의 휴식 호 당 2008.10.16 40분은 길들인 양떼인것이 10분은 갓 붙잡아 온 미꾸라지 팔딱거리는 새싹 소리없이 지절거리는 노란 병아리의 부리 미래의 희망은 밝기만 하다. 슈베르트 Der Lindenbaum(보리수) / Nana mouskuri 자작글-08 2008.10.16
단풍 단풍 호 당 2008.10.13 싱싱하게 가꾼 몸이 익을 대로 익어 지금은 한창 열애중이다 누구를 그리워 애달아 붉게 달아올랐다 굳이 포옹하지 않아도 살갗 닿기만 해도 사랑의 단물 뚝뚝 흘리리라 내 허리 기어오르는 너 함부로 탐하려 들지 말라 마음 내려놓는 이에게만 내 마음 받아가라 내 방식의 연애다... 자작글-08 2008.10.13
무르익은 가을 무르익은 가을 호 당 2008.10.13 곧 노을이 사라진다 지금은 하산할 시간 마신 술로 붉게 달아올랐구나! 온 산이 부끄럼 가득하다 애달아 붉어진 가랑잎이 내 어깨에 슬쩍 내려앉으며 걸음을 재촉하라 하네 붉은 도토리 낙엽 속에 숨으며 내년 봄까지 온전히 내 몸 보존할지 걱정한다 선명한 빛깔 위에 바.. 자작글-08 2008.10.13
아침 아침 호 당 2008.10.12 시커먼 먹물로 배인 검은 바다는 출렁이는 물결에 퍼져 빠져나가는 검은 빛살이 사라진 빈자리를 장미 한 송이 어둠을 사라 먹고 피어난다 검은 장막 속에 피웠던 복사꽃향기 뒤로하고 금빛 출렁이는 삶의 대지에 배 띄운다. 자작글-08 2008.10.12
추수(秋愁) 추수(秋愁) 호 당 2008.10.9 지금은 일 막 삼 장의 끝자락 맑게 빛나던 눈동자는 초점 잃고 싸늘한 하늘을 맴돈다 수심에 물들인 상처조각들 맥없이 떨어져 뿔뿔이 헤어지고 다정했던 그임과 늙어버린 시간의 그리움은 뒤로하고 멍든 마음 한 조각은 소슬바람에 떨고 있다 빈 그루터기만 남은 넓은 들판.. 자작글-08 2008.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