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밤은 따뜻했다 산사의 밤은 따뜻했다 -해인사의 밤- 호 당 2008.12.5 적막한 산중의 밤이다 표독스런 여인의 앙칼진 성깔에 냇물은 차디찬 석고 나무들은 질렸다 그러나 방안은 화끈거렸다 지성의 눈망울이 엉켜 체온으로 우정으로 데웠다 아주 늙어버린 시간의 어린이가 되어 소꿉놀이하면서 뒤엉켰다 순수한 맑은 물.. 자작글-08 2008.12.07
쓰러진 나무-1 쓰러진 나무-1 호 당 2008.12.6 태풍이 핥고 간 뒤 키 큰 아카시아 나무가 쓰러진 것을 보았다 팔이 부러져 허연 살갗 들어낸 나무가 고통을 참아가며 잔가지까지 실개천을 내어 힘을 실어 보내는 것을 보았는가 발목에 깁스(Gips)하고 그만 주저앉는 나약한 이 봐라 한 손 잃고 외팔로 길모퉁이에서 붕어빵.. 자작글-08 2008.12.06
불꽃 한 송이 불꽃 한 송이 호 당 2008.12.2 물결 흐름에 따라 약속으로 이룩한 불타는 꽃 피워 우주의 공간에서 반짝이고 싶다 그것은 비오나 눈 내리나 바람 불어도 꺼지지 않는 불 불꽃 너의 따스한 가슴에 불꽃 한 송이 꽂아주고 붉은 입술에 포근한 햇살로 감싸주고 싶다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사랑의 궤도를 달.. 자작글-08 2008.12.02
황소는 푸른 초원에서 같이 놀고 싶다 황소는 푸른 초원에서 같이 놀고 싶다 호 당 2008.11.30 포성이 사라진지 반세기 초토화된 토양도 상처 아문지 반세기 그러면서도 같은 어미 소에서 태어난 황소는 자란 환경의 영향인지 판이한 성격 구름 낀 하늘아래 초근목피도 제대로 먹지 못한 황소는 사납기만 했다 뿔을 치켜 새우고 눈빛은 전의에.. 자작글-08 2008.11.30
더듬이 더듬이(觸覺) 호 당 2008.11.26 하얀 백지장인가 봐 밀가루처럼 보들보들하고 수정처럼 깨끗하고 미끄럽다 유연하고 감미로운 촉감에 만끽하려는 더듬이의 욕망 볼록한 무덤 생명의 보고 긴 촉수로 툭툭 찔러 본다 모든 장비 동원하여 빨고 핥고 더듬어본다 더듬더듬 훑어 내려간다 윤기 자르르 흐르는 .. 자작글-08 2008.11.26
두더지 두더지 호 당 2008.11.2 소나무 숲 옹달샘에 촉각 날개 펄럭이며 사랑의 전파 날려 볼 미래를 꿈꾼다 등록한 발자국은 두고 누구의 발자국도 없는 낯선 땅속을 개척하려 헤집고 간다 권모술수는 모른다 나만의 장비로 후각과 촉각의 안테나를 세워나갈 뿐이다 비뚤어진 빛 속이거나 찬란한 빛 속에서 왁.. 자작글-08 2008.11.26
청송 약수탕에서 청송 약수 탕에서 호 당 2008.11.24 나뭇잎들은 땀방울에 지쳐 있을 무렵 약수에 목말라 긴 행렬로 늘어 선이 가운데 오뚝한 여인 반짝이는 눈망울과 새하얀 이빨로 내 마음 앗아 가버렸기에 잔상의 그늘로 죽 버티어왔다 근골 들어난 나무들이 싸늘한 찬비에 떨고 있는 오늘 내 마음 한 꾸러미 표주박에 .. 자작글-08 2008.11.25
옹달샘-1 옹달샘-1 호 당 2008.11.22 하산하다 지친 몸 목 타는 이 몸 쓰러질 것 같은데 고운 여인의 손에 한 바가지의 물을 들고 기다리고 있는 이 그는 무료 급식을 주관하는 여인 그의 발아래 순진무구한 유아가 물병을 들고 있어 와락 끌어안았다 달콤한 젖 냄새가 난다 햇볕이 환히 쬐여 출렁이며 먼저 머문 물.. 자작글-08 2008.11.22
옹달샘 옹달샘 호 당 2008.11.21 나의 옹달샘은 가느다란 대롱으로 방울방울 흘려 모은 맑은 물 빈손으로 일구어 놓은 생명줄을 통하여 끊임없이 흘려 모으고 보냈다 예쁜 암탉 맞아 목축이면서 병아리 세 마리를 연신 물 주다보니 고이는 물은 항상 바닥이 보였다 낮이면 양계장에 나가 남의 병아리를 키우고 .. 자작글-08 2008.11.21
그 해 저문 겨울 그해 저문 겨울 호 당 2008.11.18 흐리다 눈 오다 찬바람 부는 나이 저무는 그해 겨울날을 뒤돌아본다 저무는 강가에 홀로 나서면 끊임없이 흘러가는 저 강물이 바다가 보인다고 손짓을 한다 지팡이에 의지하여 산을 오르면 피골이 맞닿는 앙상한 가지는 찬바람 얻어맞고 떨고 있는데 그 바람 끝나는 어.. 자작글-08 2008.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