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예방접종하던 날 독감 예방접종 하던 날 호 당 2008.10.9 그곳에선 퇴역 군(退役軍)인 구겨진 핫바지 치마만 와글거렸다 늙어버린 세월에 지친 목소리는 질서 있게 소용돌이로 말려들어 가고 있었다 그들은 독버섯 포자 덮치지 못하도록 방호벽을 쌓고 뻗은 가지에 검은 상처 입히지 않으려는 욕망뿐 하얀 비둘기의 따끔.. 자작글-08 2008.10.09
국향(菊香) 국향 (菊香) 호 당 2008.10.8 사랑을 피울 수 있는 꽃다운 너 되기 위해 고행의 시련을 이겨온 보람 있어 황색 짙은 그윽한 향 피우고 있구나! 사랑이 머문 자리 언제나 해님의 따스한 손길 닿으니 찬 서리 매운바람에도 끄떡없이 견뎌 고절의 기상과 향이 나를 매혹 시키는구나 너의 매력 한 줌 내 곁에 두.. 자작글-08 2008.10.08
한 알의 시심을 캐려 한 알의 시심을 캐려 호 당 2008.10.6 때 묻지 않은 천 조각에 시심으로 물 들리려는 마음이 진하여 한 움큼의 시심이 깃든 우물을 캐려고 파고 또 팠다 마치 잃어버린 소 찾으려는 심정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헤맸다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했고 때로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맥박의 고동이 희미해.. 자작글-08 2008.10.06
황무지를 일구다 황무지를 일구다 호 당 2008.10.5 버려진 땅 한 조각에 낮에는 잡초만 커가고 불 꺼진 밤엔 짐승 소리 들렸다 식은 감자 한 알 두고 끈질기게 파고 또 파서 두레박 늘어뜨렸다 물 한 모금 목축이기고 갈아엎고 또 갈아엎었다 이윽고 기름진 옥토에 물 흘려 들여 붉은 감 오롱조롱 익게 하였다 이제야 알았.. 자작글-08 2008.10.05
황량한 늦가을 황량한 늦가을 호 당 2008.10.3 서릿발 밟고 기차는 기적을 토하고 지나간다 한낮 싸늘한 공중에 매달린 구름 조각들이 담배연기처럼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붉은 전단지 한 장 공중을 맴돈다 황량한 늦가을의 들판 벼 그루터기는 내줄 것 다 주고 몸뚱이 이지러진 사이로 참새 몇 마리 서성거리고 살을 .. 자작글-08 2008.10.03
지금 창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지금 창문을 열고 나가야 한다 호 당 2008.10.1 오늘도 방안에서 맴돈다 새장의 새가 단조로운 생활 하듯 방안의 세간이 제자리만 지키듯 내 그림의 구도는 그대로다 바깥세상을 그림에 담아 더 밝고 환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봉창을 열었더니 차디찬 바람이 가슴을 쳤다 얼마나 더 허물 벗.. 자작글-08 2008.10.02
섬진강을 맞으러 가다 섬진강을 맞으러 가다 호 당 2008.10.1 친구들과 떼 지어 남으로 내려갔다 날마다 재생 필름에 익숙한 몸 오늘만은 뒤로 밀쳐놓고 낯선 생필름을 펼치니 신선하다 낯선 바람이지만 훈훈하다 금호강 낙동강을 따돌리고 섬진강을 맞는다 소백산맥 자락을 흘러 영호남을 적시는 섬진강 새파란 눈망울에 넓.. 자작글-08 2008.10.02
가을국화 가을 국화 호 당 2008.9.30 불로동 화훼단지 가게 앞은 노오란 가을을 퍼다 내놓았다 짙은 가을 향기 내 가슴도 노랗게 젖어들었다 우르르 몰려와서 가을을 퍼 담아가면 어느 집 베란다에서 향기 날리며 방긋 웃어주고 있겠지 시들고 찌그러져 보잘것없는 꽃 한 포기는 이웃에 향기 피워주지 못해 안쓰럽.. 자작글-08 2008.09.30
밤송이를 까며 밤송이를 까며 호 당 2008.9.27 밤나무 군락지에 지천으로 깔린 고슴도치처럼 가시 새워 있거나 고동색 알몸으로 뒹굴고 있었다 제아무리 가시 새워 저항하지만 어림없는 항변은 통하지 않아 발길 돌돌 말아 심문하면 알몸으로 조아렸다 비비거나 밟으면 빠져나오는 알맹이 이보다 더 신나는 일 있겠나.. 자작글-08 2008.09.28
설화-1 설화 호 당 2008.9.27 눈에 짓눌린 초가 한 채에 꽁꽁 언 땅 같은 방은 냉기가 가득한데도 거기에 자리 잡고 한 떨기 화려한 설화를 피웠다 면류관을 쓰고 고운 빛깔 고운 향기 넓은 도량으로 이웃을 포용하여 짓눌린 눈덩이를 녹여 밝은 공동으로 빛내고 있었다. 자작글-08 2008.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