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들판 가을 들판 호 당 2008.9.24 거대한 파란 거울에서 서기를 반사 받은 들판은 만삭이다 탱탱 불거진 대지의 잉태 곧 예리한 칼날로 제왕절개를 기다린다 옥동자를 갈무리할 포대기를 착실하게 준비하고 해산의 기쁨을 기다린다 농심의 가슴도 부풀어있다. 자작글-08 2008.09.24
그리움 그리움 호 당 2008.9.22 너는 영원히 잊지 못할 가슴에 묻어 둔 고향 한순간 잊을지라도 문득문득 샛별처럼 떠오른다 객석 가득한 관중으로 매웠다가 썰물처럼 물러간 텅 빈 객석에 홀로 초점 잃은 눈빛만 허공에 머물고 싸늘한 찬 공기만 나를 엄습하니 무엇으로 감당하랴! 꿈의 가장자리인데 잠 못 이.. 자작글-08 2008.09.23
갈대-4 갈대-4 호 당 2008.9.23 지금은 달빛 내리쬐는 밤 졸고 있지만 한낮은 양지바른 언덕에서 흰 수염 쓰다듬고 세월을 삼키고 있었다 한때 노루 사슴 붉은 눈총 받기도 하고 새파란 몸매 뽐내 하늘거리기도 했었다 바스락바스락 새파란 가슴 문지르며 푸른 꿈 흘려 밤 지새는지 몰랐었다 꿈 많던 그 시절 지.. 자작글-08 2008.09.23
반점 반점 호 당 2008.9.10 흰 잠바에 꽂힌 볼펜에서 잉크가 손바닥만 한 반점으로 번져나갔다 하얀 마음에 검음 반점이 번지지나 않았는지! 허공에서 인터넷이란 요술에 번지는 야릇한 색깔 말고 화선지에 묵향 번지듯 당신의 사랑이 붉은 마음 반점으로 번져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 오늘은 검은 반점에 시들.. 자작글-08 2008.09.21
매달린 꽃 매달린 꽃 호 당 2008.9.21 미의 여왕처럼 훈풍을 받았다 오래오래 훈풍 잃지 않으려 했으나 초침은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 소원이라면 한 떨기 꽃다발로 거꾸로 매달리고 싶다 모든 욕심 버리고 단 한 가지 향기 다 하더라도 곱게 마르고 싶다. 자작글-08 2008.09.21
양파껍질을 벗기다 양파껍질을 벗기다 호 당 2008.9.20 야성적 속물근성 일방적인 공세로 유연한 곡선인 몸매를 탐하려 했다 한사코 매운 침으로 대항할 뿐 매운 눈물 흘리면서도 야수같이 달려들어 벗겨도 벗겨도 하얀 속살뿐 끝내 밝히지 못하는 속물이 찾는 초점. 자작글-08 2008.09.20
좌절한 가슴에 밝은 빛이 좌절한 가슴에 밝은 빛이 호 당 2008.9.19 하루를 열기 전에 가슴은 밝은 빛으로 채워야 할 공간을 밀려오는 검은 파도로 쫓아버리고 먹구름만 꽉 차버렸다 벌려 놓는 토목공사는 제자리걸음 도착이 늦은 실탄에 발사대는 한가할 뿐이라 채근해봐야 소용없었다 낯익은 대문을 두드려 보았다 뒤 돌볼 간.. 자작글-08 2008.09.19
늦더위 늦더위 호 당 2008.9.14 다 끈 불인 줄 알았는데 되살아 타는 것인가 하도 짓궂게 굴어 쫓아버린 망나니가 문밖에서 발버둥치는가 북으로 기운 목련의 눈망울이 찬 이슬 덮어쓰고 남쪽을 더 기웃거린다 더 깊게 고개 숙인 벼에 매달린 메뚜기의 이마가 더욱 붉어졌다 이마를 맞대고 매달린 사과는 마지막.. 자작글-08 2008.09.15
귀성길 귀성길 호 당 2008.9.13 드높은 하늘 아래 먹거리가 알차게 영글고 달님이 활짝 웃을 때 KS 상표 붙은 가마솥에는 진한 욕망이 펄펄 끓는다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개미의 행렬이 느려도 자꾸 멈추어도 그리워 마음은 벌써 탯줄에 안기고 있다 묻어 둔 향기가 너무도 진하여 그냥 내닫기만 했다. 자작글-08 2008.09.14
도시의 늦은 밤거리 도시의 밤거리 호 당 2008.9.13 휘황찬란한 밤거리 달님은 하늘 가운데 매달려 있을 뿐 달빛 내려앉을 틈을 내주지 않았다 거리를 쏟아져 나온 빛 밝은 옷가지들 하루살이 날듯 와글거린다 대체 뭣 하는 걸까? 늦은 밤에 휘청거리는 취객이 세상이 내 것 인양 휘젓는다 깨어나면 허망인걸! 떠돌이 포장마.. 자작글-08 2008.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