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려보낸 금붕어 흘려보낸 금붕어 호 당 2008.11.16 복사꽃이 필 무렵 밤이면 허공을 헤엄치는 금붕어 한 마리를 어루만지고 낮 동안은 차마 용기 없어 가까이 할 수도 자신 있게 등 뒤에 걸어 둘 화려한 그림도 내 놓을 수 없어 속만 끓였다 속되게 말하는 벌(伐)이라는 것 때문에 감히 쳐다 볼 수 없는 고래 등 기와집의 .. 자작글-08 2008.11.16
고삐 풀린 망아지 고삐 풀린 망아지 호 당 2008.11.15 나 풀밭을 노니는 망아지 그렇다고 방종은 아니다 고요한 물결처럼 매양 잔잔한 파동을 그리며 연못을 지키고 있지만 누군가 갑자기 돌을 던지면 추스를 수 없는 파문 그리다 천천히 되돌아온다 예고한 파동은 고요한 풀밭을 노닐던 망아지에 닥칠 파문의 긴장으로 어.. 자작글-08 2008.11.15
변비 변비 호 당 2008.11.12 옆에서 지켜보는 나 융통성 없는 그이가 답답하다 뻥 뚫린 하수구 같은 성격이면 항상 크게 쾌청한 대화 있으련만 수문 닫아버릴 때는 혈압도 올라가고 쾌청해지기를 열망할수록 진통의 파동은 높았다 굳기만 하는 고집불통의 그이를 녹여 줄 고운임이 그립다. 자작글-08 2008.11.12
귀뚜라미의 울음 귀뚜라미 울음 2008.6.29 소슬바람도 잠들고 세상은 묵념의 가장자리인데 무딘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천상의 소리 같이 들린다 사랑의 교향곡인가 사랑을 갈구하는 부르짖음 또르르 또르르 소리 없이 내리는 새벽이슬처럼 가을이 가슴깊이 스미는데 귀뚜라미 소리에 잠 못 이룬 생각은 애틋한 사랑이 .. 자작글-08 2008.11.12
연약한 새움이 자랄 때 연약한 새움이 자랄 때 호 당 2008.11.9 개구쟁이 소꿉놀이 시절 즐겁게 노는 것만이 내일일 때 곤하디 곤한 몸 밀려오는 어둠 장막 뒤쪽을 숨기만 하면 꿈의 나라에서 헤엄쳤다 밀물이 밀려오고 달이 웃자라 망월일수록 화려했었다 이웃집 순이와의 소꿉놀이에 깨가 쏟아질수록 탱탱 부어오른 고무풍선.. 자작글-08 2008.11.09
대청호 대청호 호 당 2008.11.5 수많은 발자취 추억을 덮고 지금은 출렁이는 물만 가득하다 세월의 뒤안길에 묻어둔 사연들 무심한 대청댐 맑디맑은 물아 수몰이 몰고 온 애틋한 사연을 너는 왜 모른 척 흘러만 가니 어머니의 젖줄을 묻어버리고 그리운 정을 두고 떠난 사람아 고혼의 넋 달래려 찾아와다오 영영.. 자작글-08 2008.11.06
청남대 청남대 호 당 2008.11.5 최근 몇몇 왕개미 잠시 머물다 간 곳 어떻게 놀았는지 호기심 때문에 순하디 순한 개미들이 모여들어 더듬이를 새워본다 나 보잘것없는 개미 아방궁에서 잠시 입과 눈이 커졌다 개미들의 땀방울 그러모아 따뜻한 물 데워 둔 곳 늙은 개미의 눈이 초점은 흐리기만 했다 무심한 초.. 자작글-08 2008.11.06
눈길 눈길 호 당 2008.11.2 머릿속엔 붉은 꽃 웃음을 가득 그리고 있을 뿐 조금이라도 빨리 다가가고 싶었다 눈 내린 오후의 햇살은 엷기만 하지만 두껍게 내린 눈을 꼭꼭 다져 덮은 도로 위로 제각기 다른 생각을 싣고 조심스레 구르고 있었다 나 일주일 동안 쌓아 둔 마음을 싣고 초보의 눈길을 운전해 가야.. 자작글-08 2008.11.02
겨울 찬바람 겨울 찬바람 호 당 2008.10.30 너를 파고들어 온몸 샅샅이 자극하여 일깨워주고 싶다 강 셋을 건너는 동안 안일 나태 향락에 젖은 몸을 일침 가하고 싶은데 한사코 말리는 목도리랑 문풍지가 원망스럽다 차디찬 눈으로 매섭게 노려볼수록 빈틈으로 파고들고 싶은데 거부만 하지 말고 포용할 수 없겠나 아.. 자작글-08 2008.10.30
기다리는 마음 기다리는 마음 호 당 2008.10.29 한창 봄꽃이 만발할 나이 그녀와 만나려 한 약속에 훨씬 앞서 자리 잡았다 그리고 향일 성 식물처럼 눈동자를 붙여 놓았다 모니터에 장미 한 송이 화사하다 꾀꼬리가 젖어댄다 문 여는 소리마다 너였다 사라진다 눈을 감는다 나 뚜벅뚜벅 마중 간다 너 또박또박 오고 있다.. 자작글-08 2008.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