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9

초라한 구멍가게

인보 2009. 9. 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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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라한 구멍가게 호 당 2009.9.1 어느 은행의 발치에 제비집처럼 붙인 초라한 구멍가게 하나 있다 겨우 순한 비 한줄기 피할 정도인 얕은 도시락 같은 가게 좌판이라야 한 키에 국판 책 2권 정도 늘어놓으면 꽉 찰 넓이의 가게 만세력 토정비결 천자문 라이터돌 등등 신세대는 물론이고 눈 밖의 것들 버리면 주워 봐도 별로 환영받을 것 같지 않을 물건들 그러나 그에겐 삶을 잇는 원천인 것을 주인은 한쪽 목발에 주름과 흰 머리칼은 외나무다리 건너온 여정의 증표로 보인다 ‘붕어빵 있음’이라는 딱지만 있어도 시선을 조금 더 끌 것을 그에게 단비 내리는 발자국은 안보이고 시내버스 탄 손님의 시선만 들락거린다 매상은 얼마나 될까? 시선만 보내줘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듯이 바위같이 무덤덤하다 그러나 좌판에 내린 시선은 삶의 밑뿌리에 그늘이 내린다 종일 햇볕만 찾을 뿐 사람의 발소리 끌어모을 수 있는 덮밥은 없을까 지켜보다가 딱해 가로수 이파리 한 장 슬쩍 가게에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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