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한 구멍가게
호 당 2009.9.1
어느 은행의 발치에 제비집처럼 붙인
초라한 구멍가게 하나 있다
겨우 순한 비 한줄기 피할 정도인
얕은 도시락 같은 가게
좌판이라야 한 키에 국판 책 2권 정도
늘어놓으면 꽉 찰 넓이의 가게
만세력 토정비결 천자문 라이터돌 등등
신세대는 물론이고 눈 밖의 것들
버리면 주워 봐도
별로 환영받을 것 같지 않을 물건들
그러나
그에겐 삶을 잇는 원천인 것을
주인은 한쪽 목발에 주름과 흰 머리칼은
외나무다리 건너온 여정의 증표로 보인다
‘붕어빵 있음’이라는 딱지만 있어도
시선을 조금 더 끌 것을
그에게 단비 내리는 발자국은 안보이고
시내버스 탄 손님의 시선만 들락거린다
매상은 얼마나 될까?
시선만 보내줘도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라는 듯이
바위같이 무덤덤하다
그러나 좌판에 내린 시선은
삶의 밑뿌리에 그늘이 내린다
종일 햇볕만 찾을 뿐
사람의 발소리 끌어모을 수 있는
덮밥은 없을까
지켜보다가 딱해 가로수 이파리
한 장 슬쩍 가게에 던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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