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산딸기

인보 2010. 7. 9. 05:48

        산딸기 호 당 2010.7.9 여기저기 구릉지마다 산딸기 군락을 이루었지요 오래되어 늙은 나무로 자라 철만나 붉게 익는 중 군데군데 점박이 또는 찌그러진 것 또는 골 파인 것들도 끼어 그래도 산딸기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입술이 예뻐요, 나를 따가세요, 오물거려요, 눈을 흘겨요, 저들끼리 부딪고 비비고 한 줄기 바람에 실은 감미로운 음향에 출렁거려요. 낯바닥이 붉어요. 가시를 감추고 꽃뱀 혀를 날름거려요. 어수룩한 늙은 멍텅구리는 널름널름 받아넘겨요 나도 그 무리에 끼어 붉은 입술에 입맞추었지요 해가 어스름할수록 산딸기의 색깔이 유난히 빛나요 그 중 입술이 썩 진한 산딸기, 손아귀로 잡았을 때의 촉감 이상하데요 말랑말랑한데 젖무덤인가요 한입에 넣어 오물거렸어요 아 새콤달콤한 그 맛 혀가 쫓는 데로 입안에서 녹아내리고 있어요 짜릿하네요 허겁지겁 한 움큼의 산딸기를 휘몰아 밀폐된 신방에 가두고 나만의 달콤한 말로 얼버무려 놓았지요 그랬더니 저들끼리 단꿈에 젖었지요 몇 달 후면 아름다운 복분자를 분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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