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딸기
호 당 2010.7.9
여기저기 구릉지마다
산딸기 군락을 이루었지요
오래되어 늙은 나무로 자라
철만나 붉게 익는 중
군데군데 점박이 또는 찌그러진 것
또는 골 파인 것들도 끼어 그래도
산딸기의 본색을 드러내고 있거든요
입술이 예뻐요, 나를 따가세요,
오물거려요, 눈을 흘겨요,
저들끼리 부딪고 비비고
한 줄기 바람에 실은 감미로운 음향에
출렁거려요.
낯바닥이 붉어요.
가시를 감추고 꽃뱀 혀를 날름거려요.
어수룩한 늙은 멍텅구리는
널름널름 받아넘겨요
나도 그 무리에 끼어
붉은 입술에 입맞추었지요
해가 어스름할수록 산딸기의 색깔이
유난히 빛나요 그 중 입술이
썩 진한 산딸기,
손아귀로 잡았을 때의 촉감
이상하데요 말랑말랑한데
젖무덤인가요
한입에 넣어 오물거렸어요
아 새콤달콤한 그 맛
혀가 쫓는 데로 입안에서
녹아내리고 있어요
짜릿하네요
허겁지겁 한 움큼의 산딸기를 휘몰아
밀폐된 신방에 가두고
나만의 달콤한 말로 얼버무려 놓았지요
그랬더니 저들끼리 단꿈에 젖었지요
몇 달 후면
아름다운 복분자를 분만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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