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키높이 신발을 신고

인보 2010. 7. 26. 15:48

      키높이 신발 신고 호 당 2010.7.26 미루나무 낙엽송이 하늘 찌를 듯한 틈새에 회양목이 아무렇지 않게 당당하게 치켜 눈뜨지만 나 짤막한 키 움켜잡고 발바닥으로 땅을 꿰매고 인파 물결 헤치려면 세간의 눈망울이 모두 내게로 굴러 오는 듯 느껴 그것이 착시현상은 아닐 테고 그래서 항상 비열卑劣의 아킬레스건 Achilles 腱을 달랜다 내 또래에 끼면 20센티 모자란 내 키 여자 마음도 배짱도 항상 그만큼 모자라 왜소한 발자국에 서리 서린다 긴 다리 긴 목 황새처럼 성큼성큼 냇물을 누비고 싶어 가까스로 10센티 높은 신을 신었다 가장 낮게 깔린 지상 눈빛이 신발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준다 내 발바닥으로부터 치솟는 희열이 아킬레스건을 거쳐 어깨까지 밀어 올려 수평의 눈동자를 굴러보지만 잠재된 비열의 아킬레스건은 10센티 높은 신발을 욕망을 펼칠 땅바닥에 뒤뚱거리게 한다 억지로 높여 놓은 신발은 비열의 아킬레스건을 달래지 못했다 회양목처럼 당당할 수 없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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