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그해 여름

인보 2010. 9. 15. 17:39

      ♧♣그해 여름♣♧ 호 당 2010.9.15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 열대야가 그녀의 속을 데워 복받치는 연민으로 표출하지만 만나면 겉으로 다정한 듯 했었다. 한창 물오름으로 잎을 피워 둘은 암탉 품을 것같이 들락거리면서 모이를 나누었다. 연인 같은 그들에 한쪽 이파리가 이끼 끼어 시들기 시작한 것이다. 각기 한 짝씩 조각배에 실어 띄워 보내고 안개로 걷어간 사이 둘은 강가에서 미끼 없는 낚시를 드리웠다. 낚시에 걸린 것은 소라껍데기만이 올라왔다. 그때 등산로 따라 산등성이로 승용차가달리고 풀숲엔 숨었던 장끼가 알을 품고 있었다. 둘은 다정한 듯 도시락을 나누고 위스키를 마셨다. 홍당무가 된 그녀는 거북한 자세로 있었다. 남자는 속으로 숨겨진 너털웃음으로 현장을 부드럽게 하려 애썼다. 그러나 썰물이 빠져나간 자리처럼 허허벌판 빈 가슴이 되었다 띄워 보낸 조각배가 돌아오기 전에 이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 유리병 조각을 모아 자루에 담고 찢어진 사진 한 장을 맞추어보았지만 헛수고다. 끝내 허물어진 담장 새로 쌓기는 검은 밤이 몰려와서 시간이 허락지 않았다. 그해 여름밤은섭씨26도, 열대야, 젖은 물수건이 바싹바싹 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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