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의 떡잎
호 당 2011.6.13
내 문자의 배아는
오랜 세월을
검은 돌무덤에 파묻혔었다
파헤치고 나오려 했으나
워낙 살기가 바빠서
새끼 배아부터 싹 틔워
밖으로 내보내기 골몰했다
그간 지상은 나날이
밝아지고 있는데도
돌무덤 밖으로 흐르는
문자의 단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해 답답했었다
늦었지만
돌무덤을 파헤치고
나의 배아를 싹 틔워
노란 떡잎을 내밀었다
문자가 펼치는 맑은 향기를
아직
떡잎으로 받아 마신다
곧 싱싱한 나무로 자라
푸른 이파리 펼쳐
나의 향기를 날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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