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1

관계

인보 2011. 6. 22. 22:13


      관계

      호 당 2011.6.22

      첫날밤은 찬란하고
      가슴 부풀었다
      다음 날
      포성을 밀어내려
      훌쩍 떠난 그는
      포성에 잠겼는지

      그녀는
      물망초 한 그루
      가슴에 품고 살았다
      엄격한
      사서삼경의 음률에
      대나무 숲 그늘은
      그녀를 묶어 놓았다

      밤이면
      깜박거리는 호롱불
      천장에는 쥐들의 속삭임
      낮이면 아무데나 즐기는
      새들의 향연과
      무시로 퉁기는 성의 눈총
      그렇게
      자웅의 찬가는 출렁인는데

      그녀는
      단 한 차례
      가슴 젖힌 희열이
      실새삼처럼 얽어매
      옴짝달싹 못하는
      억센 관계의 사슬이 되었다.

       


'자작글-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얼빠진 사람  (0) 2011.06.23
사과 하나  (0) 2011.06.23
그 찻집의 여자  (0) 2011.06.19
화림동 그늘  (0) 2011.06.19
물망초  (0) 2011.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