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1

폐경기

인보 2011. 6. 26. 05:42

 
폐경기  
호 당 2011.6.25
그때까지만 해도
그 논은 질퍽했었다
나는 새벽이면
논두렁을 걸터타고 
자라는 벼 싹을 쓰다듬었다
항상 나를 따르는 암캐는 
제 가랑이를 쳐들고
핥고 있었다
왕성한 지력에
알맞은 기온과
달콤한 시간은
풍년을 기약할 수 있었다
올해 들어 수척해 버린다
갈아엎은 논바닥이 
하루가 다르게 말라간다
구석구석 손질하고 
어루만져 봐도 바삭바삭하다
삽질해도
물기의 징조는 보이지 않았다
나를 따르던 암캐도 
그 짓을 멈춘 지 오래다
메마른 논바닥에는
잡초만 무성하다
이대로는 
벼 한 포기 꼽지 못하는
불모지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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