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강
호 당 2012.5.18
가을 햇살은 부드러운
처녀의 손바닥 같다
평평하게 공평하게
대지를 누른다
햇볕 실은 가을 강은
즐거운 비명인지
재잘거린다
그리고 더 넓게 가슴 펴서
침묵으로 마음 다스려 흐른다
가을 강변을 홀로 걷는 마음
문득 그녀가 그리워진다
휴대폰을 눌렸으나
응답이 없다
흘러간 사랑을 붙잡으려는
옹졸
강물은 스치면 되돌아오거나
불러들이는 법이 없다
가을 강에 낙엽
한 잎 떠내려온다
그도 사랑이든 미련이든
잃고 뒤돌아보지 않고 오는데
긴 여정을 거치면서
지금은 모두 떨쳐버리고
가을 햇볕을 듬뿍 받아
더 너그럽게 흘러간다
햇볕 받은 가을 강을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