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헌옷 수선공

인보 2012. 8. 13. 22:34

 

헌 옷 수선공 호 당 2012.8.13 시침질이든 박음질이든 꿰매는 전공의다 내 손을 거치면 풀죽은 조화도 생화같이 펄펄 살아나간다 내 앞에 수술할 대상이 밀렸다 즐거운 비명이지만 특약 예약은 받아들이지 않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수술하기를 당부하는데 받아들인다 고전풍을 현대풍으로 최신 바람이 불도록 수술하는 것은 넉넉한 여유가 있어 너른 호수에 배 띄워 노 젓기보다 쉽다 애인에 찰싹 달라붙거나 라인 line을 고집하는 아가씨의 주문은 애교스럽다 수술대에서 눈총으로 마름질하면 가위가 지나간 자리를 곧바로 봉합하는 박음질 어긋나서 실밥이 헝클어지면 안 돼요 비뚤어져도 안돼요 달달 붉은 꽃잎이 촘촘히 잇는다 환한 낯빛으로 생화처럼 생기 난다 긴 하루가 모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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