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옷 수선공
호 당 2012.8.13
시침질이든 박음질이든 꿰매는 전공의다
내 손을 거치면 풀죽은 조화도 생화같이
펄펄 살아나간다
내 앞에 수술할 대상이 밀렸다
즐거운 비명이지만 특약 예약은
받아들이지 않고 바람 부는 방향으로
수술하기를 당부하는데 받아들인다
고전풍을 현대풍으로 최신 바람이
불도록 수술하는 것은 넉넉한 여유가 있어
너른 호수에 배 띄워 노 젓기보다 쉽다
애인에 찰싹 달라붙거나 라인 line을
고집하는 아가씨의 주문은 애교스럽다
수술대에서 눈총으로 마름질하면 가위가
지나간 자리를 곧바로 봉합하는 박음질
어긋나서 실밥이 헝클어지면 안 돼요
비뚤어져도 안돼요
달달
붉은 꽃잎이 촘촘히 잇는다
환한 낯빛으로 생화처럼 생기 난다
긴 하루가 모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