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빈 들판. 호당 2020.2.2
지금 싸늘한 빈 들판을 바라본다
어젯밤 꿈 푸른 립스틱의 뒤를 따르다
결국 좁히지도 못해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나에게도 저런 시절이 있었던가
바람은 사정없이 따귀를 갈긴다
정신이 혼미할 정도로
정신 차리라는 따귀일 것이다
내가 왜 이러지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시간
등 뒤 백로 한 쌍 내 주위를 돌면서
꿈 깨라 현실이나 충실 하라고
배설 찔끔 깔리고 날아간다
돌자갈 소로 길을 지나 겨우
대로에서 한숨 돌릴 즘
기름진 밥상을 앞에 두고도
행복을 모른단 말인가
지금 허허벌판 추수한 뒷그루는
대를 위해 거름이 되고 있는데
부질없는 과거에 회귀하고픈 허망
젊음은 또다시 오지 않아
뒷그루처럼 밑거름이 될 일
찾아야지
남은 일은 소나무 그루되어 썩어
소나무의 일생을 집약한 붉은 응어리
향을 풍길 수 있는 관솔로 남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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