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손끝. 호당. 2020.3.14
오래도록 푸른 잎 피우고
막 뽑아내도 마르지 않은
샘물인 줄 알았지
빳빳이 서 있는 전봇대
꼬장꼬장할 줄 알았지
호랑이 포효하듯 폭풍우
그만 기우뚱
아무리 파도 물 솟을 가망 없는
불모지 같은 머리에서
촛농이 흘러내린다
호롱불 꺼지고 전깃불이
샅샅이 뒤집어 뵈게 하는 것은
나라님의 손이라 치자
항상 무성할 줄만 안 250살
느티나무가 큰 홍역 앓아
머리털 빠져나가 민둥민둥
수전증에 비실비실 한다
세월은 흘러간다
강물은 흘러간다
내 머리는 백설이 앉아 싸늘하다
한결같은 마음
연필 쥔 손끝은 비틀거리면서
생각 한 꾸러미 그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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