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해 질 무렵-1

인보 2020. 5. 15. 16:21


해 질 무렵-1 /호당/  2020.5.15
까마귀 한 패거리
하루를 마감하려
하늘을 검게 마름질하며
날아간다
운암정도 서서히 외로움
몰려오는 듯 침묵에 잠기는 사이
바람이 
앞 건물의 영상을 끌고 와 
운암지에 박아놓은 
그림도 스르르 지워집니다
물속의 고기떼들
낮 동안 과자부스러기 쫓아
우르르 몰려 
입 뻐금거리며 꼬리 내젓든 
그것도 경쟁이라고
이제 접어도 되겠다
낮 동안 함지산을 
깊숙이 품어 주었지만
놓아 주어도 좋을 
시간이 밀려온다
수면에 박아놓은 수많은
낱말이 빛이 닿을 수 없어
재생 불능한 앙금
서쪽 산꼭대기 붉게 빛낸
봉화는 서서히 잦아진 뒤따라
쫓아온 검은 *망토는
진하게 얼굴 드리운다.
* 불어 : 소매없이 어깨 위로걸쳐 
         둘러 입도록 만든 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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