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질 무렵-1 /호당/ 2020.5.15
까마귀 한 패거리
하루를 마감하려
하늘을 검게 마름질하며
날아간다
운암정도 서서히 외로움
몰려오는 듯 침묵에 잠기는 사이
바람이
앞 건물의 영상을 끌고 와
운암지에 박아놓은
그림도 스르르 지워집니다
물속의 고기떼들
낮 동안 과자부스러기 쫓아
우르르 몰려
입 뻐금거리며 꼬리 내젓든
그것도 경쟁이라고
이제 접어도 되겠다
낮 동안 함지산을
깊숙이 품어 주었지만
놓아 주어도 좋을
시간이 밀려온다
수면에 박아놓은 수많은
낱말이 빛이 닿을 수 없어
재생 불능한 앙금
서쪽 산꼭대기 붉게 빛낸
봉화는 서서히 잦아진 뒤따라
쫓아온 검은 *망토는
진하게 얼굴 드리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