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길목/호당 2021.2.14
봄을 꼿꼿이 세운 지 열흘 넘었다
겨울아
아무리 바둥거려 봐야
비스듬히 기울기 시작했다
그간 얼마나 앙칼진 얼굴로
노려보아 오돌오돌 떨게 했나
마음씨 후한 여인의 미소에는
포근한 시간이 담겨
너는 당할 수 없지
봄이 오는 길목
오후의 햇볕을 반기려
팔거천변을 줄줄이 걷는다
팔거천이 알아차려
재잘재잘 소리 내고
오리 때들 맴돈다
잔설은 산골짜기로 쫓기더니
흔적 없이 사라졌다
버들강아지를 보면 알아
봄을 한 아름 끌어안고
보드라운 마음을 부풀리고
봄이 오는 길목은 포근한
양탄자를 깔았다
마중이라도 하듯
팔거 천변을 느긋한 마음으로
마중해도 좋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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