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이태원 길에 눈이

인보 2021. 2. 11. 18:47



이태원 길에 눈이/호당.  2021.2.11
이태원 길
객사* 客舍에 실린 문장이 풀
풀 날다가 사뿐히 앉는 길에
하얀 문어** 文語가 
소복소복 쌓인다
새파란 남녀가 팔짱 끼고
팽팽한 각선 脚線을 
교차하는 사이를
흰 가루가 날고 
뽀드득뽀드득 소리 난다
귀에 들리겠나
붉은 사랑이 펄펄 끓는데
하늘에서 선녀가 객사에 실린
흰 문장을 막 뿌린다
누구든 문학관 입구 출입문
손잡이만 잡았어도 
기꺼이 품 안에 감쌀 것을
늙은 문외한 門外漢의 낯바닥을
흰 쌀알이 내린다
아이
아니 싸늘해
문학이 뭔지 객사가 뭔지
옷을 툭툭 털어낸다
*이태원이 지은 소설 제목
** 언어 문자로 나타낸 말
   음성 언어에 상대하여 말을 글자로 적은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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