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 나다/호당 . 2021.3.21
늙은 부부는 하루가 지루하다
슬하는 모두 떠났고
종일 당신의 얼굴과 TV 화면이 전부다
맏이가 오리탕과 반찬을 한 보따리
내려놓았다
메말라 가던 뿌리가 거름 흠뻑 맞으니
금방 생기가 돋았다
하룻밤 곁에 자고 가니
네 채취가 녹여있어
시든 잎이 파닥거렸다
나무는 밀림이든 아니든
외로움을 모른다
인간은 감정을 펼쳐낼 곳이 없으면
외롭다
늙어 고독고는 숙명이라는데
받아드리고 숨 쉬는 것만 행복이라
생각해야지
마른 땅에 흠뻑 비 내리고 간 딸이
고맙다
새싹이 파릇파릇 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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