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호당. 2021.3.23
산기슭에 옷자락만 한
텃밭을 장만했다
겨우내 웅크리고 벌벌 떨든 네가
봄을 맞아 마음 푹 누그러졌다
한결 느슨한 만지면 보들보들하다
삽과 괭이로 텃밭을 일군다
거무칙칙한 흙이 껄껄 웃으며
나를 반긴다
품었던 진한 향을 풍긴다
이 향기 속엔 생명을 잉태할
원동력이 있다
여자의 모태같이 느꼈다
깊이 숨었던 지렁이 굼벵이가
꿈틀거린다
얼른 포대기를 덮듯이 덮어주었다
벌들이 내 등에서 빙빙 돈다
흙 향기를 맡은 모양이다
생명을 잉태할 태반 같은 것
그 향기는 그윽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