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고로쇠나무

인보 2021. 3. 24. 15:21

고로쇠나무/호당.  2021.3.24
나날이 야위어간다
모진 추위 바람을 이겨내야지
아들놈 학원비 달라고 떼를 쓴다
손 시려 발 시려 벌벌 떠는데
내피를 빨아가는 듯
바늘 꽂는가
언제 헌혈이라도 하겠다고 했나
이 작자들아 내 아들 학원비를 
알기는 하나
언제나 말라붙은 살점으로 
살겠느냐
봄이 오면 나도 남만큼 산다
그때 학원비도 주고 삼시 세끼
떵떵거린다
양지 볕 타고 부는 바람으로 
내 몸 꿈틀거린다
한해 한 차례 
내 정력을 뽑혀 몽롱해진다
이 고비 넘기면 
나도 옛날 이야기하며 
떵떵 울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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