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40

유아원에서 귀가하는 어린 남매

유아원에서 귀가하는 남매/호당/ 2024.11.20아랫도리가 시린 것 참고느릿느릿 내 걸음으로현관문 앞에 선다어리디어린 유아발꿈치 들고 가냘픈 손가락으로현관문 번호를 찍는다엘리베이터 문 앞기다리는 두 남매사랑 뭉치쓰다듬어주고 싶은노오란 병아리역시 어린 엄마 암탉의 날갯죽지 안에서 빼꼼히 내다보는역시 발꿈치 들고 12층을 누른다나는 13층눌러 놓고 쳐다보는 송사리 같은 눈고맙다, 손 흔들어 준다12층 엘리베이터 열리자꾸벅하고 쪼르르 걸어가는 귀여움 덩이해맑은 시냇물이 흐른다.

자작글-024 2024.11.21

찜질방에서 나를 나무란다

찜질방에서 나를 나무란다/호당/ 2024.11.20전단을 들고 오면 무료 체험전화 걸었더니 기간이 지났단다5천 원 내고 체험하란다찜질하고 목욕하고 공짜에 길들인 내가 속는 줄 모르고 덥석 기어든다물어물어 주인 마중까지 받아들였다대뜸 체험 명단 부를 내민다뭐 이런 것 하나정신이 혼미해진다목욕탕은요?. 그건 없단다땀만 흠뻑 흘리란 말인가점점 어리둥절해진다동그마니 나 혼자40.5도 온도계는 너는 속고 있어 나무란다. 약 10분간 천정만 쳐다보고이런 덫에 걸린다니, 한심한 내 몰골박차고 나와 기재한 이름 빡빡 지우고 옷 갈아입고 나섰다주인 여자양심은 살아있어 반환한다방 하나 달구어놓고 찜질방이라 우기다니돈 벌려 들다니어쩌면 그녀가 측은하다.

자작글-024 2024.11.21

월 화요일

월 화요일/호당/ 2024.11.19메마른 냇가 버들 눈 틔울 일이 유치원원아, ABC 쓰는 눈동자가 더 쉽다끈질긴 10여 년 너무 더디게 오는내 바램이 반쯤 눈 틀 무렵월 화요일 나무에 쪼그만 은방울이슬 맺는다복주머니 동전 딸랑일 없음. 깡통 소리일 있음. 두루미 나래 소리 퍼드덕마음은 한결같은33,000볼트 전선이다백로에 이어 백설이 내린다월 화요일이 켕긴다버들강아지 풍월을 읊고운필이 길든다.

자작글-024 2024.11.20

하늘길

하늘길/호당/ 2024.11.15 금요일노인복지관에 모인 이들엽록소를 잃은 지 오래다나어디 간들 어눌한 말 뱉을 곳 없다희귀한 꽃돌이면 손때나 눈총받아 즐거울 텐데그냥 흔히 보는 못난 돌은침묵이 제 몫이다권사님은하나님의 길 훤히 닦아놓고다 살아가는 밥벌레 보고함께 걷자 한다내가 펼친 혓소리 舌音아무렇게나 뿌린다살뜰히 들어 꼬리말이 좋아입이 달다땅의 길 하늘길 사이 으스름한 음향이 가득하다내 이빨 빠진 말이 고픈데교감으로 채워 밝은 낯빛이다11월15일 둘째 금요일이말로써 맑은 날이다.

자작글-024 2024.11.19

안과병원에서

안과병원에서/호당/ 2024.11.1820여 년 내 안구를 돌봐준 의사자신도 백내장 수술하면서상급 병원으로 보내준 의사11월 오늘은 초겨울 날씨로 접어들어바람이 차다길가 꽃을 보며 내 베이스안단테로 걷는데나보다 젊은 늙은이힘차게 알레그로로 내닫는다간호사의 안구 검사에 이어내 차례정한 코스로 검사하고시력검사 3자까지 읽으니의사는 손을 번쩍 쳐들자내 손바닥과 찰싹무언의 희열이 폭발한다나는 꾸벅유모 있는 의사평소 정중한 인사로 시작하는 의사기분 좋은 처방전.

자작글-024 2024.11.19

낙엽

낙엽 /호당/2024.11.17보도블록에 낙엽이 깔려있다바삭바삭 소리 들으며 밟아 간다나는 너를 밟아야 한다미워서 좋아서도 이니다낙엽 밟고 간다내 잘못도 아니고네 잘못도 아니다낙엽 하나 법당에 떨어졌다아무도 밟지 않는다. A:link { text-decoration: none; } A:visited { text-decoration: none; } A:active { text-decoration: none; } A:hover { text-decoration: none; }@font-face {font-family:갈잎;src:url('http://cfs8.planet.daum.net/upload_control/pcp_download.php?fhandle=N0VFNkZAZnM4LnBsYW5ldC5kYXVt..

자작글-024 2024.11.18

맛있는 문장 하나

맛있는 문장 하나/호당/ 2024.11.15노인들의 들판을 들리면무료 커피잔을 돌리는 이를 본다무료에 기를 쓰는 족속들은거의 무위 고에 신음하는 이들하나님의 길 닦은 권사 한 분과그 길을 인도하는 문어에내 입 침 삼키도록 뜻있는문장을 엮어낸다늙을수록 앞마당 노송 하나 침묵의 피톤치드도 시원치 않아새들조차 앉기를 주저한다맛있는 카레 정심보다더 맛있는 문장을 삼킨다.

자작글-024 2024.11.16

묘비명

묘비명/호당/ 2024.11.16그는 그럴듯한 가문으로 태어나글의 길은 잡풀이 우붓 하나재화의 길은 잘 닦아억만장자가 되자졸작의 시인이 비문을 쓴다비록 인간의 운명은 하늘이 주신 것운명 잘 타고나서지폐에는 뛰어난 수완을 발휘한 자여기 잠들고 있다지진이나 산불 따위 끄덕없다잠시 화마에 싸인들 툭툭 털고 멋진 단장으로후광을 드러내리라두둑한 유산이 그의 무식을 빛내리라.

자작글-024 2024.11.16

행복이 옆구리로 샌다

행복이 옆구리로 샌다 /호당/ 2024.11.16많이 배웠다 하여행복의 열매 가지 찢어지도록열 것이라는 생각은 자유다초등학교 중퇴하고 재력가가 되자돈에 혹한 새색시와 결혼하고행복이 더덕더덕 붙은 듯한 낯빛아내는 흥청망청 곡간을 비워내고눈먼 사장이 되자부하 손아래 구멍 뚫리고빳빳한 부하들 따끔한 질책 내릴 줄 몰라한 푼도 사회에 환원하지 않아쌀자루 귀퉁이 툭 터져멀지 않아빈 자루가 행복에 겨워하겠다.

자작글-024 2024.11.16

가을은 저문다

가을이 저문다 /호당/ 2024.11.16은행나무 가로수 노랗게 깔리자은행알이 툭툭 터져있다심한 구린내로 갚아준다구린내 묻은 신발은닭발 모래질 하듯 발질한다느티나무 가로수 밑낙엽으로 덮는다아저씨가 에어 청소기로 날려한곳으로 몰아넣는다떨어지는 것은 완결이다가을이 남긴 흔적이다가을이 저문다고 아쉬워 말라겨울이 있어 가을이 더 아름답다.

자작글-024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