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받는 날-2 처방받는 날-2 /호당/ 2024.11.16늙어 허물어가는 초가 같다땜질하며 견딘다문진은 정한 코스 달리다가문 열리면 한 문항씩 배구공 넘어오듯나는 잘도 받아넘긴다승자도 패자도 없이 핑퐁 튀기기다처방전은 낯 하나 붉히지 않고태연히 그대로 나온다더도 말고 이대로가 편한 걸약 한 봉지씩 털어 넣고하루가 지나간다. 자작글-024 2024.11.16
후줄근하다 후줄근하다/호당/ 2024.11.15해님이 정수리에서 다그치자비에 젖은 옷가지처럼 후줄근해진다숟가락 달그락 소리 찾는다식욕이 세계화되어 낯선 맛이 들어와도혀는 알아차려 거뜬히 치워낸다노오란 카레가 혓바닥을 간질인다후줄근한 배가 팽팽해지자배 불뚝 사장 부럽지 않다. 자작글-024 2024.11.15
멍하니 멍하니/호당/ 2024.11.13매번 내 말을 툭 끊고 자기 말로 잇는 자에 대해나는 피해망상 환자가 된 듯늙은 이파리 하나 축 처진다오늘 가기로 한 동남회식당이나와 연관을 알리는 중그는 끝까지 듣지 않고 일행을 끌고 간다멍하니 바라보는 내 몰골 뒤통수가 부끄럽다식당까지 앞장서서 이끌고부터내가 간여하지 않겠다고멍하니 앉아 그들 꼴을 보고 있다자랑 1막은 그러려니다음은 세종대왕을 어떻게 분배하고2막엔 성경 3번 필사본을 제본한 책을 자랑한다두 분은 쓰다 달다 말 없다나는 토씨가 잘못됨을 저적했다내가 베푼 점잖은 대접이다수도 없이 듣던 필사본 자랑을그냥 멍하니 보고 돌려주고 싶지 않다. 자작글-024 2024.11.14
만년의 정착지 만년 晩年의 정착지/호당/ 2024.11.13사범의 벌레 3년을 익혀 사회로 나왔다도시사회 바람의 두려움보다 빈 주머니가 두메로 내몬다두메 인심에 길들인 나산골의 기를 벗지 않은촌 수탉은 사회 바람에 떤다먼저 출발한 늙은 수탉 밑은떡고물만 차지하고퍼덕거리기도 기 펴기도버겁다천지개벽 같은 운수시험 보고 승진한단다콩 주워 먹기야처음 잡은 핸들마이리지 없어산골로 운행마이리지 꽉 채워지자도시로 운행막장에 도달하자만년의 정착지 대구 북구 대천로늙어 뿌리 얼마나 뻗을지 몰라노송은 관망한다. 자작글-024 2024.11.13
외국 여행 14박 15일 외국 여행 14박 15일/호당/ 2024.11.13신기한 필름이 눈이 시리도록스쳐버리면 정다웠던 것들이희미한 그림자로 부상하다곧 침전하면 망각이 청소한다뭐 자랑이라입속에 낯선 풍경 삼켰다 뱉었다 한다어쩐지 조금 남은 낯선 풍경이내 집 문안드리려문 앞까지 왔을 때그런 풍경도 있었던가소화하고 버린 줄 알았는데당시야유식이 덧나한결 식욕도 강했지만강산이 몇 번 바뀌면 너도 빈 입 나도 빈 입다 같이 백지 한 장 인생인걸어쩌나 자작글-024 2024.11.13
말뚝 론 말뚝 론/호당/ 2024.11.12살기 좋은 나라외래 눈에 부러움이번쩍번쩍코너를 지키는 말뚝이부끄럽다차도와 인도가 나란히 달리다코너에 어김없이 말뚝이 지킨다너는 거리의 부랑자내 눈에는 거슬림의 대명사혹여나 외간 눈에 흉물로 비치면 어쩌나코너를 차지하려는 얌체 족속명약은 딱지 딱지말뚝에 묻은 시민의식이 부끄럽다. 자작글-024 2024.11.13
우리는 달린다 우리는 달린다 /호당/ 2024.11.11출발점은 정씨 가문이다고무신 한 짝 찾으러 들리던바로 이 문간이 아니던가각기 짝 찾아 신고가지치고씨앗 흩날리고어느덧 앞선 주자는세월의 무게가 버거워 앓는다달리면 반드시 멈춤이 있다삶의 레이스 race를 옹골지게 달린다한 탯줄이 모인다형제간의 피를 더 뜨겁게달구어 보자달리면서 냉수 한 병벌떡벌떡 마시면서 우애를 다지자. 자작글-024 2024.11.12
두메산골 빈집 두메산골 빈집/호당/ 2024.11.10잘 있어라따뜻한 아랫목아싸늘하게 식은 것을더는 미련 두겠나앞마당 정 주었던 사과나무야고개 숙이지 마라붉은 구슬내 것이 아닌걸거미줄 여기저기 친들디딤돌마저 치지 않겠지. 자작글-024 2024.11.10
철 잊은 영산홍꽃 하나 철 잊은 영산홍꽃 하나/호당/ 2024.11.911월 초순봄이 온 줄 여겼는가인큐베이터에서나 여기 있지롱너는 억지야팔삭동이야거기 핑크(연분홍)인데흰색이잖아착각이라도 좋아너는 봄을 즐기고나는 너를 즐긴다. 자작글-024 2024.11.09
시간표 짜기 시간표 짜기/호당/ 2024.11.8이달 말에 할 일을초순부터 시간표를 붙였다 뗐다 한다거리는 나날이 다른 화려한 옷가지 북적거리고나는 원심분리기에서 밀려나 어리둥절하다부지런히 헤어나려 머리 굴린다무조건 7자로 시작한시내버스는 칠곡 방향이다묻지도 따지지도 않고승차하고 아차! 실수를 깨닫는다미리 작성한 시간표는불확실하다가문 땅에 콩 심고 얼마면 싹틀까 말까근접한 시간표가 정하면나 어리둥절한 얼간이는면할까화려한 옷차림 속에 돌지 않아도 한통속에 있다는 것이얼마나 다행인가. 자작글-024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