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산림욕 소나무 삼림욕 호 당 2011.9.5 그 풀장에는 소나무가 배설한 욕정이 가득하다 거기에는 피톤치드가 녹아있어 그대로 풍덩 잠겼다 시원하다 냉탕도 온탕도 아닌 것이 선녀의 치맛자락 날리며 보들보들한 손길로 멱 감겨주는 것이 아닌가 신선하다 옷 입은 채로 있어도 소나무의 욕정이 내게 베인다 젖지 .. 자작글-011 2011.09.05
장난감 장난감 호 당 2011.9.4 먼지 묻은 그 상자에는 바퀴의 집합장 버스랑 소방차랑 택시가... 서로 뒤엉켜도 바삭바삭 소리만 낼 뿐 마음을 어우를 수 없지만 우그러지지는 않는다 이미 차 안은 유년시절의 마음은 빠져나와 텅 비었다 열매랑 이파리를 떨어뜨리고 앙상한 나무만 서 있는 것 같다 텅 빈 버스는.. 자작글-011 2011.09.05
변방에 서 있는가 변방에 서 있는가 호 당 2011.9.2 세월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나를 감싸 주던 것이 이제는 다 허물어진 집으로 이곳저곳 바람이 샌다 감기에 걸린 것인지 목소리는 녹슨 쇳소리 그래도 그 골짜기에 같이 흘렀는데 지금 낭랑한 목소리는 저들끼리 흘러가고 녹슨 쇳소리만 뒤따를 뿐 급히 달려가서 처연한 .. 자작글-011 2011.09.05
짜장면 짜장면 호 당 2011.9.1 자장면보다 짜장면 하면 짱한 진한 맛과 향이 밀려온다 면발이 줄줄이 얽혀도 맛은 얽히지 않는다 민숭민숭한 자장면보다 짜장면 하면 더 깊이 가슴에 와 닿고 혀가 크게 춤춘다 자장면보다 짜장면에서 향수가 코앞에서 맛을 부추긴다 짜장면 한 그릇. 자작글-011 2011.09.05
고사목-1 고사목-1 호 당 2011.8.31 한 때 창창 푸르러 산을 키우고 있었지 지금 매정한 세월의 회초리에도 끄떡없다 해탈하면 시련쯤은 무섭지 않아 내어 줄 것 다 주고 빈 몸으로 있어도 고고하다 영원히 이어갈 이 산 죽어도 죽지 않은 강인한 석고의 맴 몸으로 지켜라. 자작글-011 2011.08.31
그늘진 하루 그늘진 하루 호 당 2011.8.31 막 발돋움하는 벼슬 단 수탉의 목 틔우려는 울음으로 밝아온다 어제 꾸민 허술한 무대장치를 그대로 오늘도 꾸민다 베란다에는 꽃피우지 못한 화분 이 구석에 박혀 바삭거린다 현관 벨 소리는 없었다 마주 본 대문이 멀기만 하다. 자작글-011 2011.08.31
문학 그림과의 만남 문학 그림과의 만남 -시화전- 호 당 2011.8.28 내 생각 한 가닥을 액자에 담아 선보였지만 얼마나 훈풍을 받아 거풍 擧風이 되었을까 지금은 나로부터 나간 마음 한 가닥을 걷어 들여야 이파리에서 엽록소를 피울 것 같다 천막 밑에 눈 맞추고 너털웃음이라도 부려 놓았더라면 좋았을까 따끔거리는 길을 .. 자작글-011 2011.08.29
잡초 잡초 호 당 2011.8.28 자리 잘못 잡았어 선량한 가슴팍에 끼었으니 말이다 아무리 비집고 끼어 들여봐야 너는 잡초일 뿐 나는 선량한 무리만 키워 참삶을 누리는 터전을 더럽히는 너를 밑뿌리 발라내어 뙤약볕에 바칠 거야. 자작글-011 2011.08.28
장맛에 끌려 장맛에 끌려 호 당 2011.8.26 그만 방향을 바꾸었다 그곳 장맛은 일품이지만 뚝배기가 더 좋다고 한다 감각이 생동하거든 그 중 색감의 나래는 상공보다는 근접에서 팔딱거리는 것이 좋다고 기어코 소매를 끈다 뚝배기에 끌린다 야트막한 산에서 흘리는 쌍봉의 매력 미끈하게 달리는 줄기 기어오르고 싶.. 자작글-011 2011.08.27
매화 매화 호 당 2011.8.25 남들은 떠는 동안 아직 꿈도 꾸지 않는 동안 모진 아픔 견디고 툭툭 털고 꿈틀거렸지 삭풍이 눈살을 휘몰아쳐도 태양의 입김을 끌어들여 가슴 부풀어 두근거렸지 쉽게 이루어지는 게 있으려 마는 피우고 나니 지난 서러움 다 잊고 값진 것이려니 동지섣달 꽃 본 듯한 파란 눈동자들 .. 자작글-011 2011.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