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요의 시간 적요의 시간 호 당 2011.9.17 오늘따라 인적이 뜸하다 오들오들 떨다가 깃털을 세우고 산사를 찾은 날은 겨울의 정점 돌개바람이 산사의 뒷산을 훑고 낙엽을 흩날린다 그리고 단번에 대웅전을 휘감고 목어를 흔든다 성난 군중의 질주 같다 이번에는 뚫린 하늘이었는데 펑펑 눈을 쏟는다 역시 성난 군중.. 자작글-011 2011.09.17
내 이름 내 이름 호 당 2011.9.17 나 태어나서 여물지 않은 몸뚱이에 내려앉은 사랑 한 점이 내 이름 내려받고 부모를 이어 매듭 하나 엮는다 이름 하나 등재하면 죽는 날까지 메고 다녀도 영원히 죽지 않는 태양 누구나 불러 줄 나의 대명사. 자작글-011 2011.09.17
앞산 앞산 호 당 2011.9.16 앞산은 어머니 같다 맨 날 칭얼대도 아무 말 없이 다독여준다 내 삶의 찌꺼기를 걸러주는 앞산 내 삶이 고달프면 쉬어보란 듯이 푸른 앞가슴으로 감싸준다 정말 어머니 같다 사계절 옷 갈아입고 치마폭으로 감아준다 속상해서 찾으면 쏴 맑은 바람 한 줌 날려 어루만지고 맑은 입김.. 자작글-011 2011.09.16
불안 불안 호 당 2011.9.14 내 몸뚱이의 이상을 지나친 두려움으로 망상에 젖는다 오늘 구름 낀 날이 내일은 폭풍우가 내릴까를 지레 겁먹는 엉뚱한 병 무디지 못한 내 몸 예민한 저울이 밉다 병원 문밖에 나오면 생기 돋던 것이 며칠 후면 시들해진다 고목이 죽어가지 않는 한 전처럼 열매 맺지 않아도 고목이.. 자작글-011 2011.09.14
내 땅 내 땅 호 당 2011.9.14 잠시라도 접어두면 쑥밭이 된다 고스란히 잡초의 땅 산허리에 메마른 땅을‘ 조 粟 밭고랑 뒤덮은 잡초 바랭이 쇠비름이 조를 위협하며 버틴다 호미 끝으로 내리 긁으면 뿌리를 내 주지만 그대로 쌓아두면 누렇게 고개 쳐든다 질긴 목숨 쇠비름은 잠시 감기쯤으로 생각한다 훤한 .. 자작글-011 2011.09.14
노을 꽃의 향기 - 노을 꽃의 향기 - 호 당 2011.9.9 서늘한 첫가을의 한 자락을 움켜잡으려 그곳 노을이 머문 자리 한 귀퉁이를 차지했다 노을 타는 얼굴들이 나보다 먼저 자리 잡고 커피 한 잔으로 맞는다 그대여 가슴에 피울 이름 모를 꽃 한 송이를 품고 있었구나 그간 내 발자국이 뜸했었지만 마음의 한 자락을 묻혀 .. 자작글-011 2011.09.09
자벌레 자벌레 호 당 2011.9.8 너는 끊임없이 상대를 재려 해 오늘은 너와같이 놀아보겠다 너의 정체를 캐려 슬쩍 추파를 보내본다 너도 반응하는구나 너의 본성이 상대를 측량해서 그 무엇을 찾으려 꿈틀거리는 건가 나는 너의 가느다란 산줄기를 훑어가다 오묘한 음습지 주위에 촉촉이 젖은 물이끼를 더듬는.. 자작글-011 2011.09.08
재개발지대의 집들 재개발지대의 집들 호 당 2011.9.8 철거 결사반대 빨간 글씨의 시효는 끝났다 창문은 박살나고 누더기 같은 내 신세 삶을 포기한 곳에도 햇볕은 공평하다 내가 살던 살 냄새 나를 사랑했던 얼굴들 온기는 식어버렸다 내 잔등에 차디찬 이슬이 하얗다 그간 나는 사랑을 받고 나는 너를 안식처로 보호하며 .. 자작글-011 2011.09.08
내 시각을 덧칠할 무딘 청각 내 시각을 덧칠할 무딘 청각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영대 법대 교수 박홍규 호 당 2011.9.7 강의실 한 점을 차지했다 산울림같이 들린다 한 번 뱉은 말(소리)이 문종이에 퍼져버려 초점을 주워담을 수 없구나 귀 쫑긋 안테나를 새워도 잘 잡히지 않은 음파 낱낱이 흩어진 조각.. 자작글-011 2011.09.07
육십령을 오르며 육십령을 오르며 호 당 2011.9.6 나는 창자 같은 길을 올라가야 한다 60여 구비 꼬인 창자를 삼투압에 밀어 올릴 것이다 힘차게 일정한 리듬을 타야 한다 순풍에 돛단배는 리듬에 실려간다 그 리듬은 대기의 압력을 밀어낸 체 오를 것이다 순리를 타야 한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비굴하지만 나는.. 자작글-011 201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