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 冬菊 동국 冬菊 . 호당 2019.12.31 운암지 둑 처녀 같은 동국 무리 사랑이 영근 흔적에는 그윽한 향이 햇볕도 또렷이 지문을 새긴다 언제나 자기 콧대만 높이고 아래로 볼 줄 몰라 마냥 애타게 그리다 그리다 끝내 피우지 못한 향 서리 맞고 오돌오돌 떨고 눈 맞아도 사랑이 영글어 이글거리는데 .. 자작글-019 2019.12.30
세월에 세월에. 호당 2019.12.30 빛바랜 김홍도의 우인도를 바라본다 언덕배기는 세월만큼 모진 시간이 얼어붙었다 배고픔을 달래려 논두렁 밭두렁 뾰족이 봄기운 솟는 뽀삐* 쏙쏙 뽑아 잘근잘근 고향 냄새 씹던 아련한 추억 사람들은 모두 떠나고 앞 뒷산 소나무는 세월에 무심한 듯 떠나든 말든 .. 자작글-019 2019.12.30
적막 적막. 호당 2019.12.29 적막이 쌓이면 구름도 찌푸린다 해님은 아주 숨어버린다 촉새도 앵무새도 부리에 수갑 체인 듯 운암지 수면 면경 지수 같아 내 마음마저 꿰뚫어 보여 준다 자화상이 거꾸로 서서 적막을 씹는다 적막의 앞면 햇볕 없는 얼굴 적막 뒷면 푸른 초원의 양 떼 고독과 희열과 .. 자작글-019 2019.12.29
남의 말에 끼어드는 짓 남의 말에 끼어드는 짓. 호당 2019.12.28 늙은 숲에 불쑥 끼인들 숲은 기분 상할 일 없지 모일 요일을 잘못 기억하는 것은 늙음의 노폐물이다 갈피를 잡을 수 없는 겨울바람을 안고 헛걸음하고 해학적인 시가 쓰였다 총무가 시를 읽을 터이니 잘 듣고 웃어 보자하고 읽는다 더듬더듬 돌부리.. 자작글-019 2019.12.29
냉장고 냉장고. 호당 2019.12.28 더 묶어 두려 냉장고에 가둔다 나의 안전을 위해 요긴하게 대처하기 위해 거리의 군중들 무엇이 급한가 냉장고 문 열라고 외치는 군 달콤한 홍시를 냉장고에 얼리다니 누굴 좋은 일 시키려고 목마른 자 수두룩해 열어 열어 마음과 마음 부딪혀 앙금 생기면 냉장고에.. 자작글-019 2019.12.28
동지 동지. 호당 2019.12.28 나무는 홀랑 벗고 겨우내 떨고 봄 기다리는 눈망울 꼭 갈무리한 체 바람과 눈발을 이겨야 한다 영영 얼어버리면 봄 맞을 수 없어 뿌리는 땅과 한 덩어리로 감정을 얼어 붙여 봄이 와야 스르르 녹아 긴장을 누그러뜨리지 붉은팥 통통 불어터져 얘들아 동지 마중하러 꿈.. 자작글-019 2019.12.28
미끄럼틀 미끄럼틀. 호당 2019.12.28 미끄럽다 원활하다 원만하다 사랑이다 너와 나 사이가 미끄럽지 않았을 때 마음과 마음 사이 벽돌이 놓인 것 같다 너와 사이를 미끄럽게 하려 나는 너의 뒷덜미를 밀어 올라가야 했다 마음에 기름 쳐서 원활히 돌면 미끄럼틀 같이 끌어안고 타도되겠다 그때 씨동.. 자작글-019 2019.12.28
보성 차밭 보성 차밭. 호당 2019.12.27 에스콰이어 나무는 양변에서 반겼다 녹색 문장이 줄줄이 출렁거린다 정돈된 파동이다 내 가슴에 푸른 즙이 스며든다 아니 녹차 탕에 멱감는다 TV에서 본 차마고도를 오르는 셰르파들이 생각난다 등짐 지고 뒤뚱거리는 말들의 행렬 꽁무니를 잇는 셰르파들 생의 .. 자작글-019 2019.12.27
기해년(2019)을 보낸다 기해년(2019)을 보낸다. 호당 2010.12.31 꿀꿀거리며 졸졸 따르던 돼지무리들 돼지꿈은 재물 꿈이라는데 한 번도 그런 요행은 없었다 시큼한 냄새를 뿌렸지만 별 탈 없이 지났다 삼겹살 지글거리는 소리에 군침 흘린 것도 추억이라 적어두자 너는 내 건강을 위하여 꿀꿀 소리를 내부로 밀어 .. 자작글-019 2019.12.26
성탄절 날 성탄절 날. 호당 2019.12.25 성탄절 부처님 오신 날 종교적인 명절 신자들 가장 가까이 다가서 봉축하고픈 마음일 걸 더 마음 비우고 닦고 깨끗한 마음으로 즐길 날인 걸 비신자들 하루 쉬는 날로 생각뿐 사람들 보라 공원에서 삼삼오오 무더기에 은총이 내리기를 바라는 자 있을는지 따뜻한.. 자작글-019 2019.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