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는 날 월 화요일 긴장하는 날 월 화요일/호당/ 2024.3.1 첫발은 2011,4,27 함지 노인복지관 개관한 날 월 화요일은 노인의 눈을 띄게 하는 날 그저 봉사란 듣기 좋은 말을 부친다 그로부터 이날은 기쁨과 활기를 창출하는 날로 되었다 13년을 쳇바퀴 돌렸으니 지금은 긴장이 다부지게 옭아멘다 긴장의 끝이 퉁겨야 이완이 내 얼굴 갈길 텐데 긴장이 올해 갑진년 해를 지고 너어간다 한 달 두 달 섣달로 더 긴장 말고 그대로 버텨 나가자 자작글-024 2024.03.01
가을 가을 /호당/ 2024.2.29 바람은 가을을 몰고 오자 자연은 채비를 서두른다 찌르레기는 유난한 신호로 재촉한다 알겠다 초록의 의장들 훌훌 벗어 화려한 색으로 변장하기 시작한다 달콤한 미각이 콧등을 간질인다 이 향기를 맡으려 신이 나게 드라이브 가속페달을 밟아 시댁에 도착하자 먼저 고추가 빨간 낯빛으로 반긴다 화약고가 터진 듯 온 산이 붉게 타고 소방차는 묵묵부답 상춘객이 불구덩이 속을 파고든다 축 처진 어깨 팔들 결실의 무게 내려놓고 홀가분한 듯 먼 산을 바라본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문안이 차다 자작글-024 2024.02.29
변산 반도 채석강 변산반도 채석강 /호당/ 2024.2.27 들쑥날쑥 그러나 아주 질서 있게 쌓은 수 만권의 책들 천년의 세월 해풍에 절여 견고하기만 하다 거대한 도서관 같은 채석강 수많은 양 떼들 푸른 벌판을 달려와서 함부로 헤딩 heading 한들 층층 쌓은 책들 이지러지거나 한두 권 뽑히는 일은 없다 고서들 너무 어려워 읽는 자는 없는 듯 경관 景觀이 좋아 우선 구경부터 한다 자작글-024 2024.02.27
수신 불능 수신 불능/호당/ 2024.2.25 문명시대 핸드폰은 도우미 하나 애인처럼 대접해야 한다 제 영역을 함부로 터치 하다간 토라지면 수신 불능 될 때가 있다 어쩔 줄 몰라 모텔 안락의자에 모셔 진맥하자 금방 사근사근한다 집에 와서 살짝 안부를 물었더니 먹통 아닌가 묘수를 찾으려 인터넷을 뒤지고 아바타를 날렸으나 같은 경우는 있어도 내 힘으로는 역부족 함부로 다룬 기억을 역추적 방해금지 온 on 무식한 죗값 반성문은 아리다 아무 곳이나 터치 오프 off. 온 on 삼가야지 제자리에 돌아온 애인 호주머니에서 폭 쉰다 자작글-024 2024.02.27
보름 전날 보름 전날/호당/ 2024.2.23 이번 주는 비 오다 눈 오다 구름 끼다 우중충한 내 마음 같다 매일 일과 하나 내가 내릴 과태료 붙기 전에 치러야겠다 폭신한 방패 막 하고 내 속도로 걷는다 현수막이 벌벌 간판들이 나를 빤히 본다 답하려 빠짐없이 읽어준다 불경기란 찬 바람만 불어 풍선만 뜬다 임대 월세는 어쩔고 남 걱정 대신한다 장사치들 보름 대목인데 삶은 나물들 쏟아 나와 떨기만 한다 경기 景氣는 밑바닥에서 쳐다보고 동전은 정상에서 내려다본다 보름달만은 원만한 얼굴 보일 것이다 자작글-024 2024.02.24
다목적 CCTV 작동 중 다목적 CCTV 작동 중 /호당/ 2024.2.23 눈을 부릅뜨고 귀 세워 온갖 사물의 언행을 사서 寫書중이다 이 공원의 사고 史庫가 쌓인다 하찮은 자질구레한 얽힘 *애문소리가 누명 덮어 쓰다 증명을 서 줄 때가 있다 계속 작동 중 **버럭처럼 쌓인 더미 분류하다 보면 순금 덩이 보물도 사료 史料도 있다 다목적으로 기록한 CCTV가 여러 각도로 쓰인다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을 일컬음 **탄광에서 나오는 쓸모없는 잡돌 자작글-024 2024.02.23
나무같이 살자 나무같이 살자/호당/ 2024.2.23 나무같이 살 수만 있다면 내 삶이 비뚤비뚤하지 않으리 한평생 한자리만 지켜 땅을 움켜쥐고 사는 곧은 맘 구실 붙이기 쉬운 핑계 성격 차이 때문 훌훌 갈라지는 영혼들 나무 밑에 무릎 꿇고 맘 다스려 보려무나 죽은 듯 살아나고 산 듯 죽어 숨 쉬는 나무 같은 삶이 하느님만 우러러 지낸다 자작글-024 2024.02.23
떨어지다 떨어지다/호당/ 2024.2.22 내 재주가 남보다 떨어진다는 생각 떨군 적 없다 아닌걸 대입 시험장 입구부터 벌벌 떤다 답안지는 떨린 손으로 떨린 문자로 떨린 답안지를 내밀었다 결국 떨어지고 부모님 걱정이 떨어지고 떨어진 것을 가슴에 담았다 떨어진 것은 허수가 아닌 내게는 실수 實數였다 이걸 익히도록 밤낮으로 책장 넘겼다 검정고시는 마음 독한 자의 고행길을 완주 끝에 붉은 열매 익혀 합격통지서 한 장 떨어져 가슴에 찰싹 붙었다 자작글-024 2024.02.22
목소리 목소리 /호당/ 2024.2.21 현빈 지문 玄牝之門을 통과한 목소리는 서로 닮은 DNA다 근래 목소리는 휘청휘청 가물가물 울림이 흐리다 목소리가 떨군 피붙이 곁을 떠나 흐린 목소리 챙기나 먼 곳은 가까운 곳보다 못하다 목소리의 파장이 흐릿한 울림 그 울림을 증폭해 들어보면 고독의 소용돌이 맴돌고 있어 인생 만년에 흔히 겪을 통과의례 같은 것 자작글-024 2024.02.21
늦깎이들 늦깎이들/호당/ 2024.2.20 문자 해독의 길은 어둑한 그믐밤 낯선 곳처럼 어리둥절하다 호랑이 담배 피웠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던 무지의 밭고랑만 긁어 댈 때 먹고 사는데 만 버둥거렸다 호랑이 담배 피웠다는 이야기를 알아차릴 때 세상은 번쩍번쩍 보릿고개는 유머로 회자하고 연필 들고 호미질하듯 그어대자 그건 모음“ㅣ”자라 한다 호미 눕혀 좍좍 긁어대니 지우개를 쓰세요 낯선 땅이 고향처럼 친숙해진다 모음 자음이 눈에서 머리로 옮겨간다 자작글-024 2024.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