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불안

불안/호당/ 2024.3.15 믿어야 한다면서 불안이 붙어온다 내자의 생일 축하 화분을 배달한 자와 수작이 통해 전시회에 보낼 서양 난 화분을 현금 주고 주문해 놓았다 영수증 전화번호 축하 문구까지 알리자 그는 사진 촬영까지 마쳤다 보내놓고 하루 전에 주문하면 될 텐데 남을 믿고 돌아서서 의심하고 경솔한 짓으로 불안한다 믿어야지 겨우 50,000원 갖고 장막을 친단말인가 믿자 믿어야 한다 백양나무 이파리처럼 떨지 말라 내 소심이 대범에 눌려 불안하다

자작글-024 2024.03.17

사잔 답사

사전답사 /호당/2024.3.14 전시회에 초청받았다 3 월 19 일 약속했으니 광채 하나 더 보태야지 3호 선 승차하고 물어서야 하차 역을 알았다 연결 통로 따라 아픈 무릎 달래 가며 9 층에 내렸다 백화점 상품들 정숙한 자세로 기다림이 익숙한 듯 고요하다 간혹 한두 사람 꽃집은 12층에 있단다 화분 생화 몇 개 꽃다발 조화 일색이다 바삭거리는 소리도 가짜로 들린다 사전답사는 조급성의 발로다 좀 느긋한 성정이면 좋으련만 자신에게 메질한다

자작글-024 2024.03.17

꽃과의 대화

꽃과 대화/호당/ 2024.3.15 노인은 병상에서 꽃을 바라본다 별다른 생각은 없다 꽃은 노인을 위한 몸짓은 없다 사물은 제 하고 싶은 데로 있는 표지 같다 꽃의 요염 향기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천성일 뿐 꽃과 나 서로 존재하는 것 너는 너 방식대로 살고 나는 내 본성대로 살아간다 서로 간절한 생각 하나 발할 때 존재감을 공유한다 내일을 가늠 못 할 노인의 병상 꽃상여에 올라 마지막 길은 전송하는 일이 내 일이 일 것이다

자작글-024 2024.03.16

냉장고의 재발견

냉장고의 재발견 /호당/ 2024.3.15 먹다 남은 빵을 식탁에 그냥 두려 하자 내자는 냉장고는 유통기한을 소거한데요 내 유통기한은 곧 가까이 다가온다 표시하지 않은 시한 예상하고 설마 오늘은 냉장고 속 빵을 두고 내외는 설마 오늘은 하고 잊고 말았다 내 유통 기한을 제시한 의사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라 불안을 먹고 잠을 설칠지 말라 냉장고 빵은 검은 반점 드러내고 숨소리 없다 냉장고를 믿는다 누구든 처음 만난 이하고 수작하다 설마 하고 믿는다 냉장고처럼

자작글-024 2024.03.16

K의 위상

K의 위상/호당/ 2024.3.14 드디어 K는 순도 24 카레트가 되었다 강력한 광채가 세계를 비춘다 눈부신 이 알아차려 황금꼬리 잡으려 우우 찾아온다 샛별처럼 빛나 내 가슴에 내려달라는 이방여인의 몸짓 다른 문자 자판기는 K를 부러워한다 K팝 k드라마 K밥상 등등 K의 광채에 매혹하여 브래지어를 벗으려 한다 꿈의 K에 멜빵을 풀어놓거나 K에 도금하고 행복을 누린다

자작글-024 2024.03.15

부랭이

부랭이/호당/ 2024.3.14 이름처럼 크게 불어나지 않은 골에 목성이 주름 잡았던 촌락에는 별별 땅 이름이 있다 두루봉 똥그랑봉 뫼봉 재짓제 뒷제 활개미제 먹골 굴양골 밋골 짐막골 쉰골 아랫마을 솔모랭이 또뭣 있지만 다 열거하지 않는다 여기에 자리 잡았지만 냇물은 항상 메말라 한 참 내려가야 냇바닥 말라 웅덩이 물 조금 수 답이 있고 천수답이 더 많아 그해 흉풍년은 하늘에 달렸다 풍년들고 뱃살을 줄이고 흉년들어 더 줄이고 일본말에 멍텅구리라는 야유에 배기다 못해 학교는 안 가고 소먹이고 땔감 나무 지게에 지고 호미 들고 차라리 마음 편했다 해방이란 것 뭐 어린 것들이 그냥 덩달아 만세 부르고 그것보다 참혹한 6.25 때 의용군에 끌려가지 않은 요행 잠간 동안 공산 치하에 은신처는 산 부랭이 골짜기는 ..

자작글-024 2024.03.14

만남의 즐거움

만남의 즐거움 /호당/ 2024.3.13 종점이 감각으로 보인다 세파는 일지라도 갈대는 쓰러지지 않는다는 착각이라도 좋다 만남을 즐기자는 공통 분모가 뚜렷하다 산다는 것에 입이 즐거워야 삶이 파닥거린다 벌떼같이 모이는 곳은 꿀단지는 있다 맛의 연장은 커피가 치맛바람에 실려 잔을 내밀 때 도둑눈이 골짜기를 훑자 진한 향이 몽롱해진다 만남의 각색이 잘 버무리다가 *클리쉐 Cliche는 그러려니 넘긴다 이만큼 즐겼으니 생의 한 점 부풀려 좋다 *상투어

자작글-024 2024.03.14

만족한다

만족한다/호당/ 2024.3.13 가히 빈손으로 결혼하고 억척같이 살았다 그 삶이 남루하다 여기지 않지 유년은 생채기가 끊임없이 일어 호미 지게가 찰싹 붙었다는 생각 공직에 나아가려 책갈피 널브러지게 닳아 결과 40여 년 월급봉투는 생명수였지 아이들 공부시켜 짝지어 보내고 달랑 내외는 여생을 다스린다 잔액 증명 아파트 29평 반 연금 알뜰히 살아준 내자에 고맙고 이만하면 만족하고말고 감사한 마음으로 지낸다

자작글-024 2024.03.13

급행 2에 승차하다

급행 2에 승차하다 /호당/ 2024.3.10 봄이 코앞에 와서 매화 향 뿌린다 채신머리없이 급행 2에 승차하고 중앙로를 향한다 차창 밖 풍경들 가슴 펴 기지개 펼쳐 약동하려 출발선에서 두근거리는 듯하다 하늘 치솟은 아파트가 총총 위만 쳐다보았지 해님과는 상관없다는 듯 사방으로 맞붙은 등배 햇볕 받을 일 없어도 상관없지 경상감영 정유소 하차하자 방향감각 교란하자 잠시 촌뜨기가 된다 낯선 얼굴이 일제히 야유 얼레리 노학 老鶴이여 여긴 물가가 아니라고 무임승차할 노권 老權을 남용 말라 중고 서점을 훑고 내가 찾는 시집 없어 빈손이다 봄기운에 쫓은 발등이 무임승차 목적 없이 승차한 것이 아니라 봄기운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자작글-024 2024.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