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맨발로 걷다

맨발로 걷다/호당/ 2024.4.3 맨발은 학대가 아니다 숨 막히는 구두 감옥 같은 가죽 감방에서 해방은 맨발이 바람 씔 때다 마사토 위를 맨발로 걷는다 유리 조각 아카시아 가시 없으니 피 볼 일 없다 짜릿한 촉감이 피를 끓인다 맨발로 걸어 알바 차기에 감각이 없다면 마음 주고 싶지 않은 추녀가 스스로 치마폭을 끓은들 매력녀의 그림자를 밟는 기분일 거다 지기는 오르고 천기는 내려 같이 만나 화끈한 방전이 일듯 맨발 높이 들어 디딜방아를 밟는다 온몸을 감도는 정기가 생동한다

자작글-024 2024.04.03

가로등

가로등 호당2024.3.31 오지마을까지 전선이 깔릴 때 거의 맨 나중에 내 고향도 전봇대가 우뚝우뚝 섰지 호롱불이 줄행랑치자 가로등이 마을을 지키고 개 짖는 소리가 좁을 골을 가득 채울 때도 있었다 나는 벌써 꼬부랑길 걸어 낯선 마을에 닿을 때마다 신고하듯 굽실거리고 어떤 때는 텃새 바람에 가로등에 태질 당할 뻔 할 때도 있었다 지금 가로등에 인사 안 해도 되자 꼬부랑길처럼 모진 가로등 빛이 뼛속까지 비추고 있다

자작글-024 2024.03.31

남십자성

남십자성 /호당/ 2024.3.27 보폭이 좁은 눈동자가 남십자성처럼 남반구에서 길잡이를 한다 별이 반짝이다 외로운 별 하나 새벽에 혼자 십자가 풀밭을 찾는다 각기 제 방식대로 서성이는 나무 유독 성경 3번 필사했다는 자랑 끝엔 같은 레퍼토리를 풀어 놓는다 같은 음가는 재가동을 거듭할수록 귀청에 흠이 생길라 염려한다 자기 몸짓으로 휘휘 젓고 옆 나무의 몸짓엔 듣지도 관심도 없는 교양이 빈곤한 나무 일어서자, 선창. 자기 맘대로 나무들 몸짓하다가 멈춘 채 남십자성을 보이지 않는다 북반구엔 북극성 남반구엔 남십자성

자작글-024 2024.03.28

부엉이 우는 밤(유년 시절의 정경)

부엉이 우는 밤 (유년 시절의 정경) /호당/ 2024.3.28 산골 마을 밤은 일찍 찾아온다 늦가을 아침저녁은 쌀쌀한 시어머니의 성깔 같다 이맘때쯤 논밭은 알갱이들이 무더기 무더기로 모여 찬 이슬에 떨고 있지 한밤을 지나 새벽이 다가온다 부엉이 우는 소리 구슬프게 들리자 마을 개들 일제히 짖어댄다 그 바람에 밤은 일찍 물러간다 샛별이 총총해지자 눈썹 비빈다 알밤이 여기저기 뒹군다 간밤 부엉이 소리 개 짖는 소리에 놀라 떨어졌겠지 한 오지랖 주워 모아 보라는 듯 집에 오면 어머님 칭찬이 자자하고 부엉이 우는 밤은 영락없이 밤알이 떨어진다

자작글-024 2024.03.28

코로나 19에 걸리다

코로나19에 걸리다/호당/ 2024.3.22 발원지는 강의실 문맹인과 노닥거리다 걸려들었다 3월19일 월요일 문맹의 눈 하나가 공부를 끝내기 전에 급히 찡그리면서 나간다 빨리 가세요 안정을 취하시라고요 나도 금요일 저녁 무렵부터 몸살 기운이 났다 아마 나의 잠복기간이다 토요일 병원에서 판정받고 그간 잘 피했다 했더니 결국 올가미에 걸렸다 목이 따갑고 진한 가래 간혈적으로 기침 가벼운 몸살 정도 코로나19 발병 2019.12월. 지금 마스크까지 스스로 해방했는데 그냥 모른 척 지나가면 안되나 내자까지 전염

자작글-024 2024.03.28

동맹 사직 그리고 파업

동맹 사직 그리고 파업 /호당/ 2024.3.27 가장 엘리트 지성인 의사가 환자의 곁을 떠난다 정부 의료정책 2,000명 증가에 반기를 든다 그간 두 번의 쟁의에 정부는 굴복 이번에도 굴복시키겠다는 각오 이길 때까지 환자 곁을 떠난다 이건 간접 살인 행위다 우리 의사에 반한 정책을 해 속으로는 밥그릇 작아진다 양심적인 의사는 환자를 지키고 해볼 테면 끝까지 해보자 의료대란 태풍이 불어 초토화될 때까지

자작글-024 2024.03.27

하나가 되자

하나가 되자 /호당/ 2024.3.26 지하철 맞은편 남녀 처녀는 온몸을 맡겨 하나로 되고 싶어 한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불꽃에 녹여 한 생애를 내맡겨 찰싹 붙는다 하나가 되자 대담하게 끌어안는다 드디어 청년의 억센 팔뚝은 붉은 핏줄이 붉어진다 활활 타오르는 사랑의 옥시토신 하나가 되려 흘려도 흘려도 멈추지 않은 페닐에틸아민 대담해진다 사랑을 위해 하나가 되기 위해

자작글-024 2024.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