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354

K를 누리다

K를 누리다/호당/ 2024.1.29 앞서가고 싶어 자국을 위해 발광 發光한다 그중 유독 K는 우뚝해 촉수는 높아 세계를 비춘다 K팝, K 드라마, K 밥상, K.BTS가 눈에 띄면 오금이 시리다 K 빛만 쏘이거나 소리만 들리면 환상의 곳을 달려가고 싶다 배아가 자란 내 나라 내 고장에서 겪는 일 배앓이는 으레 참고 견뎌야지 30분 한 시간 연착한들 그러려니 과녁이 네게 꽂힌 듯 그와 한자리에서 강의를 듣는다 강력한 흡인력이 이국의 흙은 찰싹 붙었다 꿈에 그리던 K 불편을 겪고 나서 편리를 알고 행복을 누린다 꿈의 K가 현실로 맞아 몽땅 물들인다

자작글-024 2024.01.28

내 초등학교 1학년

내 초등학교 1학년/호당/ 2024.1.28 8살에 입학한 핫바지에 물렁뼈는 알루미늄 노란 주전자처럼 움푹움푹 그놈의 월사금 한숨은 주전자 뚜껑 들썩들썩 푸푸 고무풍선 부풀 때는 없다 시험지 받을 때까지 발발 쉽게 답안지 메우고 흔들의자에 안정 뼈대 여물지 않아 큰소리 뻥뻥 대신 *구들 장창長槍만 쓴다 *해 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다 체육 18기의 하나. 무예의 일종

자작글-024 2024.01.28

아파트 층간 소음

아파트 층간 소음/호당/ 2024.1.27 아파트는 위층은 아래층에 소음이라는 속성이 있다 이건 철듦과 철모름 도덕성에서 발생할 수 있다 진원은 대개 아이들이 실외처럼 놀이한다든가 교양 없는 자의 내 중심 때문 공동체 의식은 나를 조금 고개 숙여 기여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농촌 촌락은 이런 소음은 없지 아파트는 포개놓은 상자 같은 것 밤은 편안한 잠을 기대할 시간에 애기똥풀이 팔딱거리거나 백양나무 분별없이 팔랑거려 진폭 振幅을 키운다 마음을 자제하는 꽃방석 깔아 있으면 아래위층 편안한 밤이 된다

자작글-024 2024.01.27

찹쌀 누룽지

찹쌀 누룽지/호당/ 2024.1.26 한 차례 변신 하얀 몸이 까뭇까뭇 눌어붙을 때까지 진실을 고백한다 삶은 길 걷다 흙탕물 덮어쓰는 일도 진실의 고백을 입증 못해 옥살이하는 일도 있다 나의 변신 찹쌀밥이 아닌 찹쌀 누룽지로 행세한다 진실을 입증한다 냄비 속에서 부글부글 끓을 때 하얀 거품 냄 비가득 부풀어 토한다 그제야 알아차린 인간들 중불로 서서히 데우면 구수한 맛으로 입을 실룩거리게 입증한다

자작글-024 2024.01.26

우중충하다

우중충하다/호당/ 2024.1.25 짙은 구름 비 뿌릴 듯 말 듯 해님은 아주 숨어버리고 우중충한 날은 우울하다 햇볕 없는 거실에서 관절음 달래려 왔다 갔다 대답 없는 우중충한 음파는 출렁거려 들리지 않는다 시냇물 얼음장 밑 고기 몇 마리 돌 틈에서 꼼짝달싹하지 않은 지느러미 우중충한 날씨에 얼은 몸짓이다 날씨에 민감한 수은주처럼 마음은 영하의 눈금에서 우중충하다

자작글-024 2024.01.25

서리를 아시나요

서리를 아시나요/호당/ 2024.1.25 콩서리 밀 서리 닭서리를 아는가 시골 산천초목만큼 순수한 성품 서리는 낭만적이라 해도 좋겠다 혼자 하는 서리는 없다 너희를 알고도 모른 척 넘어가는 흰 구름 같다 우린 그렇게 자라 맘은 너그럽고 때론 모른 척한다 각박한 세상 지금은 범죄 몇 배 배상해야 할 걸 너그러운 둔각은 각박을 녹이려다 너무 예각이라 찔리고 말걸 서리 세대가 더 살려면 각박한 세태에서 예각 세대에 조심조심 서리는 옛 풍속 놀이라는 전설로 이어가면 되겠다

자작글-024 2024.01.25

어긋난 신호

어긋난 신호 /호당/ 2024.1.24 바짓가랑이 사이로 스치는 바람의 세기가 어긋나 맥 빠진 바람 셋은 같은 점에 내려 악수하고 넋 빠진 바람 하나 다른 점에서 비툴거린다 느릅나무 네 그루는 혹독한 동장군에 얼어 입술소리 脣音(ㅂㅃㅍㅁ)는 떨고 있다 교신은 여러 번 보냈으나 수신할 수 없다는 멘트 엉뚱한 기우는 나를 당혹하게 한다 수신 방법의 차이로 어긋난 바람이 되었다 이건 삶의 종점에 부는 바람의 방향이 아니라 깜박깜박 이라는 뇌파의 파동이다 오래 견뎌온 흰 머리카락에 있는 망각이 아닌 착각이 빚은 어긋난 신호의 여운 현상이다

자작글-024 2024.01.25

망각이란 보약 속으로

망각이란 보약 속으로 /호당/2024.1.22 잊는 것은 약이 될 때가 있다 처음엔 백지로 태어난 인간이 백지에 그리면서 자란다 잘못 그림도 있다 푸르다 시들다 바삭거리다 가랑잎 되어 훌쩍 날아 가버리면 끝장 바삭거리는 나이에 망각이 되살아난다 고해성사는 믿음 없는 자에 인격 살인 그때 왜 그랬지, 철없는, 용기 없는 철든 야바위, 늙은 능구렁이 잊자. 망각의 가마솥에 넣어 달구어 가루가 되면 훅 날려버리자 무신자의 고해성사다 용서하고, 용서받고, 마음속으로 바람 편으로 날리자 그래도 망각이 되살아 나더라도 마음 비우자

자작글-024 2024.01.22

빈들판에서

빈들 판에서/호당/ 2024.1.22 한 계절 푸른 정기 팍팍 뿌려 삶의 정점을 향하여 달려 빽빽이 가득 메운 황금알들 지금 텅텅 빈 들판에 적막이 내려앉아 잠든 듯 고요하다 생이 가장 왕성할 때 쑥쑥 뻗어 밤은 어두워서 좋고 낮은 밝아서 하늘과 땅의 울력으로 익어간다 새 떼들 들판에서 삶의 낙수를 즐긴다 새들의 잔치가 끝내면 들판은 꿈꾸듯 조용하다 삶이 평생 즐거울 수 있겠나 오르막을 향한 즐거움과 내리막을 향한 웃음이 깔리면 완성한 삶이라 할 수 있다 지금 빈 들판은 적막이 내려 쓸쓸한 듯 보이지 않아 내일을 위해 꿈꾸듯 조용한 휴식 중이다

자작글-024 2024.01.22

애달프다

애달프다/호당/ 2024.1.19 아흔 넘은 장수 생의 구멍마다 통증을 동반한 누수 한다 삶을 쿡쿡 찔러 멈추라는 재촉인가 일흔이든 아흔이든 시들기는 거기가 거기다 다만 껄떡거리는 숨소리 차이다 먹는다는 것은 삶을 잇는 약이다 특효약이 지날 봇도랑 물길을 부유물이 막는다면 어찌 효험이 있겠나 필수적인 자작 운동에 결치 缺齒는 치명적인 맛의 결핍이다 심한 누수 현상 한 삽 폭 떠서 막았으면 그러나 내 삽이 너무 부실해 애달프다 젊은 삽들이 더 애달파한다

자작글-024 2024.0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