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354

천서공원에서

천서공원에서/호당/ 2024.1.18 도심 속 빈틈 헤집고 들어선 천서공원에 무료 無聊를 달래려 벤치에 앉았다 공원도 나와 같아 적적해 무료만 가득하다 겨울날 오후 너그러운 해님 포근한 손바닥으로 지문 하나 꾹 찔러준다 비닐 장막 두른 정자 안 노파는 무료를 잊으려 낮잠을 즐긴다 이 공원을 지키는 생물은 물론 조형물조차 무료에 잠겨 꼼짝달싹하지 않는다 해님은 무료는 마음먹기야 나무란다 젊은 아낙이 아기를 업고 빨래거리이고 종종걸음으로 무인 빨래방으로 들어선다 허리 구부정한 노파 산같이 실은 파지를 힘겹게 끌고 간다 내 앞 정경은 삶이 몸부림치는데 무료를 달래려는 자신이 부끄러위진다 무료는 개으른 자의 병이다 바람이 일러준다 그제야 천서공원은 무료를 거두고 활기찬 기운이 실린다

자작글-024 2024.01.18

외국여행

외국 여행/호당/ 2024.1.16 한 번쯤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펄쩍 뛰쳐나오고 싶을 때가 있다 한꺼번에 바깥바람 마시다 어리둥절해진다 세상은 넓고 사람 사는 일은 먹고 입고 집에서 잠잘 텐데 방식은 달라 맛과 멋은 문화로 특색 지운다 낯선 것은 언제나 신비하다 처음 그 생각은 진하지만 시간이 풍화작용에 들어서자 마모되어 잊어버린다 핏기 팔팔할 때 외국 여행은 내 눈의 각도는 둔각으로 되어 넓은 시야가 들어 온다 흐릿하다 못해 백내장이 오면 공짜 항공 표는 국내선 KTX 열차표보다 못하다

자작글-024 2024.01.17

함지장수대학26기 개학하던날

함지 장수대학 26기 개학하던 날/호당/ 2024.1.15낯익은 얼굴들이 반겨준다새 학기 새 부대는 아니더라도새 마음으로 채워나가면 된다낯익은 치맛바람에 내 바짓가랑이 바람으로덮어 새잎 피어나게 하겠다새 학기 만남의 질긴 인연으로 얽혀새 입김 불어내면 더 신선한 열매가맺힐 것이다더 질긴 인연으로 배움을 더 깊게갈아 마음 풀어내어 생생한 문장을끌어내고 싶다한 학기의 큰 부대에 배움의 열매꽉꽉 채워 나가겠다</TBODY

자작글-024 2024.01.17

교촌치킨

치킨/호당/ 2024.1.14 영등포에 사는 막내딸에서 교촌치킨을 보내왔다 어디 있던 주문하면 금방 배달받는 편리한 나라 세계인이 부러워한다 치킨 뒷다리 한 입 깨물면 막내딸 식구가 눈앞에 있는듯하다 치킨 특유의 살코기를 씹으면 입안에 효심이 가득하다 뒤뚱뒤뚱 삐그덕삐그덕 걸어 이만큼 와서 뒤돌아보면 보릿고개는 신세대에는 유머 거리 나는 배고픈 설움 추억이 된다 *AI시대를 누린다는 영광은 오래 산 선물 명성 있는 교촌치킨을 삼키며 딸의 효심을 함께 삼켜 맛의 향연이 행복하다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 인공지능

자작글-024 2024.01.15

임종의 문턱

임종의 문지방/호당/ 2024.1.14 만수위에 접어들어 더는 넘지 않도록 코에 인공호흡기로 막아 놓았다 감긴 눈은 벽창호지 같고 몸체는 마른나무토막을 침대는 떠받치고 있다 형형형 애절한 부름 메아리라도 닿았으면 요지부동 싸늘한 벽돌 같은 손을 잡았으나 내통할 수 있는 정은 끊긴 듯하다 이미 육체는 두고 영혼은 수많은 불개미 떼가 물고 하늘길은 잇는다 아직 마지막 개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냥 만수위는 더는 넘지 않고 파랑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자작글-024 2024.01.14

소머리 곰탕

소머리 곰탕/호당/ 2024.1.12 소머리 우려낸 뽀얀 문장들 후룩후룩 소리 내며 음미해 보라 속속들이 우려낸 진미를 느낀다 뚜깔에 담아낸 시문들 가슴 후련하게 녹여준다 달그락달그락 음음 혓바닥 훑는 소리 끝나자 주인의 시선이 집중한다 아무리 시원한 시 문장 여운까지 맛보려 죽지 틀어 있어 봐라 죄송합니다 다음 손님 대접할 자리 비워주세요 여운마저 사라지자 주섬주섬 자리를 뜬다

자작글-024 2024.01.13

토너 toner

토너 toner 호당/2024.1.12 유효기간은 내 흥청망청한 습관에 따른다 그 신호는 희미하다 수명을 다하면 인간의 종언 기계의 수명은 교체 벽시계를 교체한 일이 있다 문자판만 두고 내장은 몽땅 교체했다 백내장인 눈은 교체한 수정체다 교체는 새 바람 분다 오래 쓸수록 바람의 세기는 흐릿하다 매번 교체하고 또한 맑은 하늘 보고 맑나 구름 끼었나 한다 ML2164는 복사기 유형 MLT-D 101S는 토너 투입할 카트리지 명확히 일치하는 숫자와 기호 전통 문창살처럼 빈틈없이 맞물린다 새 바람이 분다

자작글-024 2024.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