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모래알 다섯 주먹

모래알 다섯 주먹/호당/ 2024.3.21 같은 냇물을 흘려 하류에서 파도에 떠밀려 들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복대로 자기 몸을 묶은 자 지팡이는 제3의 받침대 보청기로 주파수를 끌어모으는 자 뒤뚱뒤뚱 보폭이 좁은 자 모래 색깔은 마음이다 함께 섞여도 엉켜 들지 않으려는 거부의 몸짓 악수에서 감전이 흐르지 않아 삶의 마지막 현상이 잔인하다 그래도 가끔 섞여 소주로 맥주로 얽히려는 마음 찰싹 붙지 않아도 좋아 흐릿한 눈총이 섞이면 어때 바닷가 모래의 잔상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자작글-024 2024.03.22

낙원이 사라진다

낙원은 사라지다 /호당/ 2024.3.21 내 안에 있던 그리움이 밀림의 그늘 아무렇지 않게 널려있다 주로 둥근 모양으로 날씨는 아침저녁 내 몸을 조여 온다 단풍은 떨어지고 된서리의 후광이 싸늘하다 낙원의 땅에 좀도둑이 설친다 내 그리움 하나씩 줄어든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 내게도 통한다 너희 들판에 벌려놓은 알갱이들 밤은 우리들 활동을 촉진하는 기회 질탕 먹고 한바탕 탭댄스로 즐긴다 낙원을 빼앗아 가면 지옥이 올 것이란 생각지 않아 지구가 무너져도 살아날 구멍은 있다 낙원은 내 이마에 붙어있다 .

자작글-024 2024.03.21

회 한 접시

회 한 접시/호당/ 2024.3.20 한 입 입에 넣으면 그만 퉈퉈 하고 싶은 회 한 절음 맞지 않은 미각은 구역질나는 시궁창 같다 내 시는 주로 밤에 태어난다 칼집 받아 자신은 맛있는 음식이라 쾌재를 부르지만 남 입에서는 비린내 혹 치밀어 퉈퉈 악성종양에 걸린 듯 대접받는다 누구 하나 포식해 자기 입맛에 접붙여도 좋을 대목이라 칭찬하고 하얀 살점 같은 시 한 편을 회자해 주었으면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한 회 한 접시 주문받지도 않은 회 한 접시가 냉장고 밖에서 시한을 다툰다 독촉하는 태양의 광폭이 뜨겁다

자작글-024 2024.03.20

조 은호 화백 개인전을 보고

조은호 화백 개인전을 보고/호당/ 2024.3.19 예술이란 물줄기 갈래로 갈라 흐르면 담 넘은 것은 알게 뭐람 예술인과 마주하면 빛 좋은 개살구인 척 은유와 상상을 채색하면 그림을 문자로 시어로 표현하면 시가 되는 것을 왜 너는 너 나는 나로 무심했나 화백은 친절히 해설한다 가슴에 닿을 듯 말 듯 아무래도 나는 문외한 門外漢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로 상상하면 감상이라는 해설 역시 시도 그럴진대 아무래도 내가 걷는 길 편평하고 그림의 길은 뒤뚱거린다 부끄러워진다

자작글-024 2024.03.20

공원에 들면

공원에 들면/호당/ 2024.5.19 공원에 가면 활기라는 옥구슬 하나 품고 온다 꽃샘추위를 이겨 움트는 나무들 팔 벌려 환영한다 매화 산수유꽃 방긋거려 맞아 주니 주름살이 펴진다 순백한 아이들 놀이는 각각 야구 축구하는 아이 연날리기 술래잡기 조금 큰 아이는 자전거 조금 어린이는 킥보드 때 지어 뱅글뱅글 쉬원숸원 미끄러진다 도약의 새 기운이 뱅글뱅글 깔린다 백수는 해바라기가 된다 해님은 금방 알아차려 백수의 이마에 열꽃이 핀다 공원에 들면 재잘거리는 맑은 정기 마음껏 마셔 옥구슬 하나 꿰차고 온다

자작글-024 2024.03.19

묘비명

묘비명 /호당/ 2024.3.19 그는 오직 돈 모으기 혈안이 되었다 문맹을 감추려 빛 좋은 개살구로 포장하고 황금알이면 불 속이라도 뛰어든다 돈이 명예를 불러 모아 높은 직함 가졌으나 모인 자리 되도록 피하고 가히 벙어리로 간혹 몇 마디 하지만 직함 가득한 명함 뿌린다 유명 시인은 상상의 혀뿌리로 치켜세운 묘비 문을 주었다 산불에 잠시 머문 영혼은 놀랐지만 묘비야 거뜬히 버텨 후대에 보강할 귀중한 족보의 사료가 될 것이다 시인은 어디에 무덤 하나 번듯하게 남길까 김광균 묘비명에서 따옴

자작글-024 2024.03.18

만나자

만나자/호당/ 2024.3.17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는 지금도 그대 얼굴이 가슴에 새겨 있다는 것 30여 년간 마음의 고리가 잠시 찬바람에 떨었을지라도 우수 경칩 춘분을 지나 봄이 코앞에서 꼬드기니 녹여져 있으리라 그리운 얼굴 마주하면 말없이 쳐다보기만 해도 묵시록 한 권 터득할 것이니 지난 것은 그리움이요 모두 뉘엿뉘엿한 나이 봄은 오고 가지만 나의 봄은 만나 얼굴 쳐다보면 훈훈한 정의 봄이 맺힐 것이니 만남으로 승화하자

자작글-024 2024.03.17

고개를 젖혀 하늘 쳐다보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다 /호당/ 2024.3.16 낯익은 시야가 낯설어 안경에 안개 덮는다 고층건물 상층에 있는 안과병원 황새 긴 목 늘여 뜨려 머리 처들 듯한다 눈알이 총총한 아가씨 나요 나. 여기요 여기 어둑어둑한 귀 들리겠나 도수에 맞지 않은 안경 쓰나 마나 고개 쳐들고 하늘 쳐다본다 까마귀 깍깍 빙빙 날며 신호 보낸 듯 벽창호처럼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다니던 길이 낯설어질 때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 우러러 보야한다

자작글-024 2024.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