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350

보름 전날

보름 전날/호당/ 2024.2.23 이번 주는 비 오다 눈 오다 구름 끼다 우중충한 내 마음 같다 매일 일과 하나 내가 내릴 과태료 붙기 전에 치러야겠다 폭신한 방패 막 하고 내 속도로 걷는다 현수막이 벌벌 간판들이 나를 빤히 본다 답하려 빠짐없이 읽어준다 불경기란 찬 바람만 불어 풍선만 뜬다 임대 월세는 어쩔고 남 걱정 대신한다 장사치들 보름 대목인데 삶은 나물들 쏟아 나와 떨기만 한다 경기 景氣는 밑바닥에서 쳐다보고 동전은 정상에서 내려다본다 보름달만은 원만한 얼굴 보일 것이다

자작글-024 2024.02.24

다목적 CCTV 작동 중

다목적 CCTV 작동 중 /호당/ 2024.2.23 눈을 부릅뜨고 귀 세워 온갖 사물의 언행을 사서 寫書중이다 이 공원의 사고 史庫가 쌓인다 하찮은 자질구레한 얽힘 *애문소리가 누명 덮어 쓰다 증명을 서 줄 때가 있다 계속 작동 중 **버럭처럼 쌓인 더미 분류하다 보면 순금 덩이 보물도 사료 史料도 있다 다목적으로 기록한 CCTV가 여러 각도로 쓰인다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을 일컬음 **탄광에서 나오는 쓸모없는 잡돌

자작글-024 2024.02.23

떨어지다

떨어지다/호당/ 2024.2.22 내 재주가 남보다 떨어진다는 생각 떨군 적 없다 아닌걸 대입 시험장 입구부터 벌벌 떤다 답안지는 떨린 손으로 떨린 문자로 떨린 답안지를 내밀었다 결국 떨어지고 부모님 걱정이 떨어지고 떨어진 것을 가슴에 담았다 떨어진 것은 허수가 아닌 내게는 실수 實數였다 이걸 익히도록 밤낮으로 책장 넘겼다 검정고시는 마음 독한 자의 고행길을 완주 끝에 붉은 열매 익혀 합격통지서 한 장 떨어져 가슴에 찰싹 붙었다

자작글-024 2024.02.22

늦깎이들

늦깎이들/호당/ 2024.2.20 문자 해독의 길은 어둑한 그믐밤 낯선 곳처럼 어리둥절하다 호랑이 담배 피웠다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듣던 무지의 밭고랑만 긁어 댈 때 먹고 사는데 만 버둥거렸다 호랑이 담배 피웠다는 이야기를 알아차릴 때 세상은 번쩍번쩍 보릿고개는 유머로 회자하고 연필 들고 호미질하듯 그어대자 그건 모음“ㅣ”자라 한다 호미 눕혀 좍좍 긁어대니 지우개를 쓰세요 낯선 땅이 고향처럼 친숙해진다 모음 자음이 눈에서 머리로 옮겨간다

자작글-024 2024.02.20

상투어-클리셰-cliche

상투어-(클리셰)-cliche /호당 2024,2,18 밥 먹고 똥싸고 잠자고 오늘도 내일도 삶이 클리셰처럼 현현한다 이건 강 하구의 담수 淡水 같다 가끔 안부를 물으면 그럭저럭 지낸다는 말 애매모호한 은유처럼 들린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황금 물결치는 들판 이런 상투어가 활력이 넘쳐 생동했으면 좋겠다 들판을 뛰는 망아지가 저녁노을에 젖어 뒷걸음질하는 페리디 parody를 연출하고 나는 껄껄거린다

자작글-024 2024.02.18

주목 朱木

주목 朱木/호당/ 2024.2.18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버티는 주목이 고사목 경지에서 만난다 반송처럼 사랑받을 때가 어제 같은데 노송과 고사목의 이분법으로 갈라지는 또래 찾아 앉았다 역시 맞아 주는 늙은 주목의 향기는 치마폭이 휘감길 때 콧구멍 벌름벌름 약차 한 잔 앞에 늙은 혓바닥소리가 정다워진다 내 향기보다 바깥 향기 마셔 천년을 버티려 한다 눈알이 반들반들 귀청이 청청 입맛이 쩍쩍 이만하면 버티고말고

자작글-024 2024.02.18

에누리

i 에누리/호당/ 2024.2.17 노점상은 헌 상자를 조각내어 값을 써놓는다 정찰 표다 더는 에누리 수작은 쩨쩨한 사람 서문시장 가방가게는 각종 가방이 북어 덕장같다 스마트폰이랑 자질구레한 것 넣자는 생각 얼굴 흘끔 보고 생각보다 높게 호가한다 에누리는 반을 꺾어 후리쳤다 펄쩍 뛴다 그럼 5,000원을 에누리 반색한다 현찰로 마무리하니 환한 낯빛 필요가 충족하면 내 에누리는 적정한 선이다

자작글-024 20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