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348

공원에 들면

공원에 들면/호당/ 2024.5.19 공원에 가면 활기라는 옥구슬 하나 품고 온다 꽃샘추위를 이겨 움트는 나무들 팔 벌려 환영한다 매화 산수유꽃 방긋거려 맞아 주니 주름살이 펴진다 순백한 아이들 놀이는 각각 야구 축구하는 아이 연날리기 술래잡기 조금 큰 아이는 자전거 조금 어린이는 킥보드 때 지어 뱅글뱅글 쉬원숸원 미끄러진다 도약의 새 기운이 뱅글뱅글 깔린다 백수는 해바라기가 된다 해님은 금방 알아차려 백수의 이마에 열꽃이 핀다 공원에 들면 재잘거리는 맑은 정기 마음껏 마셔 옥구슬 하나 꿰차고 온다

자작글-024 2024.03.19

묘비명

묘비명 /호당/ 2024.3.19 그는 오직 돈 모으기 혈안이 되었다 문맹을 감추려 빛 좋은 개살구로 포장하고 황금알이면 불 속이라도 뛰어든다 돈이 명예를 불러 모아 높은 직함 가졌으나 모인 자리 되도록 피하고 가히 벙어리로 간혹 몇 마디 하지만 직함 가득한 명함 뿌린다 유명 시인은 상상의 혀뿌리로 치켜세운 묘비 문을 주었다 산불에 잠시 머문 영혼은 놀랐지만 묘비야 거뜬히 버텨 후대에 보강할 귀중한 족보의 사료가 될 것이다 시인은 어디에 무덤 하나 번듯하게 남길까 김광균 묘비명에서 따옴

자작글-024 2024.03.18

만나자

만나자/호당/ 2024.3.17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는 지금도 그대 얼굴이 가슴에 새겨 있다는 것 30여 년간 마음의 고리가 잠시 찬바람에 떨었을지라도 우수 경칩 춘분을 지나 봄이 코앞에서 꼬드기니 녹여져 있으리라 그리운 얼굴 마주하면 말없이 쳐다보기만 해도 묵시록 한 권 터득할 것이니 지난 것은 그리움이요 모두 뉘엿뉘엿한 나이 봄은 오고 가지만 나의 봄은 만나 얼굴 쳐다보면 훈훈한 정의 봄이 맺힐 것이니 만남으로 승화하자

자작글-024 2024.03.17

고개를 젖혀 하늘 쳐다보다

고개를 젖혀 하늘을 쳐다보다 /호당/ 2024.3.16 낯익은 시야가 낯설어 안경에 안개 덮는다 고층건물 상층에 있는 안과병원 황새 긴 목 늘여 뜨려 머리 처들 듯한다 눈알이 총총한 아가씨 나요 나. 여기요 여기 어둑어둑한 귀 들리겠나 도수에 맞지 않은 안경 쓰나 마나 고개 쳐들고 하늘 쳐다본다 까마귀 깍깍 빙빙 날며 신호 보낸 듯 벽창호처럼 두리번거리기만 한다 다니던 길이 낯설어질 때 고개를 한껏 젖히고 하늘 우러러 보야한다

자작글-024 2024.03.17

불안

불안/호당/ 2024.3.15 믿어야 한다면서 불안이 붙어온다 내자의 생일 축하 화분을 배달한 자와 수작이 통해 전시회에 보낼 서양 난 화분을 현금 주고 주문해 놓았다 영수증 전화번호 축하 문구까지 알리자 그는 사진 촬영까지 마쳤다 보내놓고 하루 전에 주문하면 될 텐데 남을 믿고 돌아서서 의심하고 경솔한 짓으로 불안한다 믿어야지 겨우 50,000원 갖고 장막을 친단말인가 믿자 믿어야 한다 백양나무 이파리처럼 떨지 말라 내 소심이 대범에 눌려 불안하다

자작글-024 2024.03.17

사잔 답사

사전답사 /호당/2024.3.14 전시회에 초청받았다 3 월 19 일 약속했으니 광채 하나 더 보태야지 3호 선 승차하고 물어서야 하차 역을 알았다 연결 통로 따라 아픈 무릎 달래 가며 9 층에 내렸다 백화점 상품들 정숙한 자세로 기다림이 익숙한 듯 고요하다 간혹 한두 사람 꽃집은 12층에 있단다 화분 생화 몇 개 꽃다발 조화 일색이다 바삭거리는 소리도 가짜로 들린다 사전답사는 조급성의 발로다 좀 느긋한 성정이면 좋으련만 자신에게 메질한다

자작글-024 2024.03.17

꽃과의 대화

꽃과 대화/호당/ 2024.3.15 노인은 병상에서 꽃을 바라본다 별다른 생각은 없다 꽃은 노인을 위한 몸짓은 없다 사물은 제 하고 싶은 데로 있는 표지 같다 꽃의 요염 향기는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의 천성일 뿐 꽃과 나 서로 존재하는 것 너는 너 방식대로 살고 나는 내 본성대로 살아간다 서로 간절한 생각 하나 발할 때 존재감을 공유한다 내일을 가늠 못 할 노인의 병상 꽃상여에 올라 마지막 길은 전송하는 일이 내 일이 일 것이다

자작글-024 2024.03.16

냉장고의 재발견

냉장고의 재발견 /호당/ 2024.3.15 먹다 남은 빵을 식탁에 그냥 두려 하자 내자는 냉장고는 유통기한을 소거한데요 내 유통기한은 곧 가까이 다가온다 표시하지 않은 시한 예상하고 설마 오늘은 냉장고 속 빵을 두고 내외는 설마 오늘은 하고 잊고 말았다 내 유통 기한을 제시한 의사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하라 불안을 먹고 잠을 설칠지 말라 냉장고 빵은 검은 반점 드러내고 숨소리 없다 냉장고를 믿는다 누구든 처음 만난 이하고 수작하다 설마 하고 믿는다 냉장고처럼

자작글-024 2024.03.16

K의 위상

K의 위상/호당/ 2024.3.14 드디어 K는 순도 24 카레트가 되었다 강력한 광채가 세계를 비춘다 눈부신 이 알아차려 황금꼬리 잡으려 우우 찾아온다 샛별처럼 빛나 내 가슴에 내려달라는 이방여인의 몸짓 다른 문자 자판기는 K를 부러워한다 K팝 k드라마 K밥상 등등 K의 광채에 매혹하여 브래지어를 벗으려 한다 꿈의 K에 멜빵을 풀어놓거나 K에 도금하고 행복을 누린다

자작글-024 2024.03.15

부랭이

부랭이/호당/ 2024.3.14 이름처럼 크게 불어나지 않은 골에 목성이 주름 잡았던 촌락에는 별별 땅 이름이 있다 두루봉 똥그랑봉 뫼봉 재짓제 뒷제 활개미제 먹골 굴양골 밋골 짐막골 쉰골 아랫마을 솔모랭이 또뭣 있지만 다 열거하지 않는다 여기에 자리 잡았지만 냇물은 항상 메말라 한 참 내려가야 냇바닥 말라 웅덩이 물 조금 수 답이 있고 천수답이 더 많아 그해 흉풍년은 하늘에 달렸다 풍년들고 뱃살을 줄이고 흉년들어 더 줄이고 일본말에 멍텅구리라는 야유에 배기다 못해 학교는 안 가고 소먹이고 땔감 나무 지게에 지고 호미 들고 차라리 마음 편했다 해방이란 것 뭐 어린 것들이 그냥 덩달아 만세 부르고 그것보다 참혹한 6.25 때 의용군에 끌려가지 않은 요행 잠간 동안 공산 치하에 은신처는 산 부랭이 골짜기는 ..

자작글-024 2024.03.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