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흥청망청 물 쓰다

흥청망청 물 쓰다/호당/ 2024.6.256월분(5월 사용분)관리비 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란 항목수도 요금검침을 믿어야 한다믿을 수 없다는 나의 행위는 의심으로 채워진다관리사무실에 의심을 풀자고내려놓자낱낱이 닦아 보였으니벌건 민낯이 되었다이건 내 마음흥청망청에서 비롯된 것흐르는 강물이 아니다강물을 더욱 정화한 물이다내 마음을 닦아(정화)야 한다그러면 절약이 미덕임을 알 것이다

자작글-024 2024.06.26

많이 변했다는 첫인사

많이 변했다는 첫인사/호당/ 2024.6.24언 듯 지나가는 바람이면 좋을 걸몇 번 맞닥뜨린 낯바닥이 기억되었다친구의 점심 자리에 불러 갔더니그자도 있었다처음으로 통성명 악수과시하는 말이 많아아직도 몇 구절은 눌어붙은 누룽지가 있다그로부터 근 4, 5년 지났다오늘 반가워 손 내밀어 악수했다내 덕담에 그는 많이 변했다는 첫인사내 낯바닥에 먹물 한 방울 튄다모른 척 스쳤으면 좋았을 걸다 같이 살아오면서 어찌 눈비 맞지 않겠나손 내밀어 악수한 내가 치욕스럽다자기는 눈비 맞지 살았나

자작글-024 2024.06.25

우직한 미련-2

우직한 미련-2/호당/ 2024 6.22우직한 미련 하나비 오는 날미련을 쌓은 변비가확 뚫린 오후불로동 화훼단지의 앳된 아가씨의 향기는염천이든 우천이든 날린다얌전히 내리는 빗줄기에수은주는 푹석 내려앉아내 미련을 밀어준다쿠페아 원종 게발선인장이나를 기다리는 듯 반겨주어가볍게 지갑을 열었다미련을 쓴 헌팅캡을 벗으니꽃 아가씨들이 우르르 몰려와백수를 멱 감긴다뻥 뚫린 하수구로 우직한 미련이 새어나간 오후다그만 내 관절을 달래기로 한다

자작글-024 2024.06.23

여름

여름 2024.6.23떡갈나무 냄새 후끈후끈그때마다 내 낯바닥이 화끈화끈미루나무 싱겁게도 히쭉히쭉 웃을 때마다건들건들바람은 술에 취한 주법으로 내 얼굴을 훑는다거실 벽걸이 시계추는 축 늘어져왕복 키스 속도 늘어지자불쾌지수 높아진다땀 흘리도록 포옹하는 중때가 오면 때에 엥. 찌르르 댕 동호박잎. 고구마잎. 오이잎들.반죽음을 당하고소나무. 주목들은 여름과근친상간을 즐긴다검버섯 나이맥 못 춰 이 구석 저 구석수캐 혓바닥 내민 듯 헉헉거린다

자작글-024 2024.06.23

명태 껍질에 덮이면

명태 껍질에 덮이면/호당/ 2024.6.21조밀하거나 느슨한 나이테만 끌어낸 나이엇갈린 손목 사이로 틱톡 바람이 들락거리자눈과 눈 사이 명태껍질이 가려로트레크보다 더 우아한 자태로양귀비보다 더 아리따운 얼굴로 흡인력은 더 강해지다셰이커 족속들은 밤을 환락의 도가니로 펄펄 끓여야 제맛에 녹아버리지만 급조한 밤에 별이 반짝거려 리듬 짝 춤 족속들의 궤변 운동한다고아랫도리가 빳빳해지고 남의 별을 따려는 엉큼한 장대로아무리 견주어 봐도 닿을 수 없는 허공이라 느껴질 때 나의 바깥임을 깨닫는다서로 생수를 나누어 마셨지만불순물이 섞이지 않았다명태껍질이 녹아버리자 별은 사라지고 사련의 바람 씻은 듯남는 것은 허무한 장난의 파편이널브려있다

자작글-024 2024.06.21

누에 고치 실 뽑는 날

누에고치 실 뽑는 날/호당/ 2024.6.21누에고치가 가마솥에서펄펄 끓는다어머니는 명주실 감는 물레를돌리면 벌써 명주 옷감이 몽상으로 감긴다동네 앳된 눈망울들알몸으로 누에고치 가마솥을 지키고잿밥보다 붉은 번데기에 혼을 판다누에고치는 끓는 물에 몸을 풀고꼬맹이는 번데기에 마음 풀어낸다신나는 아이들의 주전부리고소한 붉은 젤리에 입술이 붉어 꽃핀다명주실 감는 물레에는 어머니의 명주 옷감이 감기고꼬맹이의 주전부리가 감긴다누에고치 실 뽑는 날물레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감긴다

자작글-024 2024.06.21

내 마음 실어 가는 내성천

내 마음 실어 가는 내성천/호당/ 2024.6.20밤알 같은 첫사랑가슴앓이마음 부려 놓을 곳 없어지는 해 끌어안고내성천을 바라본다벌겋게 내다뵈는 노을내 마음 되받아 보이지 못해오금만 시리다저것 봐은빛 번뜩이는 은피리사랑 찾아 펄떡펄떡 뛰는 것을김 없는 숭늉부터 끓인다고뛰자 날자 과감히 흐르자그제야내성천은 내 마음 싣고천천히그리고느긋하게봄 강물 물들어 흐른다

자작글-024 2024.06.20

태풍 한 차례

태풍 한차례/호당/ 2024.6.20바다가 미쳤어흰 거품 토하며 뒹굴다부딪다 부서지다미친 소뿔 닥치는 대로 떠받친다갈매기는 어디 갔나그 많던 날갯소리눈도 몸뚱도 볼 수 없는 바람의 미치광이미친바람의 아가리에 핥기이기만 하면 상처는 가혹하다골짜기로 몰아오는 미친바람이현빈의 치마폭에 싸이자그만 녹아난다쓸고 간 흔적이 잔인하다<!-- __Hanmail-sig-

자작글-024 2024.06.20

환영 받을 곳

환영받을 곳/호당/ 2024.6.19어디 간들 어두컴컴한 나이는반갑게 맞아 줄 곳은 드물다유유상종이란 말이 유효한 곳은검버섯 피는 마을이다눈치 볼 일 없어 마주하고이빨 빠진 어구 흘려도 통한다같은 식탁에서 숟가락 달그락 소리 만들어도 가는 세월 잊고 이 시각 붉게 태울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어디 간들 환영받을 일 없는 생귀퉁이서 끼리끼리 마주하고고독을 삼킨다

자작글-024 2024.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