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287

상추쌈

상추쌈/호당/ 2024.3.3 삶의 충전에는 쌀밥 고깃국이 좋지 때로는 상추쌈이 입 언저리를 간질인다 난전에 들렸다 시들어 빠진 상추 뿌리째 한 무더기 상추도 노파도 벌벌 떨며 전을 마감하고 싶어한다 시든 잎 말끔히 씻어 채반에 올려 기다렸더니 퍼덕퍼덕 싱싱하다 삶이 이러면 오죽 좋으랴 상추 몇 잎에 밥 한술 된장으로 입 째지도록 밀어 넣어 입안 가득 풋내 우러나와 아작아작 달콤달콤하다 꿀꺽 사라진다 삶이 상추처럼 되살아 풋 향 뿌린다

자작글-024 2024.03.03

퇴임한 노장들

퇴임한 노장들/호당/ 2024.3.2 진 골목 식당들 참맛 물씬 뿌릴 12시 무렵 배꼽시계 따라 찾아든 어둑어둑한 나이테들 공직에서 희로애락을 겪은 이들 등짐 벗어 홀가분한 마음 반면 어눌한 말들이 새어 나온다 진 골목 긴 골목의 바람에 휩쓸려 같은 식탁으로 박힌다 마른 갈대 바람 맞아 서걱서걱 마음 나눈다 진 골목 진 맛에 막걸리 칵칵하는 동안 찌그러진 풍선은 부풀어 붕붕 뜬다 이만하면 충전했으니 왕년의 노장들 깜박거림은 없겠다

자작글-024 2024.03.02

마른 갈대 넷

마른 갈대 넷/호당/ 2024.3.2 마른 갈대 같은 몸짓 넷이 모여 누군가 앞장서면 뒤따른 꽁무니가 맘 편하다 진 골목은 긴 골목의 경상도 사투리를 알면 진 골목 식당들 진맛과 연결하지 말라 같은 방 다른 좌석 보아하니 같은 갈대들 왕년 빳빳이 뻗어 왕초였다 마른 갈대는 바람맞아야 서걱서걱 소리 매번 만나 같은 소리 같은 음색 꼬리말도 맞장구도 없다 그러려니 또래 옆 좌석 같은 갈대에서 풍기는 입김 진하게 우려낸 생기다 낯선 바람 쐰 내 낯바닥이 검버섯 하나 사라진다·

자작글-024 2024.03.02

긴장하는 날 월 화요일

긴장하는 날 월 화요일/호당/ 2024.3.1 첫발은 2011,4,27 함지 노인복지관 개관한 날 월 화요일은 노인의 눈을 띄게 하는 날 그저 봉사란 듣기 좋은 말을 부친다 그로부터 이날은 기쁨과 활기를 창출하는 날로 되었다 13년을 쳇바퀴 돌렸으니 지금은 긴장이 다부지게 옭아멘다 긴장의 끝이 퉁겨야 이완이 내 얼굴 갈길 텐데 긴장이 올해 갑진년 해를 지고 너어간다 한 달 두 달 섣달로 더 긴장 말고 그대로 버텨 나가자

자작글-024 2024.03.01

가을

가을 /호당/ 2024.2.29 바람은 가을을 몰고 오자 자연은 채비를 서두른다 찌르레기는 유난한 신호로 재촉한다 알겠다 초록의 의장들 훌훌 벗어 화려한 색으로 변장하기 시작한다 달콤한 미각이 콧등을 간질인다 이 향기를 맡으려 신이 나게 드라이브 가속페달을 밟아 시댁에 도착하자 먼저 고추가 빨간 낯빛으로 반긴다 화약고가 터진 듯 온 산이 붉게 타고 소방차는 묵묵부답 상춘객이 불구덩이 속을 파고든다 축 처진 어깨 팔들 결실의 무게 내려놓고 홀가분한 듯 먼 산을 바라본다 벌써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문안이 차다

자작글-024 2024.02.29

변산 반도 채석강

변산반도 채석강 /호당/ 2024.2.27 들쑥날쑥 그러나 아주 질서 있게 쌓은 수 만권의 책들 천년의 세월 해풍에 절여 견고하기만 하다 거대한 도서관 같은 채석강 수많은 양 떼들 푸른 벌판을 달려와서 함부로 헤딩 heading 한들 층층 쌓은 책들 이지러지거나 한두 권 뽑히는 일은 없다 고서들 너무 어려워 읽는 자는 없는 듯 경관 景觀이 좋아 우선 구경부터 한다

자작글-024 2024.02.27

수신 불능

수신 불능/호당/ 2024.2.25 문명시대 핸드폰은 도우미 하나 애인처럼 대접해야 한다 제 영역을 함부로 터치 하다간 토라지면 수신 불능 될 때가 있다 어쩔 줄 몰라 모텔 안락의자에 모셔 진맥하자 금방 사근사근한다 집에 와서 살짝 안부를 물었더니 먹통 아닌가 묘수를 찾으려 인터넷을 뒤지고 아바타를 날렸으나 같은 경우는 있어도 내 힘으로는 역부족 함부로 다룬 기억을 역추적 방해금지 온 on 무식한 죗값 반성문은 아리다 아무 곳이나 터치 오프 off. 온 on 삼가야지 제자리에 돌아온 애인 호주머니에서 폭 쉰다

자작글-024 2024.02.27

보름 전날

보름 전날/호당/ 2024.2.23 이번 주는 비 오다 눈 오다 구름 끼다 우중충한 내 마음 같다 매일 일과 하나 내가 내릴 과태료 붙기 전에 치러야겠다 폭신한 방패 막 하고 내 속도로 걷는다 현수막이 벌벌 간판들이 나를 빤히 본다 답하려 빠짐없이 읽어준다 불경기란 찬 바람만 불어 풍선만 뜬다 임대 월세는 어쩔고 남 걱정 대신한다 장사치들 보름 대목인데 삶은 나물들 쏟아 나와 떨기만 한다 경기 景氣는 밑바닥에서 쳐다보고 동전은 정상에서 내려다본다 보름달만은 원만한 얼굴 보일 것이다

자작글-024 2024.02.24

다목적 CCTV 작동 중

다목적 CCTV 작동 중 /호당/ 2024.2.23 눈을 부릅뜨고 귀 세워 온갖 사물의 언행을 사서 寫書중이다 이 공원의 사고 史庫가 쌓인다 하찮은 자질구레한 얽힘 *애문소리가 누명 덮어 쓰다 증명을 서 줄 때가 있다 계속 작동 중 **버럭처럼 쌓인 더미 분류하다 보면 순금 덩이 보물도 사료 史料도 있다 다목적으로 기록한 CCTV가 여러 각도로 쓰인다 *전혀 관련이 없는 말을 일컬음 **탄광에서 나오는 쓸모없는 잡돌

자작글-024 2024.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