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4 424

무심이 편할 때가 있다

무심이 편할 때가 있다/호당/ 2024.8.2삶이 지나친 세심은 배배 꼬인 나무처럼 된다그냥 덤덤하게 받아넘기면쑥쑥 자랄 걸아파트 입주한 지 25년그간 관계자 가고 오고 많다작별 전화해 준 이는 처음아침 9시 조금 넘어 전화를 받았다내가 사용하는 화장실 전등 교체해 준 사람이름도 성도 모른다잠시 스친 인연덕담으로 잘 가라 했다밤 10시쯤 꺼진 불씨 되살아 활활한다이때부터 담배씨 구멍 뚫으려 든다별별 생각이 벼 벤 뒷그루 새싹처럼 일어선다퇴직에 천착하려 들면 뚫리기 전에 내 맘이 먼저 뚫려 쓰리다

자작글-024 2024.08.03

보청기

보청기/호당/ 2024.8.1내 보청기는 복지관 맹순이와 노닥거릴 때나 모임 때 액세서리로 쓰고는 집에서 내자와는 고주파로 통한다우측 보청기가 보청은커녕먹먹한 귓속 울림에 벨톤보청기 점을 찾아가늙어 서러운 귀를 상대하는 영업보아하니 불경기인 듯보청기를 착용해 보고 싶은 특효 같은 것가령 월등한 보청어둑한 들림에 서러운 나무극진하게 대접하거나명의처럼 소문이 파동치거나귀청이 막고. 볼륨이 없어져불과 5분여 조작해 초기화했단다손 내민다봉사하면 존경받을 걸이기적인 내 생각 하나

자작글-024 2024.08.02

내 길

내길 /호당/2024.7.30메마른 골짜기의 길은풀이 우붓 해 날마다 짓밟고 밭으로 간다뼈 여물지 않을 때부터 농사일한다날 새면 낫 아니면 호미찰싹 붙는다소먹이 풀베기소나무 아래 갈고리질로갈비 한 짐빈들 번들 놀 팔자 아닌밥벌인 짓이다동내 형뻘그는 일찍부터 바깥 출입해수돗물 맛에 길들여 나를 이끌어주었다그의 뒤 따르려 자취방 약도 들고 찾아들어내일 모래 입학시험 치를정보 제공이 신기하게도 적정한 문항그로부터 내 앞길은 잡초를 밟지 않아아름다운 길만 걷는다

자작글-024 2024.07.30

피 끓는 연애질

피 끓는 연애질 /호당/ 2024.7.28도시 철도 안막 펼치는 애송이 페닐에틸아민 장작불이 타오른다아무도 끄려 들지 않아그 애들불장난 일찍 발작한 것뿐이라무관심이다백합 향기 막 쏘아 올리자코스모스 꽃잎으로 덮는다애들 불장난논둑 밭둑에 불 지르고 좋다고 손뼉 치는 듯옥시토신. 페닐에틸아민이피 끓듯 퍼뜨린다죽을 둥 살 둥 생각 없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피 끓는 연애질

자작글-024 2024.07.28

병원 처방전 받는 날

처방전 받는 날/호당/ 2024.7.24그 병원은 환자들이 옹이 하나씩 안고구름처럼 모인다휠체어. 지팡이.부축을 받는 자들.나이테를 압박붕대처럼칭칭 감은 사람의 몸짓이다두 달분의 처방두 달 만의 만남처방전은 그대로인데삶의 엽록소는 그만큼 변화한다현상 유지가 최선의 처방전이라 한다한 움큼 알약 털어 넣고오늘 처방이 내일의 처방이 되도록 바란다

자작글-024 2024.07.28

첫 키스

첫 키스 .호당/ 2024.7.26한 번도 겪지 못한 낯선 외지 아니 상상만으로 생각한 입술가끔 친목 다짐 주연 한 마당 열면꽃뱀의 혀 낚시 미끼처럼 옷자락 목덜미 슬쩍슬쩍 건드려 분위기를 달구어 놓는다숫기 많은 쉬파리는핥으려 들자 달팽이 더듬이처럼 금방 거두고 말지금단의 경계선 탱자나무 울타리 넘었다면아침이슬 맞은 붉은 사과가햇살 받아 단내 풍기자와락 한 입 덥석부적 부적아 그 단맛입안이 가득해지자아찔한 현기증으로혼미하고 말았다

자작글-024 2024.07.27

썩지 않은 믿음이란 생각 하나

썩지 않은 믿음이란 생각 하나/호당/ 2024.7.24북풍 찬바람이 뺨을 핥고 간들쉽게 잊어버리지새 아파트 입주한 지 20여 년당시 관리 기사와 세월만큼 쌓은 친밀감썩지 않은 믿음이라 생각했지연일 불볕더위에 반죽음당한 호박잎 같은데화장실은 세면 목욕을 겸하는 구조여기 형광등이 고장 났으니당장 딱한 사정관리 기사와 연락이 닿아크게 반겼지아닌 걸죽은 나무 아무렇지 않게싹득 잘라 버린다내 민낯에 썩은 검버섯 확 퍼진다형광등은 불 밝혔지만 등피 유리 박살 나 파편 발바닥 찌르며 경고한다믿는 도끼 발 찍히지 말고내 맘만 믿으라 한다

자작글-024 2024.07.25